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반도체 등 국가 핵심 기술 유출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현행 법 체계만으로는 억지력이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10나노대 D램 핵심 공정 기술을 중국으로 빼돌린 전직 임직원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지면서다. 이들은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로 삼성전자의 D램 핵심 공정을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사진=곽영래 기자]


CXMT는 실제로 10나노대 D램 개 릴게임한국 발에 성공한 상태다. 검찰은 이번 기술 유출로 삼성전자의 연간 매출이 약 5조원 감소했고, 총 손해액은 수십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대만이었다면 ‘안보 위협’으로 기소
한국과 대만은 모두 반도체를 국가 주력 산업으로 삼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위상도 크다.
그러나 반도체 기술 릴게임모바일 이 해외로 유출됐을 때 이를 바라보는 시선과 처벌 방식은 극명하게 갈린다.
이번 D램 핵심기술 유출 사건이 대만에서 벌어졌다면, 국가안보 범죄로 기소됐을 가능성이 높다.
포커스타이완(Focus Taiwan), 타이페이타임스(Taipei Times) 등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대만 사법당국은 올해 반도체 핵심 기술 유출 릴게임예시 사건을 국가안보 범죄로 기소했다.
대만 국가안전법은 국가핵심기술의 해외 유출을 5년 이상 12년 이하 징역으로 규정하고 있다. 영업비밀법을 함께 적용할 경우 형량은 더 높아질 수 있다.
검찰은 피의자들에게 징역 7년에서 최대 14년을 구형했고, 법원은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를 이유로 전원 구속 수사 필요성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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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대만 16팹 외부 전경. [사진=TSMC]


한국은 여전히 산업 범죄 틀
한국에서 반도체 기술 유출은 주로 산업기술보호법이나 부정경쟁방지법으로 처벌된다. 법정형은 무겁지만 실제 판결에서는 집행 손오공릴게임예시 유예나 단기형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법원에 따르면 2021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으로 1심 판결이 내려진 33건 가운데 무죄와 집행유예가 87% 이상을 차지했다. 2022년 영업비밀 해외 유출 사건의 평균 형량은 14.9개월이었다.
‘솜방망이 처벌’ 비판이 커지자 사법부도 뒤늦게 대응에 나섰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2024년 3월 산업기술 유출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을 대폭 상향했다.
국가핵심기술의 해외 유출은 징역 9년에서 15년, 국내 유출은 최대 징역 6년에서 9년으로 권고 형량을 높였다.
양형 기준 강화가 실제 판결에 얼마나 반영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적용 대상은 여전히 산업기술보호법과 영업비밀 범죄에 머물러 있어, 기술 유출을 안보 범죄로 직접 규정한 대만과는 결이 다르다는 평가다.
‘적국’에서 ‘외국’으로…간첩법 개정의 의미와 한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간첩법(형법 98조) 개정안은 기존에 ‘적국’을 사실상 북한으로 한정했던 적용 범위를 ‘외국 및 외국 단체’로 확대한 것이 핵심이다.
외국 정부나 단체의 지령·사주 아래 국가기밀을 탐지·수집·누설·전달한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삼는다.
다만 보호 범위는 여전히 국가기밀에 한정돼 있다. 반도체 공정·설계·제조 기술처럼 국가 경쟁력의 핵심을 이루는 산업기밀과 영업비밀은 직접적인 처벌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외국을 위한 기술 유출이라 하더라도 국가기밀로 인정되지 않으면 간첩죄 적용은 어렵다는 의미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경제간첩의 활동과 입법적 대응' 정책토론회에서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왼쪽)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지은 기자]


“기술 유출은 구조적 문제”…경제간첩법 필요성
국내 통계는 처벌의 한계를 더 분명히 보여준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2대 국회 입법정책 가이드북’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자료를 인용해, 최근 5년간 산업기술 및 국가핵심기술 해외 유출 적발 건수가 96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입법조사처는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등 국가핵심기술이 유출될 경우 국가 경제안보에 중대한 위협이 된다며 강력한 제재와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전문가들은 간첩법 개정이 기술 유출 대응의 출발점이라면, 다음 단계는 첨단기술 유출을 명시적으로 안보 범죄로 규정하는 입법이라고 본다.
홍준호 성신여대 교수는 국회에서 열린 '경제간첩' 관련 세미나에서 “최근 기술 유출은 개인 일탈이 아니라 중국 자본의 인수합병(M&A), 고액 연봉을 앞세운 인력 스카우트 등 구조적인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산업기술 유출을 여전히 기업 범죄로만 다루는 한 대응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반도체 같은 국가핵심기술은 유출되는 순간 상대국의 산업 경쟁력을 직접 키워주는 결과로 이어진다”며 “기술 보호를 기업의 책임에 맡길 것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안보 문제로 격상해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