〈오늘의 팬케익 : 뒤집기 전에는 아무도 모른다〉 남선우｜뉘앙스



계속 마음을 쓰고 용기를 내서 서로 좋았던 것을 주고받다보면 다 함께 세계 최고의 팬케익을 만나지 않을까?
그 감정은 누구나 한 번쯤 느껴봤을 것이다. 좋아하는 것이 생기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찾아보고 공부하며, 좋아하는 대상과 가까워지는 설렘을. 그 설렘을 영영 잃고 싶지 않아서 하나둘 좋아하는 것에 관련된 것이라면 무엇이든 수집하는 마음을 말이다. 〈오늘의 팬케익 : 뒤집기 전에는 아무도 모 바다이야기예시 른다〉는 그런 애정을 가득 담아 엮은 책이다. 남선우 저자가 열렬히 사랑하는 건 다름 아닌 팬케이크. 2024년 2월 13일 팬케익 데이, 과거 팬케이크를 뒤집으며 교회까지 내달려 가장 먼저 도착한 사람이 평화의 키스를 받았던 ‘팬케이크 달리기 대회’를 서울에서 친구들과 재현해 개최해 팬케이크를 향한 진심을 고백하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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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이름 이니셜과 팬케이크를 새긴 티셔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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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애정으로 하나 둘 수집한 팬케익 굿즈




우리는 한 번도 골똘히 생각해 본 적 없는 논제. '노릇노릇 구워진 이 디저트의 이름은 과연 핫케익일까? 팬케익일까?'에 대한 명명부터 오리지널 팬케이크에 대한 탐구, ‘ 릴게임몰메가 팬케이크’라는 단어가 포함된 각종 표현들(레슬링 기술, 미국의 자치구 이름, 모자, 가방 등 정말 다양하다!), 완벽한 팬케이크를 굽는 방법까지 흥미진진한 팬케이크 이론이 펼쳐진다. 이렇게 팬케이크와 한 걸음 가까워진 독자들을 저자는 가장 맛있는 팬케이크를 먹기 위해 떠난 여행기, 비건 팬케이크를 만들고, 자신의 이름 이니셜과 팬케이크를 새긴 (paNcak 릴박스 eS With butter) 티셔츠를 만들어 입었던 기쁨 등 일상에 스민 팬케이크와의 기억으로 이끈다. 팬케이크 애호가의 정성 어린 이 고백은 좋아하는 마음이 얼마나 반짝거리는지 깨닫게 만든다.







〈음악이 삶의 전부는 아닙니다만〉 배순탁｜김영사



우리는 음악을 들어야 한다. 음악을 통해 나라는 장벽을 넘어 타인이라는 세계와 만나야 한다. 조금 과장하면 인류의 미래가 거기에 달려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말이다.
매일 같이 새로운 노래가 쏟아진다지만, 여전히 듣게 되는 노래가 있다. 사랑을 전하고 싶을 때 듣고 싶은 노래, 까마득한 외로움이 느껴질 때면 어김없이 나를 위로해주는 노래. 배순탁 작가의 첫 음악 산문집, 〈음악이 삶의 전부는 아닙니다만〉은 음악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우리와 그 음악이 스며든 세상의 이야기를 녹여낸 책이다. 폴 매카트니, 너바나, 밥 딜런 등 과거의 사회와 이슈를 투영하고 있는 그 시절의 앨범부터 우효, 이찬혁, 한로로, 잔나비 등으로 대표되는 오늘의 K팝에 이르기까지 멜로디와 가사 속에 숨겨진 보물 같은 이야기를 한껏 펼쳐 놓는다.
역사를 알고 그 나라를 여행했을 때 보이는 것이 많아지듯, 음악도 마찬가지라고 말하는 배순탁 작가는 노래 속 창작자의 의도를 설명하며 음악이 전하는 메시지를 보다 선명하게 전달한다. 라디오헤드, 밥 딜런, 퀸, 브루노 마스, 테일러 스위프트 등 시대의 명반부터 여전히 사랑받는 LP의 역사, AI가 노래를 만드는 이 시대 예술에 대한 깊은 사유까지 음악의 모든 지식을 총망라한 이 책과 함께 음악이 열어주는 또 다른 세계에 흠뻑 빠져보는 건 어떨까.






〈아무튼, 미술관〉 이유리｜도서출판 제철소



그러고 보면 미술관과 뮤지엄 같은 공간은 참 묘하다. 이곳에 들어서면 관람객은 공간이 주는 ‘힘’에 의해 스스로 작품이 되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작가의 말처럼 미술관과 뮤지엄은 그 공간이 가진 힘과 기운이 있다. 어떤 도시의 미술관을 가든 가장 안전하고 고요한, 그래서 기품이 흐르는 공간에서 작품에 동화되는 순간을 에디터도 너무나 사랑한다. 〈아무튼, 미술관〉은 일상에서 미술관이 선사한 잊지 못한 순간들을 꺼내놓으며, 그 안에서 어떻게 위로받고 성장했는지 내밀한 이야기를 전하는 에세이다. 작가는 신문과 잡지에서 오려낸 명화를 스크랩해 ‘나만의 미술관’을 만들던 아이였다고 말한다. 그 기억에서 출발해 문턱이 닳도록 미술관을 드나들었던 런던에서의 어학연수 시절을 거쳐, 천경자의 그림 앞에서 새로운 삶을 살기로 마음 먹는다. 삶에 있어 변곡점이 되었던 모든 날엔 미술이 있는 것.



단지 작품을 전시해둔 공간이 아니라, 작가의 고통과 감정이 숨 쉬고 있는 곳. 작품을 보러 들어갔지만, 나 자신과 맞닥뜨리게 되는 성찰의 공간. 누구보다 미술관을 사랑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무심코 지나쳤던 미술관의 존재 가치를 깨닫게 되는 여정은 너무나 소중하다. 그러다가도 ‘그림을 본 뒤 발바닥에 불이 나고 기진맥진해 있다가도, 기념품 숍 앞에 서면 자양강장제를 먹은 듯 갑자기 에너지가 솟구치고 눈에서 빛이 난다.’ 이 구절을 읽을 때면 작가가 묘사하는 장면이 꼭 내 것과 같아서 절로 웃음이 난다. 돈이 있어도 사지 못한다는 국립중앙박물관의 ‘뮷즈’도 생각이 나고 말이다. 예술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아도 좋다. 그저 미술 작품과 미술관이 지닌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는 것, 그것이 아직 닿지 못한 또 다른 취미의 세상으로 가는 활로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