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치열한 경쟁을 버텨내는 청년들에게 문학도 하나의 쉼표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작품 중 빛나는 하나를 골라내기란 어렵지요. 소설집 '여름에 우리가 먹는 것'으로 제55회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한 송지현 작가가 청년들의 '자연스러운 독서 자세 추구'를 지지하는 마음을 담아 <한국일보>를 통해 책을 추천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저번에도 썼듯이, 세계문학강독 수업을 맡은 이후로 독서 목록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그에
오션릴게임 따라 작품을 읽는 방식도 조금 달라진 것 같다. 원래의 나는 작가보다는 작품 자체에 더 관심을 두는, 이른바 작품주의(?) 독자에 가까웠다. 그러나 강의 준비를 하면서 자연스레 작품 외적인 맥락을 설명할 일이 많아졌고, 그 과정에서 작가의 생애와 시대, 그리고 그 시기를 관통하는 이데올로기가 작품에 어떻게 스며드는지를 살펴보면서 작품을 읽는 일만큼이나 텍
야마토무료게임 스트 바깥의 요소들 역시 큰 즐거움을 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런 의미에서 슈테판 츠바이크를 읽게 된 것은 흥미로운 일이었다. 그는 타인의 삶, 다시 말해 한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를 열렬히 탐구한 전기 작가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는 어쩌면 나와는 반대의 방향에서 걸어와 문학으로 들어선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황금성릴게임사이트 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그가 쓴 소설을 읽는 일은, 필연적으로 작품 바깥을 호출하는 경험이 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체스 이야기'는 더욱 그랬다.
작품은 한 여객선에 거만한 세계 챔피언급 체스 선수, 그리고 그와 우연히 체스를 두게 된 닥터 B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닥터 B는 아마추어임에도 놀라운 수를 두며 세계 챔피언와 대등하게 겨루
황금성릴게임사이트 지만, 그의 체스는 어디선가 비틀려 있다. 지나치게 빠르고, 마치 혼자서 두 사람의 경기를 동시에 진행하는 듯한 기묘한 방식이다. 그것은 그의 과거와 관련있는데, 그는 나치에 의해 아무것도 없는 방에 감금되었던 인물이었다. 책도, 사람도, 시간의 감각도 없는 완전한 고립 속에서, 우연히 체스 기보 한 권을 손에 넣게 되고, 그 책을 통해 수없이 많은 경기를
야마토연타 머릿속으로 재현하며 자신이 처한 상황을 극복해 보려 한다. 그러나 체스는 결국 두 사람의 경기. 그는 스스로를 둘로 나누어 체스를 두는 상태에 이르고, 그 과정에서 자아의 붕괴(혹은 균열?)를 경험한다. 의사는 그에게 다시는 체스를 두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그는 실존하는 체스판을 거부하지 못했다.
체스 이야기·낯선 여인의 편지·스테판 츠바이크 지음·김연수 옮김·문학동네 발행·168쪽·1만2,000원
소설 속에서 묘사된 기묘한 체스 경기를 지켜보는 것도 충분히 흥미롭지만, 작품이 좀 더 재밌어지는 지점은 츠바이크의 삶을 알게 될 때다. 그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유대인으로, 이성과 합리로 세워진 세계는 언제고 옳은 방향으로만 나아갈 것이라 믿었던 사람인 것 같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을 전후해 그가 목도한 것은 그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세계였다. 나치즘, 전체주의, 전쟁, 대량학살. 그는 고향을 떠나 망명 생활을 이어가다가 브라질에서 아내와 함께 자살한다. 더 이상 자신이 믿었던 세계로의 회복이 불가능할 거라는 판단에서였을 것이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체스 이야기'는 조금 다르게 읽힌다. 체스라는 질서에 매달려 정신을 지탱하려 했지만 결국 그 체스 때문에 붕괴되었던 인물. 다시는 체스를 두지 않기로 결심했으면서도 현실의 체스판 앞에서 한 번 더 체스 두기를 시도하는 인물, 그리고 끝내 체스를 포기하는 인물. 이 인물은 무너져가는 세계 속에서 끝의 끝까지 무언가를 믿어보고자 했던 작가와 매우 겹쳐 보인다.
그리고 츠바이크의 삶과 작품 '체스 이야기'를 겹쳐 보는 순간, 나는 텍스트 바깥의 즐거움을 이해하게 된다. 이렇게 오랜 세월 책을 읽어왔음에도, 독서의 자세는 참으로 다양하고, 여전히 내가 모르는 방식이 많이 남아있다는 사실. 그래서 또 하루를 살아보게 되는 것이다. 내일은 어떤 책을 어떤 자세로 읽어볼까, 생각하며.
송지현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