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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신계 북부 타이포의 주거단지 ‘웡 푹 코트’에서 지난 11월 26일(현지시간) 화염과 짙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홍콩에서 초대형 불이 났다. 사망자가 150명이 넘고 주변 체육관 등에는 이재민 대피소들이 생겼다. 말 그대로 재난이다. 공사를 하면서 외벽에 대나무 비계를 덧댄 것, 창문을 스티로폼으로 밀폐한 것 등 안전 불감증을 보여주는 정황이 나왔고, 당국은 아파트 관리회사 직원들을 살인 혐의로 수사 중이다. 세계 어디서나 대형사고가 일어나면 늘 드러나는 패턴이다. 그런데 이번 화재는 야마토연타 보기만 해도 아찔한 홍콩의 빽빽한 고층 아파트들의 이미지와 맞물리면서 ‘올 것이 왔다’는 우울한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홍콩은 왜 그런 도시가 됐을까.
홍콩 면적이 1114㎢이고 약 750만명이 살고 있으니, 600㎢ 남짓에 약 930만명이 사는 서울에 비하면 인구밀도가 외려 낮다. 그런데도 홍콩의 주거지역은 유난히 밀도가 높은 것으로 유명 바다이야기슬롯 하다. 이번 같은 대형 화재는 처음이지만 화재 사망자는 2024년 33명, 2023년 31명으로 계속 있었다.
전체 면적의 75% 공원·산지
공간 제약 때문에 홍콩의 집들은 거의 다 아파트 형태다. 홍콩 주택 제도는 민간 부동산과 대규모 공공임대주택 제도라는 두 축으로 이뤄져 있다. 정부 주택관리국이 운영하는 공공주택은 사아다쿨 신청하면 5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 홍콩프리프레스 보도에 따르면 틴슈이와이 지역의 공공임대주택에 살다가 쫓겨나게 된 어머니와 아들이 몇 달 만인 지난 9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도 있었다. 모자 모두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는데 당국이 ‘자산 신고를 성실히 하지 않았다’며 퇴거 명령을 내린 것이다. 이의 제기도 받아들여지지 않자 목숨을 끊었다. 빈민 주거 실 사이다쿨바다이야기게임 태와 관료적 일처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
공동주택은 모자라고, 민간 아파트는 비싸다. 럭셔리 맨션이 아니고서는 대개 비싸면서도 좁고 열악하다. 한 조사에서 2019년 신축 주택 13%가 24m²(7평)도 안 되는 ‘나노 플랫’으로 드러났다. 불법 건축과 무단 개발도 판을 친다. 아파트 한 채를 쪼개 여러 가구가 살거나 건물 옥상에 무허가 쿨사이다릴게임 판잣집을 짓고 사는 식이다. 지난해 12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보도를 보면 당국이 조사한 지역의 주택 절반에 불법 건축물이 딸려 있었다. 전체 주거용 부동산의 약 25%는 불법 개조로 추가 공간을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침대 하나 달랑 놓을 수 있는 크기인 촹웨이위숴(牀位寓所·침대방), 룽우(籠屋·가축 우리), 관차이팡(棺材房·관짝방)… 이런 좁다란 방들을 부르는 이름도 가지가지다.



홍콩 신계 북부 타이포의 주거단지 ‘웡 푹 코트’ 화재로 대피한 이재민이 지난 11월 27일(현지시간) 인근 쇼핑몰에서 이어붙인 의자를 침대 삼아 쪽잠을 자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런데도 비싼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거론된다. 예를 들면 새집을 입찰 방식으로 파는데 최고 입찰가를 공개 안 하는 불투명한 판매제도, 개발업자들이 중개업자에게 리베이트 주며 가격을 인위적으로 부풀리는 관행 등.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은 제한된 토지에서 이리 떼고 저리 떼고 남는 구역에만 집을 지어야 하는 토지 공급 정책일 가능성이 크다.
