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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위에 솟은 역사의 집
어둠이 밀려나고 해방의 아침이 열렸다. 후손들은 그날을 '광복'이라 불렀다. 광복의 대가는 엄혹했다. 누군가는 형장으로 끌려갔고, 누군가는 차가운 감옥에 갇혔으며, 또 누군가는 무자비한 매질을 견뎌야 했다. 이렇듯 광복은 거저 얻어지지 않았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하거늘, 하물며 나라를 되찾는 노고가 아닌가. 이게 어찌 대가 없이 이뤄질 일이었을까?
이 강토에는 광복의 주인공들이 영면에 든 터가 있다. 국립서울현충원과 국립대전현충원이 대표적이다. 놀랍게도 대구에도 그런 곳 새희망네트워크신용등급조회 이 있으니 바로 국립신암선열공원이다. 하지만 이곳은 서울과 대전 현충원에 비해 규모가 작고 널리 알려지지 않아 존재조차 모르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게 안타까워 이곳에 더러 발걸음을 들였다. 더구나 올해는 광복 80주년을 기리는 해가 아닌가.
국립신암선열공원은 이 나라의 유일한 독립 유공자 전용 묘역이다. 대부분은 대구·경북 출신의 유공자 한부모가정 전세자금대출 들이지만 멀리 평안북도, 함경남도, 서울, 황해도가 고향인 유공자들도 함께 이곳에 잠들어 있다. 나라 잃은 고난의 시절, 대구·경북은 수많은 독립지사를 배출한 의로운 고장이었다. 세월이 흘러도 바래서는 안 될 대구·경북의 정체성이다. 이토록 특별한 터는 이 나라 어디에도 없다. 이곳은 그 자체로 후손들에게 물려줄 자랑스러운 유산이다.
50 토마토저축은행이율 여 선열들이 잠든 이곳이 외롭지 않았으면 한다. 광복절 하루만의 발걸음이 아니었으면 한다. 공원이라는 이름처럼 누구든, 언제든 편안하게 찾는 곳이기를 바란다. 경건한 마음으로, 그러나 가벼운 발걸음으로 오갈 수 있을 때 비로소 이 언덕은 후손들을 일깨우는 역사의 집으로 남을 것이다.
개인신용불량자회복표지석 뒤로 화사하게 핀 배롱나무꽃과 무궁화가 선열공원을 찾은 이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무궁화로 핀 선열의 단심
아침부터 따가운 햇볕이 기세를 부린다. 챙이 넓은 모자와 토시로는 공원에 번진 열기를 막는 게 역부족이다. 공기까지 이글거리니 매미들조차 더위를 토해내 종합통장소득공제 듯 앞다퉈 운다. 공원 광장을 지나 안내도 앞에 선다. 전통 기와를 얹은 '국립신암선열공원 안내도'의 풍채가 단정하면서도 당당하다.
안내도 전면에는 총 다섯 개의 묘역으로 배치된 전경이 그려져 있다. 뒷면에는 안장된 애국지사들을 소개하는 글이 정갈히 새겨져 있다. 지사들의 얼굴과 약력을 눈에 담으며 이곳이 잊히지 않아야 할 소중한 터임을 깨닫는다.
1묘역으로 향하는 길목,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삼천리 강토의 나라꽃, 무궁화다. 심한 더위 속에서도 또렷한 빛깔로 피어난 무궁화는 마치 오래 기다렸다는 듯 "어서 오라"며 나그네를 환대한다. 붉은 심지를 머금은 무궁화는 선열들의 단심을 닮았다. 바람에 살랑이는 무궁화는 묘역에 깃든 선열들의 혼이구나 싶다. 나그네는 그 혼에 이끌려 묘역 안으로 들어선다.
1묘역 가까이에 단아한 전각, 단충사가 자리하고 있다. 전각 곁의 배롱나무가 고고히 꽃을 틔워 단충사를 고요히 품어 안는다. 지사들의 위패를 모신 단충사는 참배를 원하는 이들이 들러야 할 곳이다. 지난해 시민들과 함께 단충사에서 참배한 감동이 생생하다. 제법 굵은 가을비가 내리던 날로 기억된다. 일행은 묘역 답사에 앞서 단충사에 들어섰다. 부소장의 안내를 받으며 선열의 위패 앞에서 고개를 숙이니 가슴 깊은 곳에서 경외심이 차올랐다.
참배는 결코 높은 자리에 오른 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 땅에서 숨 쉬며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리고 한 번쯤은 해야 하는 의무다. 이 나라의 역사가 그만큼 눈물겹고 고귀해서다. 우리는 그저 이 땅을 사는 게 아니다. 지사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우리는 겨우 이 나라를 되찾을 수 있었다. 기억해야 할 희생들이 있다. 그 희생 앞에서는 경의를 바치는 마음이 먼저여야 한다.
