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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이 영글어 가는 풍요로운 가을 저녁인 추석(秋夕), 오곡백과는 물론이며 심지어 달도 여문다. 높고도 깊은 하늘에 어느새 큼지막하게 둥근 월광을 드리우는 추석이 달포 앞으로 다가왔다.
대대로 추석의 달을 으뜸으로 쳤다. 음력을 따르는 이는 물론, 서양에서도 유난히 커다랗게 맺는 추분 직후의 보름달을 추수 달(Harvest Moon), 사냥 달(Hunter’s Moon)이라 해서 특별히 여겼다. 이 시기에 뜨는 달은 일몰 이후 바로 떠오르고 유난히 밝기 때문에 날이 저물어도 수확과 수렵을 이어갈 수 있는 까닭이다. 낮과 밤의 길이가 똑같은 날인 추분(autumn equinox)은 북반구에서 보통 회사 9월 22~24일이기에 올해 추석은 서양권의 추수 달, 사냥 달과 겹친다.
이날을 기점으로 점차 밤이 길어지는 마지막 보름을 기념하기 위해 중세 유럽에선 달빛 아래 춤을 추며 축제를 벌여왔다고 한다. 인공조명이라곤 횃불이 유일하던 시절, 달빛만이 유일한 야외 조명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마을 광장에 모여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수확의 즐거 신한카드연체금 움을 누렸다. 우리의 추석과도 비슷한 부분이다.
달걀노른자로 달을 표현한 제주 우동카덴의 쓰키미우동.
우리는 여전히 민족 최대 축제로 추석을 즐기고 있는 반면, 유럽에선 보름달 아래 즐기는 축제의 풍습이 희미해져 갔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로고 다. 현대 스페인 이비사(Ibiza), 태국 꼬팡안(Koh Phangan) 등에서 보름날 펼치는 만월 파티(full moon party)와는 그리 상관이 없다는 얘기.
다만 인류는 달을 보면 공통적으로 풍요 또는 식욕을 떠올리는 까닭일까. 달을 닮은 음식은 세계 곳곳에서 여전히 만들어 먹고 있다. 둥근 달에 소원을 비는 풍습은 쉽게 찾아볼 저축은행군인대출 수 있다. 인간에게 해는 감히 쳐다볼 수도 없는 경외의 대상이니 소원은 해보다 친근한 달에 빈다. 오랫동안 마주할 수 있고 사라졌다가도 무한히 생겨나는 생산의 상징이었다. 민초들은 달 밑에서 강강술래를 했고 시인 가객도 달을 노래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시인 이백과 가수 김현철은 어여쁜 달을 노래했다.
가장 큰 달이 뜨는 한가위를 앞두고 미국채무불이행 달을 빼닮은 음식 이야기를 꺼내본다. 언뜻 먼저 생각나는 것은 바로 우리 송편이다. 한국의 대표적 달 음식이 송편이다. 귀한 쌀로 달을 본떠 떡을 빚었는데 송편은 반달 모양이다. 보름달을 향해 자라나는 ‘성장’에 대한 기원을 담고 있다.
쌀로 반죽을 빚고 그 안에 깨, 콩, 밤, 팥 등 다양한 소를 넣고 반달 모양으로 빚은 뒤 솔잎을 깔고 찐다. 아직 더운 시기라 부패 방지를 위해 넣은 솔잎이지만 떡에 배어든 그 향이 좋아 송편의 으뜸 매력으로 꼽힌다. 가을 솔잎의 피톤치드(테르펜) 효과를 이용할 수 있었던 선조들의 지혜다.
전남 영광군의 특산물인 모시잎 송편도 인기다. 영광 등 남도 일부 지방에선 향기로운 모시잎을 갈아 넣고 주먹만큼 커다란 송편을 빚는다. 향도 좋고 색도 고와 요즘 선물로 인기가 높다.
송편이 주로 반달 모양이라면 보름달을 닮기로는 제주도 달떡이 있다. 메밀이나 쌀로 빚은 달떡은 과연 보름달처럼 둥글넓적한 모양의 절편이다. 쌀(메밀)가루 반죽에 꿀을 넣거나 바른 다음 기름에 지져 만든다. 줄무늬 떡살을 찍기도 했다. 제주도에서도 추석날 차례상에 올릴 요량으로나 지었던 음식이다. 혼사나 회갑연 등 잔치에도 썼다. 재료도 많이 들고 손도 여럿 가는 까닭이다.
