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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8-06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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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년 기온을 웃도는 무더운 날씨. 온 나라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었다. 배낭을 짊어지고 문 밖을 나서기가 두려울 정도였다. '댕댕이' 캠핑을 가자고 조르던 김정미는 살인적인 무더위에 반려견 쵸코를 집에 두고 오기로 했다. 김효주는 필드를 좋아하는 반려견 '람보'를 위해 고생을 감수했다. 오랜만에 이웅현 오빠도 합류했다.
7월이면 지천으로 널린 야생화가 만개하는 하화도로 향했다. 하화도는 여수에서 서남쪽으로 22km 지점에 있다. 예로부터 꽃이 많아 꽃섬花島이라 불렸는데, 근접한 두 개의 섬 중 아래쪽에 위치옵션매수
해 하화도라고 한다. 진달래, 유채꽃, 구절초, 원추리, 동백꽃 등 계절마다 다양한 꽃이 만발하는 꽃섬 길은 해안선을 따라 총 5.7km 정도 이어진다.
평일이라 그런지 여수 백야도 백야선착장은 한산했다. 배낭을 멘 백패커는 우리뿐이었다. 배시간을 맞추기 위해 전날 퇴근 후 출발해 새벽녘 여수에 도착, 선착장 근처에서 3시간 정도 쪽잠을백경게임
잤다. 새벽부터 서두른 탓에 피곤함이 몰려왔다. 2층 대합실로 들어갔다. 신발을 벗고 방 위에 발을 내딛는 순간 재빠르게 발을 뗐다.
백야선착장 인근에 위치한 데크. 장거리 운전으로 한밤중에 도착했다. 하화도로 가는 배시간을 맞추기 위해 잠시 텐트를 펴고 휴식을 취했다.3천만원투자
(취사 금지)
맙소사. 이 더위에 온돌방이 데워지고 있었다. 발 빠른 효주가 냉큼 올라가 보일러의 전원을 껐다. 아직 데워지지 않는 한구석에 골라 앉았다. 이른 아침부터 케이지 백에 갇혀 있던 람보는 불편할 만도 한데, 짖지도 않고 망사 너머로 맑은 눈동자를 동그랗게 뜬 채 낯선 공간을 탐색하고 있증권스쿨
었다. 사람이 없으니, 망사 뚜껑 정도는 열어 줘도 될 것 같았다. 효주의 우려와는 달리 람보는 주먹만 한 얼굴을 빼꼼 내밀어 둘러보더니 이내 안으로 들어갔다. 밖으로 나올 생각은 없어 보였다. 매사에 본인 스스로에게 엄격한 효주 손에서 자랐으니, 공공장소에서 얌전한 건 당연했다.
배는 금세 하화도선착장에 닿았다. 이번엔 힐링 캠핑답게 한국철강 주식
음식은 따로 준비하지 않았다. 더위를 식혀 줄 얼음과 음료, 그리고 가벼운 간식만 챙겼다. 선착장에서 100m도 안 되는 거리에 마주한 두 개의 식당이 보였다. 작은 마을의 두 곳뿐인 식당인데 얼마나 차이가 날까? 고민할 것도 없이 발길 가는 대로 들어갔다. 중년의 사장님이 유쾌하게 맞아 주었다.
김효주씨와 반려견 람보. 김효주씨는 람보에게 좋은 곳을 구경시켜 주기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김효주씨와 반려견 람보. 김효주씨는 람보에게 좋은 곳을 구경시켜 주기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하화도에서는 꼭 서대를 먹어야 한다'고 노래 부른 효주에게 주문을 맡겼다. 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무더위를 식혀 줄 시원한 맥주를 주문했다. 항상 들머리에 도착하면 배낭을 정비하고, 기합을 넣고 산행을 시작하기 바빴는데, 무더위에 이런 행락모드도 괜찮았다. 잠시 후 커다란 쟁반을 가득 채운 반찬과 함께 서대구이 정식이 나왔다. 다들 어제 저녁 이후로 굶은 탓에 쟁반 위에서는 젓가락들이 현란하게 춤을 추듯 움직였다. 입 안 가득 채웠던 음식을 목으로 넘기고 나면 맛있다며 감탄사를 연발하기 바빴다. 그 와중에도 젓가락은 쉴 새 없이 움직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비워진 접시들은 인심 후한 사장님 덕에 화수분처럼 채워졌다.