국립신암선열공원은 처음부터 이곳에 있지 않았다. 본래 지사들의 묘는 대명동 시립공동묘지 일대에 산재해 있었다. 1955년 그곳에 대구대학교가 들어서면서 지금의 자리로 이전하게 된다. 1987년 성역화 사업을 거쳐 신암선열공원으로 단장되고 2018년 5월 1일, 마침내 국립묘지로 공식 지정된다. 대구 땅에 독립지사를 기리는 국립묘지가 들어서기까지 오랜 시간의 기다림과 진심 어린 노력이 겹겹이 쌓여야 했다.
대구 시민들과 함께 참배를 마친 뒤 선열공원 묘역을 천천히 걷는다. 걸음마다 지사를 향한 경의의 마음이 조용히 스며 있다.
◆광복의 혼이 거처하는 집
이 언덕에 잠든 지사들의 발자취는 하나같지 않다. 어떤 이는 의병장으로 창을 든다. 경북 청송 출신의 임용상(1877~1958, 독립장) 지사는 1905년 을사늑약 소식을 듣자마자 분연히 일어나 의병을 일으킨다. 이듬해 산남의진(山南義陳)에 합류한 임 지사는 청하와 영덕 일대에 주둔한 일본군을 기습하며 항일투쟁의 선봉에 선다.
또 어떤 이는 광복군으로 총을 든다. 경북 고령 출신의 박영진(1921~1950, 애국장) 지사는 1942년 광복군 제2지대 제3분대장 자격으로 항일 전선의 한복판에 뛰어든다. 영국군 연합부대 소속으로 미얀마 전선에 투입된 박 지사는 이역만리 광복 전쟁에 몸을 던진다.
광복의 제단에 자신을 온전히 바친 여성 지사가 있다. 이혜경(1889~1968, 애족장) 지사다. 원산 지역 3·1운동에 참여했고 여성 독립운동 비밀 조직인 대한민국애국부인회에 가입해 활약한다. 교단에 서서 가르침으로 민족의식을 일깨웠고 거리로 나아가 행동으로 광복을 외쳤다.
선열들의 묘는 선연한 역사이며 꺼지지 않는 광복의 빛이다. 그들은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간 게 아니다. 죽었으되 죽지 않았고 부재하되 사라지지 않는 존재들이다. 육신은 언덕에 묻혔으나 혼은 오늘도 우리 곁을 맴돈다. 그러니 이 언덕을 감히 '광복의 언덕'이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그 이름은 이곳에 어울리고도 남는다.
5묘역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등줄기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숨은 거칠어 지지만 고향을 향하는 순례자처럼 심신은 오히려 가볍다. 이 정도 땀이야 무슨 대수일까. 오늘만큼은 내 고단함보다 나라를 위해 흘린 선열들의 땀을 먼저 떠올리고 싶다. 그들이 남긴 한숨과 눈물을 이 언덕에서 느끼고 싶다.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하늘 아래, 같은 터에 나란히 영면해 있다. 위쪽엔 김태련 목사의 묘가, 아래엔 아들 김용해 지사의 묘가 있다.
한 묘역 앞에서 시선이 멈춘다. 김용해(1897~1919, 애국장), 그 이름 아래 새겨진 얼굴은 젊디젊은 학생 소년이다. 1919년 3월 8일, 계성중학교 학생 김용해는 시위 행렬 속에서 아버지 김태련(1879~1943, 애족장) 목사가 일제 군경에게 무참히 짓밟히는 장면을 목격한다. 그는 망설임 없이 뛰어들어 항거했으나 무자비한 구타를 당하고 체포된다. 체포될 때부터 빈사 상태였던 김용해 지사는 감옥에서 20일을 버틴 끝에 풀려나지만 이튿날 끝내 숨을 거둔다.
김용해 지사의 묘 바로 위로 부친 김태련 목사의 묘가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하늘 아래 같은 터에 함께 잠들어 있다. 부자(父子)의 묘를 바라보니 감격이라 하기엔 가슴이 저리고 경외라 부르기엔 슬픔이 치민다. 자신보다 먼저 스러져 간 아들을 가슴에 묻고 여생을 살아야 했던 아버지의 심정은 과연 어땠을까. 그 아픔을 감히 헤아릴 수 없다.
전망대에 서니 시야가 탁 트인다. 유유히 흐르는 금호강 물결을 따라 마을 풍경이 정겹게 펼쳐지고, 그 너머로 팔공산 자락이 우람하게 이어진다. 문득 눈을 돌리니 멀지 않은 곳에 망우당공원과 조양회관, 항일독립운동기념탑이 우뚝 서 있다. 해가 떠오르는 이 일대가 광복의 기억을 품은 터전이다 싶다. 금호강 위로 찬란하게 해가 떠오르는 어느 날, 이곳 국립신암선열공원에서부터 저 너머 광복의 기운이 서린 곳까지 신명이 지핀 자처럼 자유로이 걷고 싶다.
산 사람만 집이 있는 게 아니다. 영면에 든 이들에게도 집이 있다. 신암선열공원이 그렇다. 이곳은 단순한 묘역이 아니다. 이곳은 광복의 혼이 스며든 역사의 집이다. 그들은 지금도 매일 같이 금호강 너머로 떠오르는 찬란한 아침을 보고 있다. 광복의 아침을 말이다.
양진오 대구대 문화예술학부 교수
양진오 대구대 문화예술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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