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복 인천시장이 4일 인천시 남동구 인천시청 브리핑룸에서 인천시 2026년 예산안을 설명하고 있다.정선식기자


유정복 인천시장이 발표한 '75세 이상 어르신 시내버스 요금 무료화 사업'이 논란에 휩싸였다.
인천시는 시의회에서 유사한 내용의 조례가 제출될 때 막대한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계했지만, 유 시장 정책에는 사업비 산출 기준을 달리 적용해 훨씬 적은 비용이 들 것으로 예측했기 때문이다.
12일 중부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유 시장은 지난 4일 내년 신규 사업으로 '75세 어르신 시내버스 무료화' 정책을 발 표하며 2026년도 시 예산안에 170억 원(6개월분)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유 시장은 "행정절차 등을 감안해서 빠르면 내년 하반기에 실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에서 시의원이 조례를 발의할 때와 유 시장의 정책에 비용산출 방식이 달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시는 앞서 이 단비(국·부평3) 의원이 지난달 제안한 '노인 교통복지 지원 조례안'에 난색을 표한 바 있다. 이 조례는 65세 이상 어르신 55만8천 명에게 시내버스 무임승차 비용을 지원하는 것이다.
당시 시는 어르신들이 월 15회, 연 180회 가량 시내버스를 이용할 것으로 보고, 시스템 구축 등 운영비를 제외하고도 매년 약 1천507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유 시장 정책과 지원 범위가 같은 75세 이상 21만2천명에 대해서도 월 15회 이용을 가정하면서 572억 원이 필요하다고 추계했다.
이에 건교위는 시가 비용추계를 과도하게 높게 했다고 보고 지난 16일 해당 조례안 심의를 보류했다.
그러나 시는 정작 유 시장 사업에 대해서는 같은 기준인 월 15회 를 적용하지 않고, 이에 절반 수준인 월 8회로 사업비를 산출한 것이다.
이 결과 같은 75세 이상 어르신 지원이지만, 시의원 조례에 필요한 572억 원의 절반 수준인 300억 원이 필요하다고 입장이 달라진 것이다.
석정규(민·계양3) 의원은 "의원이 조례를 발의하겠다고 했을 때는 정확하지 않은 자료를 가지고 비용 추계 근거를 제시하고, 시장의 말 한마디에 정확한 산출 근거로 비용 추계를 하는 게 맞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거는 우리 의원을 무시하는 비용 추계 방식"이라며 "예산(심의) 때 다시 한 번 검토를 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종혁(민·부평6) 의원도 "불과 20일 만에 시의회 사전 협의도 없이 내년도 정책이 바뀌는 불안정한 정책 결정 시스템"이라며 "재정 협의가 이뤄지지도 않은 상황이고, 정책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포퓰리즘 170억 정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발의자였던 이단비 의원은 "과도한 추계가 의심돼 조례 보류 후 시에서 재추계한 결과를 보고 받았지만, 그때도 월 15회 이용하는 계산식으로 440억 원에서 698억 원이 필요하다고 보고했다"며 "이렇게 횟수가 15회였다가 8회였다가 변동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장철배 시 교통국장은 "15회는 아이패스나 지하철 탑승 횟수를 참고해서 정했던 부분"이라며 "더 정확한 통계로 산출해야겠다고 판단해 노령 인구 비율, 타 지자체 사례 등을 종합 검토해 8회 타는 경우의 수가 제일 많은 것으로 산출이 됐다"고 해명했다.
전예준 기자 기자 admin@gamemong.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