식사를 마치고 이성을 되찾자 효주가 식당 내 슈퍼코너로 갔다. 야영하며 먹을 것들을 찾았다. 사장님은 미리 가져가면 무겁고 시원하지 않다며 전화를 하면 바로 배달해 주겠다고 했다. 효주는 서대 회무침을 먹여야 한다며 강력하게 어필했다. 다들 회라면 자다가도 일어나는 사람들이라 흔쾌히 동조했다. 대략 시간 약속을 하고 야영장으로 이동했다. 입도객은 우리밖에 없었다. 야영장은 인가와 제법 떨어져 있기 때문에 람보가 목줄 없이 자유롭게 뛰어다닐 수 있었다. 우선 텐트를 먼저 쳤다. 강렬한 햇볕을 막아 줄 타프도 챙겨 왔지만, 바로 옆에 등나무 정자가 있었다. 그늘과 뙤약볕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시멘트로 된 의자를 테이블 삼아 둘러앉았다. 우리는 그동안 밀린 이야기들을 풀어냈다.
하화도의 서편에 위치한 꽃섬다리. 6~7월이면 금계국이 만발해 절경을 이룬다.
람보는 가뜩이나 자그마한 체구에 풀숲으로 들어가 버리니 찾을 수 없었다. 이따금씩 이름을 외치면 작은 풀 숲에서 까만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가 이내 자취를 감췄다. 두더지 게임 인형 같았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몇 번이고 불렀다. 몇 번 호응해 주는가 싶더니, 이후로는 귀찮은 듯 자취를 감췄다. 가끔씩 풀숲 밖으로 튀어나온 검지 손가락만 한 꼬리가 흔들리는 걸 확인할 뿐 람보의 자연 탐구생활을 방해하지 않기로 했다.
형형색색 수국 구경하느라 바빠
중천에 있던 태양이 서서히 기울고 있었다. 시원하지는 않지만 실바람이 솔솔 불어와 등나무 그늘에 청량감을 한 스푼 더했다. 효주는 사장님에게 전화를 걸어 서대 회무침과 맥주를 주문했다. 잠시 후 카트를 타고 도착한 사장님은 양손에 봉투를 건네고 돌아갔다.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지 않고 이렇게 호식할 수 있다니! 곧 백패킹에서 캠핑으로 전향할지도 모르겠다.
캠핑장 뒤편에 위치한 애림민 야생화공원. 공원에 활짝 핀 수국을 발견하자 나의 표정도 활짝 피었다.
얌전히 앉아 있던 람보는 무료한지 텐트 뒤편 언덕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우거진 풀숲에 숨어 있는 양아치 길고양이라도 만날까봐 따라 나섰다. 자존심 강한 람보가 길고양이에게 당하면 분해서 네 다리 뻗고 잠을 잘 수 없을 것이다.
언덕을 조금 올라가자 나무 숲에 가려져 있던 수국 군락지가 나타났다. 다양한 색상의 수국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기분이었다. 텐트에서 드론을 가져와 날렸다. 10년 전에 왔을 때는 이렇게 우거지지 않았는데, 나무들이 거대해지면서 야생화 공원을 가려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다. 람보는 뒷전이고 형형색색의 수국들을 구경하느라 바빴다. 그새 해가 서쪽 바다로 넘어가고 있었다. 상화도 너머로 붉은 노을이 짙어 지며 바다를 붉게 물들였다.
캠핑장에서 바라본 북쪽 하늘. 북극성을 기준으로 별들이 밤새 회전을 한다.