홍콩 면적의 75%는 국가공원이나 산악지대여서 건물을 못 짓는다. 거기에 나머지 땅에서 5% 정도는 1972년 도입된 소형 주택 정책(Small House Policy)을 적용받는다. 영국이 홍콩을 식민지로 삼았던 1898년 당시 홍콩 신계지구에 살았던 이들의 후손인 ‘원주민 남성’에게는 3층 이하 집을 짓는 조건으로 보조금을 줬다. 당초에는 식민당국이 홍콩인들의 저항을 무마하고 농촌 주택을 개량하도록 유도하려는 목적이 컸다. 하지만 땅이 모자라게 되면서 지속 불가능한 정책이 돼가고 있다. 그런데 민심이 돌아설까봐 정책을 지금껏 폐기하지 못했다.
국유지·종중 토지 등 노는 땅 많아
그 외에도 유휴지가 많다. ‘초통 랜드’라 불리는 종중 토지, 문중 토지도 그런 예다. 홍콩 전체 면적의 2~3%가 이렇게 묶여 있다. 국유지와 마을 공동소유 토지 중에도 노는 땅이 적잖다. 또 하나는 중국 인민해방군 소유의 땅이다. 홍콩 전역 약 2740㏊, 2.4%를 차지한다. 그 대부분은 칭샨사격장 부지인데 실제론 상당 면적이 홍콩인들이 보기엔 ‘노는 땅’이다. 게다가 대형 개발업자들이 빈 농지를 대거 사들여서 1000㏊ 정도를 나중에 개발하려고 보유만 하고 있다고 한다.
당국은 늘 집값을 낮추고 주거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주택 가격을 높게 유지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닌가 의심하는 이들이 많다. 토지거래가를 바탕으로 정부가 인지세를 받기 때문에 재정과 집값이 직결되는 탓이다. 최근 몇 년간 주택 관련 수입은 전체 정부 수입의 27.4%에서 42.0% 사이를 오갔다. 토지 관련 수입은 법적으로 인프라 투자나 주택 건설에만 쓸 수 있게 돼 있어서 자본공사 적립기금(CWRF)을 만들어 비축한다. 또 집값을 안정시킨다면서 정부가 주거용·상업용 토지를 매각하곤 하는데 낙찰가를 공개하지 않고, 가격이 낮으면 매각을 중단한 전례가 많다. 그러니 당국이 땅장사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또 개발업자들과 부동산 중개업체들은 담합해서 가격을 높게 유지하고, 정부의 투기 억제조치를 무산시키기 일쑤다. 예를 들면 2023년 11월에는 미들랜드홀딩스, 센털라인 두 회사가 중개수수료율을 담합했다가 당국에 적발됐다.
중국 중앙정부는 뭘 하고 있을까. 1997년 홍콩이 중국으로 귀속된 뒤, 공산당 관리들과 그 일가붙이들이 홍콩에 부동산 투자를 했다가 적발된 사례가 부지기수다. 홍콩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다. 홍콩 의회인 입법회 의원 중에 부동산 업계 로비조직들과 손잡은 이들이 당국의 투기 억제조치를 방해한 적이 많았다. 법무장관을 지낸 테레사 청 부부조차 부동산 투기 뒤 탈세를 했다가 논란을 빚었을 정도다.
생활 문제, 특히 주거 문제는 홍콩의 정치적 불안을 일으키는 근본 원인으로 늘 지목된다. 2019~2020년 중국 정부가 보안법을 만들어서 홍콩을 옥죄려 하자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민들이 거리로 나섰다. 그 밑에는 열악한 주거환경을 비롯해 점점 나빠져 가는 홍콩 경제 상황이 불만의 저변에 깔려 있었다는 분석이 많았다. 아이러니한 것은, 주로 중국 언론이 이런 분석을 많이 내놨다는 점이다. 민주주의 요구보다 ‘경제적 요구’ 쪽으로 시위를 해석하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그렇다고 영 틀린 분석은 아니다. 다만 저 논리대로라면 홍콩 당국의 정책 주안점은 주민들이 더 낫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데 맞춰져야 한다. 그런데 정작 당국이 제일 신경 쓰는 것은 베이징에 대한 반발을 억누르는 일인 듯하다. 행정수반인 리자차오 행정장관이 지난 9월 연례 정책 연설을 했다. 원래 행정장관 정책연설은 매년 10월에 나왔는데 올해엔 앞당겼다. 12월 7일 입법회 선거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책 토론할 시간을 충분히 갖도록 하기 위해서 일찍 발표했다고 당국은 설명했다. 리 장관은 2022년 7월부터 재임했으니 5년 임기 중 절반이 지나갔고 2027년 재선을 노리고 있다. 올해 정책연설 보고서를 보면 1장이 ‘주민 생활을 위한 개혁’이고 2장은 ‘일국양제의 신속하고 성공적인 구현’이었다. 홍콩 시민들의 반발을 강경 진압하고 홍콩 귀속 시 약속한 일국양제를 사실상 베이징 정부가 무너뜨린 판에, 일국양제를 ‘성공적으로’ 구현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이 챕터에서 강조한 것은 ‘애국자가 통치하는 홍콩’과 ‘애국적 교육’이었다. 중앙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이들은 비애국자로 몰아 배제하고 중국 민족주의를 고취시키겠다는 뜻이다.



