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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알자지라 다큐 '포화 속의 아이들' 취재진 "美 주류 언론, 사실과 진실 막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아동 표적 살해, 의료진 증언 담아…힌츠페터국제보도상 수상 "분쟁지역에서 안전하게 취재하는 법을 배웠어도 가자에서는 아무 소용 없다" "계엄 저지 못했다면 세계 민주주의 타격, 팔레스타인 역시 인류 전체 문제다"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가자지구 출신인 아슈라프 마샤라위기자와 알제리계 미국인 아멜 게타피 기자가 4일서울 여의도의 한 커피숍에서 미디 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알자지라 다큐멘터리 '포화 속의 아이들(Kids Under Fire)'은 20명의 의사들이 이스라엘군의 조직적인 팔레스타인 아동 살해를 증언한 기록이다. 다큐는 가자지구 의료 지원을 갔다 미국으로 돌아와 당시 참상을 떠올리다 말을 잇 지 못하는 의사들의 얼굴을 연달아 비추며 시작한다. 가자 전역의 각기 다른 병원에서 일한 이들은 아동 환자들에게서 발견한 “똑같은 충격적 패턴”을 말한다. “매일, 여러명이 머리, 복부, 가슴에 총을 맞는다면 의도적”이라는 것이다.

작품은 난민촌 텐트 바깥에서 놀다가 이스라엘군 쿼드콥터 드론이 쏜 총알에 머리를 맞은 네 살 소녀 미라 일다리니를 집중해 비춘다. 미라는 전시 의료 분류 체계에 따라 '살릴 수 없는 아이들'로 분류됐지만, 이후 숨 쉬는 모습을 의사가 발견하면서 진료를 받고 기적적으로 살아남는다. 그러나 미라의 가족은 이후 두 번의 이스라엘 폭격을 받고, 어머니는 두 다리를 잃는다. 다큐에선 아기와 어린이들의 목, 가슴, 머리를 총알이 관통한 엑스레이 사진도 등장한다. 대부분이 10세 이하 아이들이다.
지난 2년 간 이스라엘에 의해 가자에서 숨진 어린이와 청소년은 최소 2만 179명이다. 지난달 기준 총 사망자 6만 7173명 중 세 명에 한 명 꼴이다. 의료인은 이스라엘이 기자를 살해하거나 봉쇄한 가자지구에서 거의 유일한 목격자이자 증언자 집단이다. 미라를 진료한 미국인 의사는 “어떻게 아무 말도 안 할 수 있죠? 이런 일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없다면, 제가 무슨 쓸모가 있겠어요?”라고 묻는다.



▲알자지라 다큐멘터리 '포화 속의 아이들(Kids Under Fire)' 캡쳐 화면.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홈페이지 갈무리



가자지구 출신인 아슈라프 마샤라위 기자와 알제리계 미국인 아멜 게타피 기자는 전 세계 언론인의 책임을 강조했다. “가자지구의 집단학살은 우리 인류 전체가 맞은 궁극의 시험”이라는 것이다. 다큐를 제작한 두 기자는 5·18기념재단과 한국영상기자협회가 주관하는 2025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중 유영길상을 수상하며 지난 2일 한국을 찾았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4일 두 기자를 만났다. 이날 인터뷰에 이어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시민사회 긴급행동'과 한국영상기자협회가 주최한 상영회 대담 내용도 함께 담았다.

“가족 말고 나만 죽이라고 5~10분 집 밖에 서 있다 들어가곤 했다”
미라의 근황을 묻자 아멜 게타피 기자는 “(미라는) 기적적으로 걸을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곧 “너무나 예외적인 사례”라고 덧붙였다. “이야기하면 할수록 '운이 좋았다'는 말을 듣는 일이 정말 무섭다. 가자지구에서 파괴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는 “힘 있는 다큐를 만들려면 하나의 사례에 집중해야 했다. 그러나 현재 가자의 모든 가족이 같은 일을 겪고 있다. 이건 전선이 아니라 전역에 걸쳐 벌어지는 대량 학살”이라고 말했다.
가자에서 나고 자란 마샤라위 기자는 지난 2년 간 자신의 취재팀원 중 4명이 이스라엘에 의해 살해됐다고 했다. 영상 기자인 동료는 그와 연락한 지 30분 뒤, 취재 영상을 업로드하다가 이스라엘 폭격으로 숨졌다. 카메라 감독은 다섯 살 딸이 팔을 벌리고 자신을 향해 달려오던 중 이스라엘 총에 맞아 숨졌다. 그는 “우리 기자들은 이 기억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지만 피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그의 경우 2023년 10월7일 당시 터키 이스탄불에서 취재하고 있었고, 이스라엘이 가자를 봉쇄하고 침공하며 현재까지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이후 가자 밖에서 다큐 제작을 이어가고 있다.
두 기자는 시리아·우크라이나·예멘 전쟁을 취재해온 베테랑 국제분쟁 전문기자들이지만, “분쟁지역에서 안전하게 취재하는 법을 배웠어도 가자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고 했다. 이스라엘의 '기자 표적 살해' 때문이다. 그는 팔레스타인 기자들이 겪는 참상을 전하며 수 차례 말을 잇지 못했다. 그 역시 2023년 이전부터 이스라엘의 공격 속에서 목숨을 걸고 취재해왔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올 때면 매일 5분에서 10분쯤 문밖에 서 있다가 들어갔다. 이스라엘이 나를 표적 살해한다면, 가족이 아닌 나만 죽기 위해서 그랬다. … 상상해보라. 취재하러 나가면서 아내와 어머니, 아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오늘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야 하는 일을.” 마샤라위 기자는 “이스라엘이 외신의 가자 출입을 막는 이유도 가자지구의 언론인을 살해하는 이유와 같다. 진실을 막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가자지구 출신인 아슈라프 마샤라위기자와 알제리계 미국인 아멜 게타피 기자가 4일'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시민사회 긴급행동'과 한국영상기자협회 주최한 상영회에서 대담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이스라엘 최대후원국, 미국의 법 위반 실태

