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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댄 뒤가 오히려 더 나빠진, 안타까운 리모델링이다.

영화 ‘콘크리트 마켓’(감독 홍기원)은 대지진 후 유일하게 남은 아파트에 ‘황궁마켓’이 자리 잡고, 생존을 위해 각자 다른 방식으로 거래를 시작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지난 2023년 개봉한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의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공유한다.
한 발작 나아간 설정만 보면 흥미롭다. 통조림이 화폐가 되고, 층간 구조가 계급을 나누며, 재난의 잔해 위에서 인간의 본능이 재편 게임몰 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줄 수 있는 세계다. 특히 젊은 배우들의 생존 의지와 에너지는 작품의 가장 강력한 미덕이다.
그러나 오프닝부터 묘한 불안이 스민다. 폐허의 냉기를 보여주려는 듯한 배경 위로 압축된 문구, 네온사인, 복고적 톤이 섞이며 극이 열린다. 젊은 배우들의 활력과는 어울리지만, 전체적인 톤과는 따로 논다. (특히 엔딩과의 오션파라다이스다운로드 미스매치는 크게 튄다.)
가장 큰 문제는 이 세계를 지탱해야 할 설계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유토피아의 뼈대를 건드려 새로운 구조물을 세웠지만, 그 구조물이 감당해야 할 논리·윤리·생존경제의 무게를 영화가 버티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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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물에서 가장 중요한 축은 ‘경제’다. 누가 무엇을 갖고 있고, 무엇을 얻기 위해 무엇을 잃어야 하는지, 그 교환이 어떻게 권력이 되고 갈등이 되는지.

그러나 영화는 이 기본 구조를 정교하게 쌓아 올리지 못한다. 어떤 인물은 극한의 손오공릴게임 위험을 감수해야만 생존에 필요한 것을 얻는 반면, 어떤 인물은 비현실적인 선택이 가능하고, 또 다른 인물들은 세계의 규칙과 엇박자가 나는 방식으로 움직인다. 불리하면 생략하고, 어려우면 단선화한다. 그 결과 이 세계는 스스로 선언한 ‘생존의 룰’을 스스로 설득하지 못한다.
이 불균형은 몇몇 인물들의 도덕적 위치를 다루는 방식에서 더욱 선명 손오공릴게임예시 해진다. 재난이라는 극한 상황에서는 인간의 선택이 잔혹해지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그러나 영화는 특정 인물을 단번에 ‘어둠’으로 규정하면서도, 그 어둠의 뿌리나 구조를 충분히 보여주지 않는다. 한 문장과 몇몇 장면으로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그 이미지가 곧 캐릭터의 전부가 된다. 이는 악을 단순히 ‘부여’할 뿐, 세계가 그 악을 어떻게 만들어냈는지를 보여주지 못한다. 결국 세계는 가벼워지고, 인물은 얇아진다.
특히 빌런을 연기한 배우 정만식의 멘트는 이 문제를 정확히 드러낸다. 그는 자신의 캐릭터를 “조금 더 친숙한 악마, 현실에서 본 적 있는 사람처럼”이라고 설명했다. 전직 영업사원의 말솜씨, 부드럽게 경계를 푸는 태도, 평범한 얼굴 뒤에 숨어 있는 탐욕의 질감. 배우는 분명 ‘현실형 악’을 구축하려 했다.
하지만 영화가 요구하는 건 사실상 ‘세계의 최종 보스’ 같은 절대악이다. 배우는 입체적 악인을 만들고 있는데, 영화는 그에게 단선적 라벨을 씌운다. 이 충돌이 세계관의 균열을 더 넓힌다. 세계가 그린 것은 ‘일상적 악’이고, 연출이 보고 싶은 것은 ‘절대악’인데, 그 사이에는 설계도도, 논리도, 인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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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캐릭터는 이 세계의 약한 설계를 가장 선명하게 폭로한다. 각기 다른 생존 방식을 택한 두 소녀의 선택은 조건·환경·능력을 고려하면 충분히 설득력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영화는 이들을 대비의 장치로만 소비한다. 한 명은 더 큰 짐을 짊어진 희생의 얼굴로, 다른 한 명은 능동적 돌파의 얼굴로 그려지지만, 그 선택이 세계의 규칙·조건·논리와 맞물려 있는지는 설명되지 않는다. 능력이 있음에도 그 능력이 세계와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고, 선택의 이유는 단선적 이미지로 고정되면서 캐릭터의 진정성은 약해진다. 남녀의 대립은 커지고, 복수극·재난물·세대교체 드라마는 불협화음을 낸다.
이처럼 능력과 상황이 맞물리지 않는 선택들이 반복되며 캐릭터는 평면화되고, 세계는 더 가벼워진다. 재난물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 “이 인물이 왜 이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가”를 영화는 끝내 붙들지 않는다.
결국 세계관은 설정의 강도를 이기지 못해 스스로 붕괴한다. 기대했던 ‘확장판’이 아니라 ‘부적절하게 손본 증축물’을 보는 기분이다.
물론 미덕은 있다. 젊은 배우들의 생존 에너지, 통조림 화폐 체제와 층간 계급 구조라는 신선한 발상, 지옥 같은 상황 속에서도 어떻게든 살아보려는 청춘들의 분투. 이 요소들은 분명 작품이 가진 가능성과 잠재력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 가능성을 세계로 묶어낼 힘, 지탱해낼 설계, 논리를 구축해낼 토대가 없다는 것이 더 큰 아쉬움이다.
결국 이 영화는 설정만 남고, 세계는 지워진다. 유토피아의 뼈대를 건드렸지만 완성된 것은 그보다 못한, 흔들리는 마켓의 잔해뿐이었다. 추신, 주인장 바뀐 티가 너무 나네요. 기자 admin@gamemong.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