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명문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 때마다 ‘정통 유럽 사운드’ 같은 말을 듣는다. 하지만 이는 절반만 맞는 말이다. 21세기 들어서 명문 악단들도 세계화하면서 단원들 국적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가을 베를린 필하모닉과 빈 필하모닉을 필두로 쏟아지는 해외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에도 어김없이 한국과 한국계 단원들이 함께한다. 이 악단들의 사운드에도 한국 단원들의 손길과 숨결이 녹아 있는 셈이다. 우선 11월 18~20일 예술의전당에서 사흘간 연주하는 빈 필하모닉에는 한국계 미국 바이올리니스트 해나 조(한국명 조수진·31)씨가 단원으로 합류한다. 183년 역사의 이 명문 악단에서 한국계 연주자가 정식 단원이 되 조권 기는 처음이다. 서울에서 태어난 해나 조씨는 세 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배웠고, 미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공부했다. 2019년 젊은 단원들의 교육과 실습을 전담하는 빈 필하모닉의 아카데미에 들어간 뒤 2022년 빈 슈타츠오퍼(국립오페라극장)에 입단했다. 내한 공연도 올해가 다섯 번째다. 빈 필하모닉은 빈 슈타츠오퍼에서 3년 이상 재직한 단원 햇살론추가대출 가운데 선발하는 독특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해나 조는 최근 서면 인터뷰에서 “매일 밤 오페라극장에서 연주하는 것이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쉽지는 않았지만, 공연 준비를 위해 연습과 휴식, 엄격한 자기 관리 사이에서 조화와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결국 단원 투표로 지난달 빈 필의 정식 단원이 됐다. 그는 “빈 필하모닉은 따뜻하면 취업면접학원 서도 깊이 있는 소리를 갖고 있으며 굉장히 유연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 단순히 기교를 넘어서 세대를 거쳐서 전해진 ‘소리의 철학’을 이어간다”고 했다. 빈 필에 해나 조가 있다면, 다음 달 7~9일 내한하는 베를린 필에는 한국 비올리스트 박경민(35)씨가 있다. 역시 서울 출생인 그는 빈 국립 음대와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음 지하철 8호선 연장 대에서 수학했다. 2013년 독일 뮌헨 ARD 콩쿠르 2위에 입상한 뒤 2019년부터 베를린 필 단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서면 인터뷰에서 “베를린 필의 전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1933~2014)가 암 투병 중이던 지난 2008년 객원 연주자로 베를린 필 무대에 처음으로 함께 섰다”고 했다. 그는 “체구가 작은 지휘자의 동작 하나, 눈빛 하나에서도 개인신용등급조회정보 거대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연주회가 끝난 뒤 무대 뒤로 들어가면서 이 악단에 들어가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한국과 한국계 단원이 늘어나는 이유는 뭘까. 우선 21세기 세계 오케스트라의 화두 가운데 하나가 세계화다. 베를린 필은 지난 2003년 당시 17세였던 베네수엘라 출신 더블베이스 연주자 에딕손 루이스가 최연소 입단하는 등 단원들의 연령과 국적도 다양해지고 있다. 푸르트벵글러와 카라얀 시절의 ‘정통 독일 사운드’를 기억하는 세계 음악 팬들에게는 상전벽해(桑田碧海)와도 같은 변화였다. 지난 2011년 당시 베를린 필 지휘자 사이먼 래틀은 본지 인터뷰에서 “베를린 필 단원들도 점차 세계 지도와 닮아간다”며 웃었다. 당시 단원들 국적은 25국이었으며 지난해는 30여 곳으로 늘었다. 박경민씨도 “베를린 필은 나이와 출신 국가보다는 ‘연주로 무엇을 증명할 수 있는가’를 묻는 곳이며 모든 것을 소리로 말한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한국 단원들이 전통적 강세를 보였던 현악뿐 아니라 목금관과 타악까지 진출 분야도 다변화하고 있다. 22일 롯데콘서트홀과 23일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내한 공연을 갖는 독일 함부르크의 NDR(북독일방송) 엘프 필하모니 오케스트라가 대표적이다. 이 악단의 플루트 수석인 한여진(24)씨는 뮌헨 음대에서 공부한 뒤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를 거쳐 2023년 이 악단의 수석으로 옮겼다. 스포츠 선수들이 해외 명문 구단으로 이적하는 것처럼 연주자들도 악단을 옮기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한씨는 서면 인터뷰에서 “방송 오케스트라는 라디오나 생방송으로 연주가 송출되는 특성상, 깨끗하고 깔끔한 처리를 놓치지 않는다. 또한 풍성한 사운드와 에너지도 인상적”이라고 했다. 한국과 한국계 단원들의 해외 진출이 늘다 보니, 최근에는 외국 명문 악단의 전현직 단원들이 국내에서 별도 앙상블을 결성하기도 한다.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중심이 된 ‘고잉 홈 프로젝트’ 오케스트라와 독일 뮌헨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 수석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이지혜(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발트 앙상블’ 등이 대표적이다. 음악 칼럼니스트 한정호씨는 “최근 국내 음악 교육도 독주자 중심에서 실내악이나 교향악 같은 다양한 분야로 넓어지면서 향후 해외 진출이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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