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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10-08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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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시절 뛰어난 활약을 펼쳤던 스포츠 스타들의 과거와 현재를 집중 조명하는 코너입니다. 종목을 막론하고 대한민국 스포츠사에 뚜렷한 발자국을 찍어낸 전설들의 화려했던 전성기 시절과 현재의 삶을 조명하고 은퇴 후 제2 인생을 살아가는 모습, 그리고 자신만의 건강 관리법 등을 함께 들어봅니다.
21년의 프로 생활을 마친 '끝판 대장' 오승환이 삼성 구단에 영구결번 '21'을 남기고 정든 마운드와 이별했다. 한국 야구의 모든 세이브 역사를 수립한 오승환이 자신의 별명이 새겨진 '파이널 보스' 유니폼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삼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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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야구에 다시 없을 마무리 투수가 마운드를 떠났다.
지난달 30일 삼성의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21년 프로 생활에 마침표를 찍은 ‘끝판 대장’ 오승환(43)은 당대 최고의 소방수다. 마운드 위 표정 변화가 전혀 없는 ‘돌부처’인 그가 등판하면 상대는 어쩔 수가 없었고, 바위처럼 묵직한 ‘돌직구’는 공포 그 자체였다. 과거 주식세력
2010년대 ‘삼성 왕조’를 지휘한 류중일 감독은 “8회까지만 야구를 하면 된다”는 찬사를 보냈으며, 오승환의 프로 첫 은사였던 선동열 감독은 “직구만 놓고 보면 나보다 한 수 위”라고 극찬했다.
오승환이 남긴 세이브 관련 발자취는 감히 따라갈 자가 없다. KBO리그 통산 세이브는 427개로, 부문 2위 손승락(은퇴)의 271세이브와 큰 실전매매
격차가 난다. 현역 1위 기록은 김재윤(삼성)의 193세이브다. 아울러 일본프로야구에서 80세이브,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42세이브를 수확해 오승환의 한미일 통산 세이브는 549개다.
은퇴 직전인 지난달 2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만난 오승환은 “각 구장을 다니면서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는 선수가 얼마 없는데, 은퇴 투어도 했다”며 양귀비 릴게임
“그런 걸 생각하면 (현역 생활도) 마무리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소회를 밝혔다.
돌부처를 만든 아버지의 야단
오승환의 초등학교 시절 모습. 삼성이야기 블로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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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오승환은 어린 시절 야구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운동 신경은 남달랐다. 야구부가 없는 서울 대영초를 다닐 때 또래들보다 빨리 달리고, 멀리 던지기도 잘했다. 오승환의 재능을 눈 여겨본 담임 교사는 오승환 아버지에게 ‘승환이가 6학년 형들보다 공을 멀리 던진다’며 야구를 권유했고, 야구부가 있는 도신초로 전학을 주선했다. 오승환은 “야구에 별 감흥이 없었는데, 초등학교 5학년 시절 선생님의 추천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우신중에 진학한 오승환은 야구를 더 진지하게 대했다. 경기를 마친 뒤 집에서 가족 식사를 하는데, 아버지가 “왜 야구장에서 실실 거리며 웃고 다니냐”고 야단친 게 태도를 바꾸는 계기가 됐다. 당시 그의 아버지는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고 친구들과 장난치던 아들의 모습을 못마땅하게 여긴 것이다. 오승환은 “지금의 돌부처를 있게 한 건 마운드 위에서 감정을 숨기라고 알려주신 아버지 덕분”이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삼성 마무리 투수 오승환이 지난달 30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은퇴식에서 아버지와 포옹하고 있다. 대구=뉴스1
주무기 돌직구를 잡는 그립 역시 중학교 때 완성됐다. 오승환은 공을 손바닥으로 감싸지 않고 엄지를 꺾어 받친 다음 검지, 중지 끝으로 찍어 던진다. 악력이 강하지 못하면 잡지 못하는 그립으로 공에 회전이 많이 걸린다. 오승환은 “그때부터 그립 잡는 습관을 들이기 시작했다”며 “은사님들이 정말 많은 도움을 주셨기 때문에 매일 열심히 훈련하는 방법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시련의 연속 극복, 화려한 등장
한서고 1학년 때부터 시속 143㎞의 공을 던져 유망주로 떠오른 오승환은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경기고로 전학간 2학년 시절엔 허리 부상으로 투수가 아닌 외야수로 뛰었다. 야수로도 재능이 있었지만 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했다. 2000년 졸업 당시 PC방에서 드래프트 결과를 확인했다는 그는 “엄청 상처를 입거나 그런 건 없었다”며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마음이어서 결과를 받아들이려고 했다”고 돌아봤다. 만약 드래프트에서 외야수로 지명됐으면 어땠을까라는 질문에 “그래도 투수한다고 했을 것 같다”고 답했다.