다른 지역에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잔칫상에 높이 괴는 둥그런 떡을 으레 달떡이라 불렀다. 고마운 달님은 이렇게 좋은 날 떡의 형태로 상에 올라 장수(長壽), 풍요 등 소원을 들어줬다.
서울 북창동의 화상 노포 융태행제과점의 월병.
달을 닮은 가장 유명한 음식이 중국에 있다. 중국의 추석인 중추절(中秋節)을 앞두고 어김없이 등장하는 월병(月餠)이다. 영어로도 달빵(moon cake)이란 뜻이다. 중국인들은 추석 즈음 둥근 달처럼 생긴 이 과자를 선물로 돌리며 가족, 이웃에게 정성을 나누고 고마움을 전했다.
월병의 형태인 만월(滿月)은 모두 함께 모인 가족을 상징하고, 겉면에 새긴 복(福) 자로 모두의 발복을 기원한다. 복 자 대신 토끼나 달을 새겨넣기도 하니 영락없는 달 음식이다. 지역, 아니 상점별로 다채로운 맛이 있다. 요즘은 바삭하게 구운 과자 안에 달콤한 팥을 비롯해 연씨 앙금, 계란노른자, 중국햄, 과일잼 등 정말 다양한 소가 들어간다.
일본에서는 추석을 따로 쇠지는 않지만 음력 8월 15일에 먹는 달맞이 음식, 쓰키미(月見) 단고가 있다. 쓰키미는 ‘달구경’이란 뜻이고 단고는 동글동글한 경단처럼 생긴 떡이다. 달처럼 동그랗고 새하얀 경단을 놓고 달맞이를 나선다.
단고 대신 동그란 달걀을 먹기도 한다. 뜨거운 국물 우동 한가운데에 달걀 반숙을 깨뜨려 넣고 이를 달이라 부르며 쓰키미 우동을 먹는다. 샛노란 노른자는 보름달과 똑 닮았거니와 뜨거운 국물이 당기는 가을밤 시기와도 제법 맞는다.
평상시에도 즐겨 먹는 메뉴인 다마고카케고항(卵かけご飯)도 쓰키미 시즌에 주로 챙겨 먹는다. 뜨거운 밥 위에 프라이 대신 날달걀을 깨뜨려 올리고 간장에 비벼 먹는데, 노른자가 딱 보름달 같은 모습이라 달맞이 음식으로 딱 맞는다.
이처럼 추석 보름달을 상징하는 음식을 두고 달구경으로 삼는 것은 오래된 풍습이지만, 모든 유행이 빨리 명멸하는 현대에도 여전히 중요하게 여기는 모양이다. 일본 맥도날드에서는 지난 1991년부터 동그란 달걀 프라이를 넣은 쓰키미 버거 시리즈를 9월 한정으로 출시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 4일부터 판매 중이다.
음력 8월 15일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한·중·일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는 뭐가 있을까. 미국 남부의 문 파이(Moon Pie)는 월병처럼 그리 오래되진 않았지만 그나마 100년이 넘었으니 미국 역사 속에선 꽤 장구한 이력을 자랑하는 과자다. 크래커 사이에 마시멜로를 바르고 초콜릿에 담근 과자로 광부들의 간식으로 개발됐다. 레시피만 슬쩍 들여다봐도 우리나라 제과업체의 초코파이와 비슷하니, 초코파이는 애초 달을 닮은 과자로 출발한 셈이다.
일본 맥도날드의 쓰키미 버거. 초승달 모양의 크루아상.
유럽에는 중국 월병에서 영감을 얻은 문 케이크(Moon cake)가 있다. 겉에 달 표면과 비슷한 문양을 새기고 속에는 초콜릿과 크림 등을 넣은 디저트다.
역사가 오래되기론 프랑스 크루아상(Croissant)이 있다. 이름조차 초승달이란 뜻이다. 17세기 오스만튀르크와의 전쟁에 이긴 기념으로 이슬람의 상징인 초승달 모양을 본떠 만들었다는 설 등 다양한 이야기가 있지만 공통적인 것은 초승달처럼 생겼다는 것. 하지만 요즘 크루아상 모양은 퉁퉁하니 제각각이다.
바삭하고 부드러운 크루아상은 식빵보다 달곰한 아침 빵으로 세계인의 조식을 일정 부분 책임지고 있는 ‘새벽의 달’이 됐다.
모양이 동그란 것은 주로 달과 연관 짓게 되는 모양. 이탈리아에선 소젖을 둥그렇게 굳힌 프로볼로네(Provolone) 치즈를 ‘달 치즈’라 부르기도 한다. 원래는 공 모양이고 자르면 단면이 정말 달처럼 보인다.
