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go !! 바로가기 go !!

[편집자주] 기후변화는 인류의 위기다. 이제 모두의 '조별 과제'가 된 이 문제는 때로 막막하고 자주 어렵다. 우리는 각자 무얼 할 수 있을까. 문화 속 기후·환경 이야기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끌고, 나아갈 바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호주에 본사를 둔 다국적 건축사 '우즈 베이곳'(Woods Bagot)의 중국 디자인팀이 만든 설치작품 '파도'(WAVE) ⓒ 뉴스1


(옌타이=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중국 상하이의 번화가 신톈디(신천지) 중심부에는 거대한 파도가 설치됐다. 호주에 본사를 둔 다국적 건축사 '우즈 베이곳'(Woods Bagot)의 중국 디자인팀이 만든 설치작품 '파도'(WAVE)로, 기후 위기를 숫자가 아닌 감각으로 체험하게 하는 공간 실험이다.
사람들은 쇼핑몰 한가운데 놓인 종이 구조물 위에 앉거나 기대며 휴식을 취하지만, 위층에서 내려다보면 그 장면은 하나의 막대그래프가 된다. 각 모듈의 높이는 2015년 이후 연도별로 상승한 해수면의 수치를 반영해, 인간의 일상이 곧 데이터가 되는 구조로 설계됐다.
이 작품은 2023년 4월 상하이 푸둥 도서관에서 열린 '10인의 디자이너가 제안하는 10가지 지속 가능 해법 전시'(10×10 Sustainable Sol utions)에서 처음 공개됐다. 같은 해 9월 '기후를 위한 동참'(2gether for Climate) 전시를 위해 신톈디 쇼핑센터로 옮겨졌다.
제작 역시 탄소발자국을 생각했는데, 해양 쓰레기에서 회수한 어망으로 만든 저탄소 카펫 위에, 재활용 골판지 20개를 파도 형태로 세워 구성했다.
관객은 저마다 다른 높이의 구 조물에 앉거나 누울 때마다 계속 높아지는 각도를 느낄 수 있다. 쉼터로 구성했지만, 마음이 내내 편하지 않은 의자다.
'파도' 전시는 단순한 시각적 메시지에 그치지 않는다. 건축업계의 자기반성이 담긴 프로젝트다. 건축·건설 부문은 전 세계 탄소배출의 약 40%를 차지한다는 지적 아래, 우즈 베이곳은 "우리 산업이 스스로 기후 위기에 응답해 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담았다.
이 작품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비가시적 가치가 더 클 수밖에 없는 게, 파도가 해안에 부딪혀 사라지듯이, 작품 '파도' 역시 각 전시가 끝날 때마다 모두 분해돼 재활용된다. 작품 자체가 '일회성 전시'가 아니라, 순환과 재사용을 실천하는 구조물이라는 점이 강조하고 있다.
도시와 바다가 맞닿은 상하이의 '파도'는 관객이 기후 위기를 몸으로 느끼게 만든다. 사람들은 잠시 쉬러 들렀다 가도, 자신이 앉은 위치가 '지구의 해수면 상승 곡선' 위임을 깨닫는다. 편안히 기대앉은 순간조차 불안정한 이유다. 상하이 신톈디의 '파도'는 그 불편함으로 묻는다. 다음은 도시의 어디가, 얼마큼 차오를 것인가.



황덕현 경제부 기후환경전문기자 2025.10.13/뉴스1 ⓒ News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ac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