이듬해 단국대로 진학한 후에도 시련은 이어졌다. 2001년 11월 오른쪽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아 3학년 가을 마운드에 오르기 전까지 긴 재활 과정을 거쳤다. 재활에만 몰두하느라 2002년 월드컵을 하는지도 몰랐을 정도였다. 오승환은 “재활 운동을 하고 지나가는데 밖에 함성 소리를 듣고서야 월드컵을 하는지 알게 됐다. 그 전까지 잘 모르고 있었다”고 했다.
2005년 신인상을 수상한 오승환. 한국일보 자료사진
복귀 후 단국대 에이스로 맹위를 떨친 오승환은 2005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5순위로 삼성의 푸른 유니폼을 입었다. 어린 시절 우상이었던 당시 삼성 사령탑 선 감독의 눈에 들어 데뷔 첫해 1군 무대에 섰다. 그리고 그 해 4월 27일 대구 LG전에서 역사적인 프로 첫 세이브를 신고했다. 중간 보직을 소화하다가 7월부터 주전 마무리로 발탁된 그는 61경기에서 10승 1패 11홀드 16세이브 평균자책점 1.18을 찍었다. 첫 시즌부터 꿈의 한국시리즈도 나가 3경기에서 1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제로(0)를 찍어 시리즈 최우수선수(MVP) 영예도 안았다.
사상 최초의 신인상, 한국시리즈 MVP 동시 수상을 이뤄낸 오승환은 “좋은 팀, 좋은 선배들과 야구를 한 덕분에 경기에 많이 집중할 수 있었다”면서 “신인 땐 팀에 폐만 끼치지 말자는 생각으로 던졌다”고 돌아봤다. 첫 한국시리즈 경험에 대해선 “프로 10년 차, 15년 차까지 우승을 못했다면 정말 큰 무대라는 걸 알았을 건데, 입단하자마자 한국시리즈를 치러 오히려 큰 경기라는 걸 몰랐다. 그래서 부담 없이 했다”고 덧붙였다.
2년 차부터 쌓은 불멸의 ‘세이브 탑’
오승환은 데뷔 2년 차에 최고 수호신으로 우뚝 섰다. 2006년 무려 47세이브를 따내 당시 아시아 단일 리그 최다 세이브 기록을 작성했다. 그는 “마무리가 천직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그땐 공을 던지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며 “성적이 잘 나오고, 팀도 많이 이기다 보니까 야구에 재미를 많이 느꼈던 시즌”이라고 떠올렸다.
2006년 선동열 삼성 감독이 47세이브를 달성한 오승환에게 축하 꽃다발을 건네고 있다. 연합뉴스
2007년 40세이브, 2008년 39세이브를 거둬 철벽의 위용을 계속 과시한 오승환은 이후 2시즌 동안 부상 여파로 잠시 주춤했다. 2009년에는 어깨가 좋지 않아 19세이브에 그쳤다. 시즌 평균자책점도 늘 1점대였는데, 2009시즌 4.83을 기록했다. 2010년엔 두 번째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고 일찍 시즌 아웃됐다.