낙농업에 익숙한 서양 사람들은 울퉁불퉁하고 뽕뽕 구멍이 난 달이 치즈와 닮았다고 연상하는지, 클레이메이션 영화 ‘월레스와 그로밋’에는 달에 착륙한 주인공이 달 분화구를 잘라 빵에 끼워 먹는 장면이 나온다.
초승달을 상징으로 삼는 아랍권에도 당연히 달을 닮은 음식이 있다. 원래 이들은 사막성 기후라 무서운 해보다 어두운 밤을 밝히는 고마운 달을 사랑한다. 월병과 모양이나 재료가 비슷한 마물(Ma’amoul)은 이슬람권에서 라마단 이후 식사 등 특별한 날에 먹는 과자다. 무화과, 호두 등을 넣은 전통 과자로 보름달을 닮았다. 한편 튀르키예의 반달 모양 샌드 과자 ‘아이 쿠라비예’(Ay Kurabiye)는 아예 ‘달 쿠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휘영청 가을 하늘을 밝힐 보름달을 기다리며 달에 소중한 의미를 부여한다. 달이야 때가 되면 어김없이 떠오를 테지만 심술궂은 구름이 달맞이의 변수다. 하지만 밥상에서 만나는 달에 반가움을 전하면 될 테니. 놀고먹기연구소장
■ 어디서 맛볼까
◇ 송편= 만민떡집. 삼백(쌀, 소금, 눈)의 고장답게 모시잎 송편의 본향 전남 영광에는 정말 수많은 떡집이 있는데, 이 집 역시 다양한 전통떡을 취급하는 곳이다. 이 집의 모시잎 송편 역시 두툼하고 다양한 소를 넣는다. 흑임자깨, 거피동부(깐동부콩), 통팥, 참깨 등이 있는데 많이 달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겉 반죽에도 모시잎을 듬뿍 갈아 넣어 진한 녹색을 낸다. 영광읍에 본점, 군서면에 2호점이 있는데 온라인으로 주문해서 맛볼 수 있다. 물론 노을 좋은 영광에 가서 직접 사 먹으면 더 좋다. 전남 영광군 영광읍 옥당로 146-19.
◇ 월병= 융태행제과점. 개업한 지 무려 반백 년이 넘어가는 화상(華商) 제과 노포다. 명동 도향촌과 함께 월병으로 유명하다. 추석 선물 등 의미 없이 사다가 별미로 챙겨 먹기에도 매우 특별한 디저트다. 견과류(빨간색 상자), 대추(보라색 상자), 팥(녹색 상자) 등 3가지 월병을 판다. 내용에 따라 겉면에 팔보(八寶), 두사(豆沙) 등 이름이 새겨져 있다. 일반 밀가루 디저트보다 곡물 위주로 만들어 맛도 좋고 소화에도 부담스럽지 않다. 서울 중구 남대문로1길 26-9.
◇ 쓰키미 우동= 우동카덴. 달구경 ‘쓰키미(月見)’란 말이 어색해서인지 우리나라에 많은 일식당이 있지만 메뉴 이름으로는 잘 없다. 하지만 정작 찾아보면 집집마다 존재한다. 제주도 우동 맛집으로 소문난 우동카덴에도 있다. 날달걀 노른자와 참마를 갈아 올린 야마카케(山芋) 우동이 바로 쓰키미를 표현한 메뉴다. 달과 똑 닮은 달걀을 참마와 함께 휘휘 저어 먹는다. 부드러운 식감이 쫄깃한 면발과 잘 어울린다. 야마카케 우동과 카레우동, 튀김우동 등이 작은 그릇에 담겨 나오는 삼미우동을 주문하면 여러 맛을 단번에 즐길 수 있다. 마침 연휴도 길다. 제주 제주시 조천읍 교래3길 23.
◇ 크루아상= 나비빵집. 직접 구운 빵을 사러 사람들이 몰리는 수제빵집이다. 매일 직접 만드는 식빵, 바게트, 치아바타 등 주식 빵 중 부드럽고 포슬한 크루아상도 인기 메뉴다. 충분히 품은 버터 향이 좋아 그대로 먹어도 맛있고 잼이나 크림까지 바르면 더욱 호사스러운 맛을 즐길 수 있다. 슬쩍 휘어진 초승달 모양이 아니라 뚱뚱한 복어 모양이지만, 뭐 어떠랴. 어차피 때가 되면 초승달도 살이 찔 것을. 경기 고양시 덕양구 동송로 70 1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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