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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 일주일째인 12일 오후 크레인이 무너진 구조물의 위쪽을 고정하고 구조대원이 절단기로 매몰자를 구조하기 위한 진입로를 확보하고 있다. 연합뉴스


울산 용연공업단지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가 바닥으로 고꾸라져 노동자 7명을 덮친 지 일주일째다. 한때 바닷물을 끓여 전력을 만들던 철골 구조물 아래서 목숨은 싸늘하게 스러졌다.
12일 오후 널브러진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5호기 잔해 주변으로 크레인과 굴착기, 절단기가 쉼 없이 움 직였다. 김아무개(30)씨는 일주일째 이곳에 매몰돼 있다.
김씨는 보일러 타워 해체 공사를 맡은 발파 전문업체 코리아카코의 기술부서 노동자다. 지난 6일 오후 김씨는 높이 63m짜리 보일러 타워 5호기의 25m 지점에서 노동자들과 함께 있었다. 발파 해체를 앞두고 기둥을 깎아 약하게 만드는 ‘사전 취약화’ 작업을 했단다. 매몰 피해자 가운 데 가장 나이가 어린 김씨는 유일한 코리아카코 정규직 노동자다. 그는 사고 직전까지 건설노동자들이 용접과 그라인더 등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설계와 계획서에 맞춰 취약화 지점을 표시하거나 확인했을 것이다.
김씨는 울산화력발전소와 충남 서천화력발전소 해체 공사 현장을 오가며 일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가 확인한 ‘코리아카코 현장인력 배치표’ 를 보면, 지난 1~3월 울산화력발전소에서 근무한 그는 4월 이전에 일했던 서천화력발전소로 돌아간다. 3월 서천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의 발파 해체에 실패한 뒤 이를 다시 준비한 시점이다.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 일주일째인 12일, 사고 현장에 매몰 된 실종자를 찾기 위해 인명 구조견이 투입되고 있다. 울산소방본부 제공


사고 당일 25m 지점에 있던 건설 현장 용접공 김아무개(63)씨는 사고 다음날인 지난 7일 이른 오전 무너진 잔해 더미에서 발견됐다. 휘어지고 터져 얽히고설킨 철근 등이 구조대원과 김씨 사이 3~4m를 가로막았다. 붕괴 위험이 있던 양쪽 4·6호기를 해체한 뒤에야 에이치빔 절단기와 중장비가 허락됐다. 지난 11일 밤 10시14분께 약 110시간 동안 김씨를 짓누르던 폭 30㎝, 무게 5톤의 에이치빔을 들어 올려 주검을 수습했다.
울산 한 장례식장에서 만난 12살 터울의 김씨 누나는 “(동생을) 꺼낼 수 없으니 그 앞에서 한참 울었다. 내가 들어가서 꺼내고 싶은 마음이었다”며 “버티고 버티다가 잠이 들었는지 손발을 딱 모으고 있더라”며 눈물을 훔쳤다.
김씨가 수습되자 그와 멀지 않은 곳에서 동료 노동자 이아무개(65)씨가 발견됐다. 이씨 주검은 김씨 주검 수습 7시간 후인 12일 새벽 5시19분께 잔해 더미에서 벗어났다.
남은 매몰자는 2명이다. 소방당국은 구조대원 70여명, 민간 해체 전문가 40여명을 동원해 24시간 구조에 나서고 있다.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 일주일째인 12일 사고 현장에서 매몰자를 구조하기 위해 소방대원이 바쁘게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매몰자 구조가 모두 끝나는 대로 고용노동부와 경찰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에 대한 수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해체 전 구조진단과 해체계획서, 안전관리계획서 등 관련 서류를 확보하고,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도 적극 검토한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발주처인 한국동서발전과 원청 에이치제이(HJ)중공업, 하청 코리아카코는 아직도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석철기 코리아카코 대표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작업 전 구조안전진단도 받았고, 절차대로 (작업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공사기간 단축, 비용 절감 등 의혹에 대해서는 “엉뚱한 소리”라며 “사고 원인은 우리가 제일 알고 싶다. 죽으러 들어가는(일을 하러 가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했다.
12일 밤 8시 기준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로 매몰된 7명 가운데 주검으로 수습된 사망자는 5명이다. 잔해 더미 아래 아직 2명이 남아 있다. 매몰 직전 가까스로 벗어난 2명은 사고 초기 구조됐다.
주성미 김규현 기자 smood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