2011년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온 오승환은 다시 돌직구로 마운드를 평정했다. 그 해 또 한 번 개인 최다 타이인 47세이브를 올렸고, 한 시즌 실점은 단 4점이었다. 2012년 7월 1일 넥센전에선 통산 228세이브를 달성해 김용수가 보유했던 역대 최다 세이브 기록을 깨트렸다. 오승환은 “프로는 재활이나 몸 관리 측면에서 모든 게 좋기 때문에 나에 대한 의심을 하지 않았다”며 “복귀하고 좀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과 몸 상태가 좋아진 부분이 잘 맞아 떨어진 2011시즌이었다”고 밝혔다.
한신 시절 오승환이 역투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삼성의 통합 3연패를 이끈 오승환은 2014년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해서도 승승장구했다. 한신에 입단해 첫해 39세이브, 2015년 41세이브를 기록하며 2년 연속 센트럴리그 구원왕에 올랐다. 일각에선 일본이 아닌 메이저리그로 바로 직행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얘기를 하지만 오승환은 “완전한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 아니고 임대 형태로 나가는 것이라 빅리그 생각을 할 수 없었다”며 “현미경 분석을 하고 까다로운 타자들이 많은 일본에서 뛴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메이저리그에 가서 첫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실제 오승환의 돌직구는 빅리그에서도 통했다. 2016년 세인트루이스에 입단한 첫해 6승 3패 14홀드 19세이브 평균자책점 1.92로 안착했고 2019년까지 토론토, 콜로라도에서 4시즌 동안 총 42세이브를 수확했다. 오승환은 “야구를 보는 시야도 그렇고, 누구나 할 수 없는 좋은 경험을 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친정서 마지막 불꽃…올 시즌 중 ‘은퇴’ 직감
2023년 10월 14일 오승환이 통산 400세이브를 달성한 뒤 동료들과 승리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삼성 제공
해외 생활을 마친 오승환은 2019년 친정 삼성으로 귀환했다. 과거 해외 원정 도박 관련 징계로 2020년 6월부터 뛸 수 있었던 그는 30대 후반의 나이에도 변함 없는 활약을 펼쳤다. 그 해 8월 14일 두산전에서 한미일 통산 408세이브를 수확해 종전 아시아 최고 기록이던 이와세 히토키(일본)의 407세이브를 넘어섰다. 2021년엔 44세이브를 기록해 역대 최고령 40세이브, 개인 6번째 구원왕에 등극했다. 오승환은 “해외 진출 전에 던지지 않았던 체인지업이나 스플리터 계통의 변화구를 일본, 미국에 다녀오면서 던지게 됐다”며 “나이 들고 변화구 비율을 늘린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천하의 오승환도 세월을 당해내지 못했다. 2022년과 2023년 두 시즌 연속 30세이브 이상을 기록했지만 시즌 평균자책점이 3점대로 올라갔다. 2024시즌 후반엔 급격한 하향 곡선을 그려 1군에서 자리를 잃었다. 오승환은 “성적이 말해준다. (내 출전에 대해) 고집할 필요는 없다”며 “팀이 이기는 것에 중점을 뒀다”고 털어놨다.
파이널 보스 유니폼을 입은 오승환. 삼성 제공
2025시즌에 재기를 노렸지만 더는 세이브를 추가하지 못했다. 올해 11차례 등판해 8.31이라는 저조한 평균자책점을 남기고 자취를 감췄다. 7월 8일 NC전을 마지막으로 1군에서 제외된 그는 결국 8월 초 구단을 통해 은퇴 의사를 밝혔다. 오승환은 “사실 이번 시즌에 들어가면서도 은퇴라는 걸 생각 못했는데, 몸에 조금씩 부상이 생겼다”며 “100%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어렵다는 생각에 결심했다. 후회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태극마크를 달고도 200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 WBC 준우승 등 한국 야구 전성기에 있었던 오승환은 “잘했던 것보다 내가 못했던 대회가 많이 생각나서 아쉽다”며 2020 도쿄 올림픽 부진을 곱씹었다.
오승환이 승리 세리머니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삼성 제공
삼성에 영구결번 21번을 남기고 퇴장하는 그는 향후 진로에 대해 “좀 쉬었다 생각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최근 야구 예능프로그램들이 많아 영입 경쟁이 치열할 것 같다는 말에 오승환은 “진짜 (섭외) 연락이 안 왔다”고 손사래를 치며 웃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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