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020년 9월 서해에서 발생한 공무원 피격 사건을 은폐하려 한 혐의를 받는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 인사들에게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법원은 선고기일을 오는 12월 26일 오후 2시로 지정했다. 2022년 12월 순차 기소된지 약 3년여 만의 결론이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은폐 시도 및 '월북몰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노은채(왼쪽부터) 전 국정원 비서실장, 박지원 전 국정원장,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김홍일 전 해양경찰청장이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에서 열린 1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검찰은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 결심공판에서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징역 4년, 서욱 전 국방부 장관에게 징역 3년,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에게 징역 3년,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징역 2년 및 자격정지 2년, 노은채 전 국정원장 비서실장에게 징역 1년 및 자격정지 1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보호 의무가 있고 이는 국가 존재 의의”라며 “고위공직자인 피고인들이 과오를 숨기기 위해 공권력을 악용하고 공전자기록을 삭제한 뒤 피격 후 소각된 국민을 월북자로 둔갑시켰다. 국민을 속이고 유가족도 사회적으로 매장한 심각한 범죄”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서 전 실장은 “국가 컨트롤 위치에서 아무 대응 안 하고 이 사건 최종 결정권자로서 죄책 가장 무거우나 혐의를 부인하고 뉘우치지 않는다”고 했고 서 전 장관에겐 “국방부 장관으로서 군 지휘 감독하는 자리에 있었음에도 서 전 실장과 이 사건에 적극 동참해 법에 반하는 행위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전 청장은 “해경청장으로 수사 의무 있음에도 다하지 않고 허위보도자료를 작성·배부하여 유족의 명예를 훼손했다”, 박 전 원장은 “국정원장임에도 이 사건에 적극 동참하고 담당자로 하여금 첩보 삭제 지시해 조치하는 등 국가기능 마비 결과 초래했다”, 노 전 비서실장은 “국정원장 지시 따라 첩보 삭 제 등 지시를 이행했다”고 설명했다.
서 전 실장 등은 최후진술에서 윤석열 정부 감사원의 감사와 검찰의 수사 방식을 문제삼으며 혐의를 부인했다. 서 전 실장은 “정권이 바뀌자 검찰과 감사원은 (이 사건을) ‘은폐’라고 규정지었다. 증거는 아무것도 없이 그렇게 판단했다”고 했다. 서 전 장관은 “월북가능성이 낮다는 보고를 한번도 받은 적 없다”고 했다.
김 전 청장은 “검찰이 신의 영역인 양 짜맞추면서 공소사실 유지했다. 인간과 신의 영역 어떻게 나누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박 전 원장은 “파면당한 윤석열이 기획·지시하고, 국정원 일부 직원들과 감사원·검찰이 공모해 실행한 사건”이라며 “국민의 죽음을 정치 장사로 이용해 국가기관을 무력화한 사람은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노 전 비서실장은 “박 전 원장으로부터 은폐 지시를 받은 적 없고 전달한 사실도 없다”고 했다. 그간 법원은 이 사건이 국가 기밀 사항과 관련됐다는 이유로 대부분 공판을 비공개로 진행했으나, 이날 결심 공판은 공개했다.
이날 법정에 온 피살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의 친형 이래진씨는 법정 출석 전 기자들과 만나 “사건 발생 후 6년 만에 결심이 열리지 않나. 우리 가족들이 기나긴 시간을 지나왔는데, 참담하다”며 “한 가정을 파탄에 이르게 한 이 사건이 끝난 뒤 문재인 전 대통령과 민주당의 21대·22대 국회의원들이 반성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2020년 9월 북한군이 피살한 해수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 이대준 씨의 배우자가 2022년 6월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회관에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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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부 때 공무원 북한군에 총격…월북자로 발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은 2020년 9월 22일 해양수산부 어업관리단 소속 공무원 이대준씨가 서해 연평도 인근 해역에서 실종돼, 북서쪽으로 38km 떨어진 북방한계선 이북 해안에서 조선인민군의 총격을 받고 숨지자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 인사들이 피격 사실 은폐를 시도하고 자진 월북으로 몰아갔다는 의혹이다.

구체적으로 서 전 실장은 피살 이튿날 오전 1시쯤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합참과 김 전 청장에게 ‘보안 유지’ 조치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또 해경에 이씨를 수색 중인 것처럼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하게 한 혐의와 ‘월북 조작’을 위해 국방부와 해경에 보고서와 발표자료 등을 작성토록 한 뒤 배부한 혐의도 있다.
김 전 청장은 이 지시에 따른 혐의로 기소됐다. 박 전 원장과 노 전 비서실장, 서 전 장관도 ‘보안 유지’ 방침에 동조해 국정원과 국방부 직원들에게 관련 첩보와 문건 등을 삭제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정치권에선 여권이 남북 관계에 악재가 될 것을 우려해 피격·소각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고 의심했다.
윤석열 정부 때인 2023년 12월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해경·통일부·국방부 등 관계 기관은 이씨가 북한 해역에서 생존 상태로 북한 당국에 붙잡혀 있다는 것을 알았는데도 관련 규정과 매뉴얼에 따라 이씨를 구하기 위해 했어야 하는 조치를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자진 월북자로 몰아갔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한편 이래진씨는 북한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도 청구했는데, 지난 2월 서울중앙지법(민사210단독 박지원 부장판사)에서 “북한은 2억원을 지급하라”는 승소 판결을 받기도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직무유기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2022년 12월)한 사건은 지난 9월 검찰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기자 admin@gamemong.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