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이 오르고 벽 한쪽에 걸린 시계가 새벽 2시 22분을 가리킨다. 이윽고 귀를 찢는 듯한 여자의 비명이 들린다. 비명이 들린 이후부터 1막이 끝날 때까지 관객은 숨도 못 쉰 채 연극에 빠져든다. 연극 ‘2시 22분’(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8월 16일까지)은 영국 극작가 대니 로빈스가 쓴 동명 희곡이 원작으로, 스릴러의 문법을 충실히 따르는 작품이다. 매일 새벽 2시 22분만 되면 집 2층에서 들려오는 기이한 소리에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주인공 제니. 연극은 이상 현상을 둘러싸고 제니와 그의 남편 샘, 이들 부부의 집에 초대된 친구 월세바우처 로렌과 벤 네 사람이 벌이는 치열한 논쟁과 심리적 갈등을 풀어간다. 여느 스릴러 장르가 그렇듯 이 작품의 긴장감을 배가시키는 장치는 다양한 효과음이다. 여성이 울부짖는 듯한 여우 울음소리와 아이 울음소리, 올드 맥도날드 송을 비롯한 음산한 배경음악이 몰입감을 높인다. 작곡에 참여한 김태근 음악감독과 음향 배치 등을 담당한 지승준 음향 디자 뱅크아파트 이너는 “모니터링을 하다가 본 한 젊은 여자 관객은 1막에서 여우 소리가 들린 이후로부터 의자에 잔뜩 움츠리고 앉아 있더라”며 “어떤 장면에서는 의자에서 몸이 5㎝ 뜨면서 깜짝 놀라더라”고 말했다.
연극의 한 장면. 신시컴퍼니 제공
신용불량자대출방법 작품의 정체성과 같은 여우 울음소리의 경우 아쟁 등 국악기를 활용해 연출했다. 초연 때는 아쟁만 활용했다면 이번에는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첼로의 긁는 소리도 추가했다. 평화로운 저녁 시간을 지나 새벽 2시 22분을 향해 달려가는 시계 소리 역시 공포감을 조성한다. 특히, 극 초반부 시계 화면이 일그러지면서 노이즈가 생기고 지직거 개인회생제도 리는 소리가 들릴 때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한다. 화면과 소리가 어우러지게 맞추는 데에는 음향팀의 세심한 노력이 필요했다. 두 사람은 “연기가 안 되는 동물 소리랑 아기 소리가 가장 구현이 어렵다”며 기존에 있는 여러 소리를 늘어놓은 뒤 좋은 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원작이 로렌스 올리비에 어워즈 음향 디자인상 교직원공제회 후보에 올랐기에 부담감이 컸다”며 “실황을 한 번이라도 보면 저도 사람인지라 영향을 받을 것 같아서 일부러 안 봤다. 원작 팀에 아는 사람도 있는데 일부러 연락을 안 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귀신이라는 초자연적 존재를 믿는 인물들과 그렇지 않은 인물들 간의 대립이 작품의 핵심이다. 관객은 인물의 감정선과 귀신의 정체를 추적해 가다 막판의 반전을 마주하고는 탄식을 내뱉는다. 그런 만큼 관객으로 하여금 작품 속 이야기가 실제인 것처럼, 귀신이 존재하는지 혼란스러운 감정을 느낄 수 있게끔 만들어야 한다. 보다 리얼한 소리를 구현하기 위해 두 사람은 여러 층위로 나누어 800개가 넘게 소리를 쪼갠 뒤 무대 곳곳에 스피커를 설치했다. 닫힌 문 뒤에, 바닥에도 구멍을 파 그 안에 스피커를 두었다. 이렇게 하면 “소리의 질감이 달라진다”는 것이 두 사람의 설명이다. 그 덕분에 스토리를 알고 있는 배우들도 본인들이 서 있는 곳 인근에서 나는 소리에 놀라곤 한다. 또 2층에서도 소리를 효과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약 10개에 달하는 좌석을 없애고 그 자리에 스피커를 뒀다. 김 감독은 “연극에서 음악은 또 하나의 캐릭터”라며 “암전이 됐을 때 배우들의 연기가 다음 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돕고 배우들이 이야기를 뒷받침하는 역할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 디자이너는 “연극에서 제 존재감을 드러낼 필요는 없다”며 “연극이 단지 평면적인 콘텐츠가 아니라 화려하고 재미있게 볼 수 있구나 느낀 뒤 관객이 다른 공연도 보러 간다면 그게 가장 큰 보람”이라고 밝혔다.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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