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광주 동구 지산2동 어르신 쉼터 동계부녀 경로당을 찾은 어르신들 모습. /박건우 기자


광주권 아침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진 22일. 해가 완전히 오르지 않은 이른 시간부터 광주 동구 지산2동 동계부녀 경로당 앞에는 어르신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목도리와 모자를 눌러쓴 채 두툼한 외투 깃을 여미고 하나둘 문을 여는 모습에는 서두름이 묻어났다.
오전 9시가 채 되지 않았지만 경로당 안은 이미 불이 켜져 있었다. 난방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따뜻한 공기와 함께 "오늘은 더 춥네"라는 바다이야기5만 인사말이 오갔다. 집집마다 문이 닫힌 골목과 달리, 이곳만큼은 사람 기척이 살아 있었다. 기상청이 한파에 따른 건강 관리를 당부할 만큼 매서운 추위였지만, 어르신들에게 경로당은 한파를 피해 가장 먼저 찾는 생활 공간이었다. 단순히 몸을 녹이기 위한 곳이 아니라, 하루를 시작하는 '안부의 장소'였다.
가장 먼저 경로당 문을 열고 들어온 박정 릴짱 숙(73) 씨는 "집에 있으면 TV 보는 것 말고는 할 것이 없다"며 "날이 추우면 가스비도 걱정돼 난방도 마음껏 못 튼다. 여기 오면 따뜻한 것도 있지만 사람 얼굴을 보니 마음이 먼저 풀린다"고 말했다.
경로당 한켠에서는 자연스럽게 자식 이야기가 오갔다. "아들은 이번 주말에 온다고 하더라", "딸이 사진을 보내줬다"는 말에 웃음이 번졌 바다이야기하는법 다. 고귀요(83) 씨는 "혼자 살다 보니 누군가에게 이야기할 일이 별로 없다"며 "여기서는 괜히 손주 얘기, 자식 얘기를 하게 된다. 그게 유일한 낙"이라고 털어놨다. 누군가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고 맞장구를 치는 것만으로도, 외로움은 잠시 옅어졌다.

오전 9시 30분이 되자 경로당은 TV 소리와 웃음소리로 가득 릴게임한국 찼다. 날씨 예보를 함께 보며 "오늘은 밖에 나가지 말자"고 말하고, 며칠 보이지 않던 어르신의 안부를 자연스레 물었다. 누군가 나오지 않으면 전화부터 해보는 것도 이곳의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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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날인 22일 오전 11시 북구 효동경로당에서는 릴게임 20여 명의 어르신들이 모여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박건우 기자


같은 날 북구 효동경로당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여 명의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 하루를 시작했다. 이곳은 북구가 운영 중인 '스마트 경로당'으로, 혼자 사는 어르신들의 생활 리듬을 붙잡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스마트 경로당에서는 요일마다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월요일 요가, 화요일 노래교실, 수요일 건강체조, 목요일 민요체조, 금요일 치매예방체조까지 거의 매일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김영인 회장(74)은 "집에만 계시면 하루 종일 말 한마디 안 하고 지내는 분들도 많다. 프로그램이 있으니 빠지지 않고 나오신다"고 설명했다.
이날 효동경로당은 유난히 분주했다. 동지를 앞두고 팥죽을 함께 나눌 준비가 한창이었다. 어르신들은 "혼자 먹으면 무슨 맛이냐"며 팥을 씻고 그릇을 나르며 분주히 손을 움직였다. 최고령 윤산남(90) 씨는 "집에 혼자 있으면 밥도 대충 먹게 된다"며 "여기 나오면 같이 웃고 떠들면서 먹으니 그게 제일 좋다. 경로당이 없었으면 겨울이 훨씬 길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광주시에 따르면 현재 광주 지역에 운영 중인 경로당은 모두 1천389곳에 달한다. 구별로는 동구 125곳, 서구 234곳, 남구 262곳, 북구 385곳, 광산구 383곳이다. 도심과 생활권 곳곳에 자리한 경로당은 한파와 폭염 등 기상 악화 시 어르신들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생활 밀착형 복지시설로, 겨울철에는 난방과 휴식을 제공하는 '안전 거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구청 관계자는 "한파가 이어질수록 경로당은 어르신들에게 난방 부담을 덜어주는 쉼터이자 겨울철 안전망 역할을 한다"며 "취약계층 주민들이 추운 겨울을 안전하고 건강하게 보낼 수 있도록 세세한 부분까지 꼼꼼히 살피겠다"고 말했다.
/박건우 기자 pgw@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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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날인 22일 오전 11시 북구 효동경로당에서는 20여 명의 어르신들이 모여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박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