12월 1일(현지시간) 홍콩 신계 북부 타이포의 ‘웡 푹 코트’ 주거단지 인근에 마련된 임시 추모소에서 시민들이 화재 참사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기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대형 참사 후 변화 가져올 수 있을까
2020년 시위가 진압된 뒤 홍콩의 정치적 자유는 거의 사라졌다. 2021년 3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는 홍콩 선거제도 전면 개편안을 통과시켰고, ‘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이라는 원칙에 따라 그해 선거부터 ‘애국자만’ 출마할 수 있게 했다. 홍콩 내 최대 민주주의 세력이었던 민주당, 공민당, 사회민주연합은 해산됐다. 중도로 볼 수 있는 PoD 연구소, 라운드테이블 같은 몇몇 정치조직은 2021년 선거에서 몇 안 되는 의석을 얻어 명맥을 유지했는데 올해는 그들이 설 자리도 없어졌다. 총 161명이 출마하는데 그중 26명은 홍콩 최대 친베이징 정당인 민주건항협진연맹(DAB) 소속이다. 이어서 홍콩공회연합회(FTU)와 홍콩경제인연합(BPA)이 각각 16명과 14명의 후보를 내세웠다. 출마하려면 복잡한 지명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중도 그룹들조차 후보를 내기 힘들어졌고, 유권자들의 선택지에는 친베이징 후보들만 남게 됐다. 당국은 선거를 앞두고 이미 반정부 활동가 수십명을 체포했다. 해외로 망명한 민주화 활동가 앨런 쿵, 퉁 와이훙에게도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시진핑 주석은 화재 당일 저녁 성명을 내서 사망자들에게 애도를 표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라”고 지시했다. 아무리 결과는 ‘답정너’라지만 선거를 코앞에 두고 대형 사고가 났으니 민심은 흉흉할 수밖에 없다. 화재 참사는 홍콩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과 공공안전 시스템의 허점을 드러냈고, 사고 다음 날부터 불만을 표출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조금씩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홍콩 언론의 보도는 홍콩 행정체계 전반보다는 주택안전관리나 응급 대응 같은 세부적인 문제에 맞춰져 있고, 분노한 시민들의 여론을 담기엔 선거의 한계가 너무 크다.
1950년대 홍콩에서는 본토에서 건너오는 이들이 늘면서 스쿼터(squatter·寮屋)라 불리는 슬럼이 생겨났다. 스쿼터에 화재가 잇따랐던 것이 공공 주택단지를 만들게 된 중요한 배경이었다. 이번 참사도 홍콩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리 장관은 12월 2일 화재 참사를 조사할 ‘독립 조사위원회’를 만들 것을 지시했다. 또 개혁의 핵심 파트너가 될 의원들을 뽑는 게 중요하다며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같은 날 민주진영 정치조직 민주민생협진회 회장을 지낸 류청리 변호사 등은 ‘고층 건물 보수정책’에 관한 기자회견을 열고 타이포 화재 대처와 조사위 설치에 대해 의견을 낼 예정이었으나, 갑자기 경찰 ‘관련 부서’의 통보를 받고 기자회견을 취소했다고 밍바오 등이 보도했다. 류 변호사는 경찰의 ‘면담 요청’에 따라 연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은 연기에 휩싸인 홍콩의 현실이다.
구정은 국제 전문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