다큐 '포화 속의 아이들'은 미국인이 낸 세금이 감시 없이 팔레스타인 아동 살해에 쓰이는 현실도 주목한다. 그 중요한 고리는 미국 레히 법(Leahy Law)이다. 레히 법은 자국 정부가 국제인권법 위반 혐의가 있는 해외 국가·단체에 자금 지원을 금지한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최대 군사 후원국이다. 그러나 나이지리아, 콜롬비아 등에 적용한 적은 있어도 이스라엘엔 단 한 차례도 적용하지 않았다. 다큐는 현행 레히 법 절차를 확립한 미 국무부 전 고위관료가 참회하며 현실의 문제를 폭로하는 인터뷰도 담고 있다.
레히 법뿐 아니라 국제인도법은 어떤 분쟁 상황에도 아동을 비롯한 민간인 살해를 금지한다. 병원과 의료진, 학교와 교사들, 난민촌을 공격하는 것도 모두 제네바협약(국제인도법) 위반이다. UN 조사위원회와 집단학살 전문가들도 집단학살을 지적했다. 그러나 미국의 무조건적 이스라엘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의 불법을 지적하는 일이 무의미한 현실이라는 반문에 게타피 기자는 “고통과 피해를 입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무의미하지 않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건 우리 인류 전체가 맞은 궁극의 시험이다. 온 세상에 생중계되는 전쟁, 수많은 위반 행위가 반복되는 걸 보면서 우리가 각국 정부들에 행동을 요구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끝난 것(doomed)”라고 했다.
게타피 기자는 이어 “10년 전엔 미국인은 다 이스라엘 편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인터뷰한 고위 관료처럼 비록 퇴사했지만 관료주의적 기관 내에도 변화를 꾀하는 사람이 있다. 또 미국인들이 자기 세금이 집단학살 지원에 사용되는 데 이렇게 크게 분노하는 것을 처음 본다”며 “그렇게 (미국 정부가 집단학살을 중단하도록 압박을 가할) 정치적 의지가 생길 수도 있다고 작은 희망을 품고 있다”고도 했다.



▲'포화 속의 아이들'은 현행 레히 법이 이스라엘에 적용되는 예외적 절차를 확립한 미 국무부 전 고위관료가 참회하는 인터뷰도 담았다.



마샤라위 기자는 미국 언론이 이스라엘의 로비와 압박에서 벗어나 진실된 보도를 했다면 집단학살이 저지됐을 것이라 강조했다. “서방 강대국 가운데서도 가자지구 학살을 중단시켜야 할 국가는 미국이지만, 지난 2년 동안 주류 언론은 사실과 진실을 막으려 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 같은 서구 언론은 수십 년간 서구 가치와 윤리에 대해 가르치려 들었다. 그리고 결국 서구 언론인들은 이 시험에서 실패했다.” 최근 NYT 외부 기고자 150여명은 '하마스 조직적 성폭력' 허위보도 철회와 이스라엘 편향 보도 개선을 요구하며 기고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했다.

마랴사위 기자는 이 같은 보이콧을 두고 “뉴욕타임스가 팔레스타인 편향을 가지라는 말이 아니라 '기자로 일하라'는 것이다. 표방하는 가치에 부합하게 용기 내 이스라엘 로비와 압박에서 벗어나 진실을 보도하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국적과 인종을 넘어 사람이기에 진실을 알게 되면 어떻게든 행동을 하고 싶어 한다. 모든 것은 연결돼 있다”며 “만약 한국이 계엄령을 성공적으로 저지하지 못했다면 한국 민주주의뿐 아니라 세계 민주주의가 큰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그래서 한국의 계엄 해제 소식이 내게도 기쁜 소식이었다. 팔레스타인의 문제 역시 인류 전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