다음날 새벽 5시. 일찍 잠든 덕에 기상도 빨랐다. 해가 떠서 더워지기 전에 꽃섬길을 걷기 위해 텐트를 나섰다. 효주는 벌써 람보를 산책시키고 있었다. 가지런히 피어 있는 꽃길을 따라 걸었다. 꽃섬다리로 올라가는 길에는 황금물결이 일렁이고 있었다. 만개한 금계국이 새벽 기운에 하늘거렸다. 여수 바다 한가운데 우뚝 솟은 백야도는 해무에 둘러싸여 신비감을 자아냈다. 그 모양이 마치 어린왕자에 나오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같았다. 람보를 안아 올렸다.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기엔 람보가 너무 작았다. 꽃섬다리는 단단해 보이지만 걸을 때마다 조금씩 흔들렸다. 가운데는 천길 낭떠러지가 그대로 보였다. 순간 등골이 오싹해지면서 정신이 아찔했다. 람보를 옆구리에 안은 채 전속력으로 내달려 다리를 벗어났다.
큰산전망대를 향해 올라오는 김효주씨. 데크 계단은 생각 외로 가팔라서 반려견 람보는 안고 올라야 했다.
멀리서 보면 길고 완만한 하화도는 가파른 경사로 이어졌다. 험한 길에는 데크 계단이 놓여 있어 어렵지는 않지만, 잠이 덜 깬 상태에서 걷기엔 조금 버거웠다. 효주와 나는 번갈아 가며 람보를 옆구리에 안았다. 큰섬전망데크를 지나 순넘밭넘전망대에 도착했다. 아늑한 여수바다가 시원스레 펼쳐져 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더운 공기가 온 몸을 감싸고 있었다. 효주에게 수국 군락지를 보여 줄 겸 섬을 가로질러 야영지로 향했다.
완만한 하산길에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섬 중앙에 위치한 애림민 야생화공원이 나타났다. 아침의 수국은 전날보다 더 싱그러웠다. 효주는 어제의 나처럼 수국에 흠뻑 빠져들었다. 모처럼 함께 떠나온 하화도는 효주와 반려견 람보에게 선물 같은 섬이었을 것이다.
순넘밭넘 구절초공원에서 애림민 야생화공원을 가로질러 캠핑장으로 내려가는 길. 길이 완만하여 가볍게 산책하기 좋은 구간이다.
날이 더 더워지기 전에 첫배를 타기 위해 재빨리 철수했다. 식당 사장님께 감사인사를 전하고, 배에 올랐다. 흠뻑 땀을 흘리는 산행도 없고 시원한 계곡물도 없었지만, 한여름의 하화도는 잔잔하고 아늑한 여수바다처럼 일탈을 꿈꾸는 람보와 우리에게 힐링이 되었다.
민미정 깨알 팁
<아무도 묻지 않아도 알려주고 싶은 정보>
꽃섬 정보
하화도에는 큰산전망대나 순넘밭넘 구절초공원 데크 등에 텐트를 칠 수 있다. 바다뷰는 섬 어디서든 볼 수 있다. 하화도에서는 야생화가 가득한 애림민 야생화 공원에 텐트를 펴는 것도 좋다.
꽃섬길 트레킹(풀코스) : 5.7km (약 3시간 소요)
선착장 → 휴게정자1 → 휴게정자2 → 순넘밭넘 구절초공원 → 큰산전망대 → 깻넘전망대 → 꽃섬다리 → 큰굴삼거리 → 막산전망대 → 큰굴삼거리 → 애림민 야생화공원 → 선착장
*당일치기로 트레킹 시간 여유가 없다면 하화도 서쪽으로 가세요!
선착장 → 애림민 야생화공원 → 큰굴삼거리 → 꽃섬다리 → 깻넘전망대 → 큰산전망대 → 순넘밭넘 구절초공원 → 애림민 야생화공원 → 선착장
월간산 8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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