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인천문화재단 트라이보울에서 열린 '2025 트라이보울 클래식 페스티벌' 현장. 전시장에 마련된 크리스마스 마켓에 관객들이 붐비고 있다. 박예지기자





21일, '2025 트라이보울 클래식 페스티벌' 이틀 일정 중 마지막 날. 늦은 오전, 중부일보가 찾은 트라이보울 현장에는 겨울 초입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훈훈한 온기가 감돌았다. 이날 첫 공연이 시작되기 전부터 웃음 띤 관객들의 발길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어린 자녀들과 함께한 가족 단위 관람객부터 연말 분위기를 즐 바다이야기슬롯 기려는 연인, 클래식 공연에 익숙해 보이는 중장년층까지 관객층은 다양했다. 이들은 입구 앞에 마련된 포토존에서부터 저마다의 추억을 남기고 있었다.

트라이보울 내부 전시장에는 아트마켓·참여형 전시·커뮤니티 프로그램이 연계된 '크리스마스 마켓'이 운영되고 있었다. 인천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지역 예술가들이 주축이 돼 기획한 바다이야기슬롯 이 마켓에는 인천 지역에서 운영되는 북카페와 소품샵 등이 다수 참여했다. 마켓 곳곳에는 오래 기억에 남을 연말의 추억을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코너들이 마련돼 있었다.




21일 트라이보울 크리스마스 마켓의 참여형 전시 '당신에게 남기는 문장들'의 모습. 관 릴게임가입머니 객들의 신년 소망이 적힌 엽서들이 전시장 난간을 빼곡히 채웠다. 박예지기자


특히 이날 마켓 코너 중 가장 큰 인기를 끈 것은 '당신에게 남기는 문장들'이었다. 이 전시는 익명의 사람들이 서로에게 편지를 남기는 릴레이 형식의 참여형 설치 작품으로, 관객들이 남긴 엽서가 리본에 묶여 전시장 난간에 걸리 야마토게임방법 며 완성되는 방식이다.
엽서 속에는 관객들의 새해 소망이 가득 담겨 있었다. 내년에도 서로와 가족 모두가 행복하고 건강하길 바라는 메시지들이 빼곡히 난간을 채우고 있었다.
이어 낮 공연으로 열린 '조은아의 플레이리스트 : 사랑은 이렇게 노래한다'는 유성호 피아니스트의 연주로 막을 올렸다.
유 피아니스트는 10원야마토게임 차이코프스키의 사계 중 '12월?크리스마스'를 연주했다. 이 곡은 차이코프스키가 한 음악 월간지의 위촉을 받아 1년 동안 매달 한 곡씩 작곡한 작품들 가운데 마지막 곡이다. 사계절의 대미를 장식하는 곡으로, 송년의 설렘과 평화로운 축제 분위기가 돋보인다. 유 피아니스트의 유려하면서도 섬세한 연주는 관객들을 단숨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연주가 끝난 뒤, 이날 공연의 기획자이자 해설자인 조은아 피아니스트가 무대에 오르며 조명이 밝아졌다. 마치 꿈에서 깨어나는 듯한 순간이었다. 조 피아니스트는 나긋한 목소리로 관객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공연의 개요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날 공연은 조 피아니스트가 직접 선곡한 곡들로 꾸며졌다. 그는 사랑이라는 주제 중에서도 이성 간의 사랑에 초점을 맞춰,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사랑의 감정을 전할 수 있는 음악들을 엄선했다고 설명했다.
?




21일 트라이보울에서 이혜지 소프라노가 유성호 피아니스트의 연주에 맞춰 열창하고 있다. 박예기기자.


잠시의 설명 후, 이혜지 소프라노가 무대에 섰다. 열정적인 장미꽃을 연상시키는 붉은색의 풍성한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그는 프랑스 작곡가 에릭 사티의 '그대를 원해'를 열창했다.
이 곡은 에릭 사티가 평생 단 한 번 사랑에 빠졌던 여인에게 바치는 사랑의 편지로, 샹송풍의 3/4박자 춤곡이다. 그 여인은 몽마르트 화가들의 뮤즈로 통했던 수잔 발라동으로, 사티는 한 시대를 풍미한 팜므파탈이었던 그녀에게 직설적인 가사로 사랑을 고백했다.

이 소프라노는 부드러우면서도 무게감 있는 목소리로 곡에 담긴 감정을 관객들에게 충분히 전달했다.
?




21일 트라이보울에서 김정훈 테너가 유정호 피아니스트의 연주에 맞춰 열창하고 있다. 박예지기자


이어 무대에 오른 김정훈 테너는 에르네스토 데 쿠르티스의 '나를 잊지 말아요'를 불렀다. 이 곡은 이탈리아 가곡으로, 영화 '물망초'의 OST로 삽입되며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물망초의 꽃말이 '나를 잊지 말아요'인 만큼, 이 곡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영원히 자신을 잊지 말아 달라는 간절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김 테너는 풍부한 성량으로 장내를 압도하는 동시에, 그리움과 애틋함이 담긴 가삿말을 섬세하게 표현해 관객들의 큰 박수를 이끌어냈다.
사랑의 정열과 애틋함을 표현한 곡들에 이어, 사랑의 쌉쌀한 맛을 담은 연주곡이 이어졌다. 다시 홀로 무대에 오른 유 피아니스트는 프란츠 크라이슬러의 '사랑의 슬픔'을 연주했다.

이 곡은 원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합주곡으로 작곡됐으나, 크라이슬러의 절친한 친구였던 피아니스트 라흐마니노프가 화려한 콘서트용 피아노 연주곡으로 편곡했다. 우아한 왈츠 리듬을 띠면서도 늘어지지 않는 템포 속에서, 깊은 슬픔보다는 사랑의 쓴맛과 단맛의 경계를 오가는 절제된 감정을 표현한 작품이다.
?




실제 성악가 부부인 이혜지 소프라노와 김정훈 테너가 무대 위에서 어린 연인을 연기하며 무대를 펼치고 있다. 박예지기자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이 소프라노와 김 테너가 함께한 무대였다. 두 성악가가 대학 시절 만나 11년간 결혼 생활을 이어온 부부라는 사실이 소개되자, 객석에서는 놀라움 섞인 탄성이 터져 나왔다. 두 성악가는 실제 부부인 만큼 연인의 모습을 노련하게 연기하며 관객들의 몰입도를 한층 끌어올렸다. 이들은 유 피아니스트의 연주에 맞춰 지아코모 푸치니의 '그대의 찬손', '내 이름은 미미', '오 사랑스런 아가씨'를 열창했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트라이보울의 훈훈한 열기는 쉽게 식지 않았다.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은 두 성악가와 함께 사진을 찍거나, 다시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올라가 여운을 이어가는 모습이었다.
?
박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