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포구
셔터를 누르기 전, 뷰파인더 너머로 먼저 다가온 것은 코끝을 툭 건드리는 짭조름한 바다 냄새였다. 전남 신안군 임자도의 북쪽 끝단. 지도를 펼치면 마치 섬의 정수리처럼 솟아 있는 그곳에 '새우젓의 본향'이라 불리는 전장포(前場浦)가 있다. 이름 그대로 마을 앞마당처럼 넓고 평평한 포구다.
하지만, 이 고요해 보이는 마당은 한때 전국 최대 규모의 새우젓 집산지로 꼽히며 많은 물량이 오갔다 "지나가는 개도 만 원짜리를 물고 다닌다"라던 황금빛
야마토릴게임 파시(波市)의 전설을 품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 시간이 멈춘 곳, 솔개산의 숨구멍 '토굴'
마을 뒷산인 솔개산기슭으로 발길을 옮기면, 거대한 입을 벌린 네 개의 토굴이 나타난다. 1970년대, 오로지 새우젓을 제대로 익히기 위해 사람의
바다이야기온라인 손으로 파 내려간 100m 길이의 인공 토굴들이다. 렌즈의 초점을 어두운 토굴 내부로 맞추자, 캔 조명 아래 줄지어 늘어선 드럼통들이 군대처럼 장엄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의 공기는 밖의 계절을 잊게 한다. 연중 비교적 일정한 온도와 높은 습도를 유지하는 천연 숙성 환경을 유지하는 이 '천연 냉장고' 안에서 임자도의
바다이야기게임2 새우들은 소금과 몸을 섞으며 느리게, 그러나 아주 깊게 발효된다. 곽재구 시인은 이곳을 두고 전장포를 고단한 삶과 그리움이 교차하는 공간으로 "바다는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지만, 그 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시간은 늘 흔들리고 있었다."라 노래했다. 시인의 말처럼, 토굴 속 숙성의 시간은 단순한 발효를 넘어 고된 어부들의 삶과 애환이 명품의 향기로 승화되
바다이야기릴게임연타 는 과정이다.
토굴
# 오젓, 육젓, 추젓… 사계절을 담은 바다의 보석
임자도와 낙월도 사이의 거친 물살을 견딘 전장포 새우는 유독 껍질이 얇고 살이 통통하다. 빛깔이 워낙 고와
모바일바다이야기하는법 '백화새우'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한다. 5월에 잡는 오젓, 가을의 추젓도 좋지만, 역시 앵글의 중심을 차지하는 것은 6월의 '육젓'이다. 산란기의 절정에서 잡아 올려 토굴의 시간까지 견뎌낸 육젓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품이다.
최근 전장포는 단순한 생산지를 넘어 여행자의 쉼터로 변모하고 있다. 서늘한 냉기가 흐르는 토굴 내부에는 미디어 아트가 펼쳐지고, 삭막했던 벽면은 전장포의 역사를 담은 전시장으로 변신했다. 4월이면 인근 대광해변을 수놓는 화려한 튤립의 물결을 보고 난 뒤, 이곳 전장포의 투박한 토굴을 찾는 것은 임자도 여행의 필수 코스가 되었다. 화려한 꽃 뒤에 만나는 묵직한 발효의 향기, 그 대비가 묘한 울림을 준다.
토굴
# 찰나의 기록: 기다림이 만드는 맛
카메라 셔터 속도는 1,000분의 1초를 다투지만, 전장포의 새우젓은 수만 초의 시간을 견뎌야 완성된다. 포구에 배가 들어오고, 그물에서 털어낸 은빛 새우가 소금을 만나 토굴의 깊은 어둠 속으로 들어가기까지. 사진가는 그 기다림의 과정을 프레임에 담는다.
전장포는 이제 옛 명성만큼의 북적이는 파시는 사라졌다. 그러나 솔개산 토굴 속에서 깊어져 가는 새우젓의 풍미는 여전하다. 눈 시린 모래바람을 견디고 일어선 전장포 사람들의 삶은, 오늘도 짭조름한 바다의 맛으로 익어가고 있다.
솔개산 토굴을 나서며 문득 생각했다. 돌아오는 5월, 바람이 부드러워질 무렵에는 아내와 함께 다시 전장포를 찾고 싶다고. 그때의 바다는 오늘보다 조금 더 따뜻한 빛으로 기억될 것 같다.
김덕일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도움말/정보]위치: 전남 신안군 임자면 전장포길주요 볼거리: 전장포 새우젓 토굴(4개소), 전장포 파시 역사 전시, 인근 대광해변 튤립 공원특산물: 육젓(6월), 오젓(5월), 추젓(가을), 전장포 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