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6회 호반음악제 ‘마지막 눈사람’이 25일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춘천 출신 최승호 시인의 ‘눈사람 자살 사건’을 소재로 제작된 합창음악극을 배우 최영준과 최상윤 지휘자, 춘천시립합창단, 오케스트라 DK플레이어즈 등이 공연하고 있다. 방도겸 기자





문학이 음악이 되고 음악이 문학이 되는 순간이었다. 한 사람의 문학이 한 사람의 작곡가를 만났고, 지휘자와 배우·오케스트라·합창단의 음악으로 어우러져 소리의 예술로 실현됐다.

강원도 릴게임예시 민일보가 주최하고 강원행복시대가 주관한 제6회 호반음악제 ‘마지막 눈사람’이 25일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공연은 춘천 출신 최승호 시인의 ‘눈사람 자살 사건’을 소재로 최우정 작곡가가 작곡한 합창음악극 ‘마지막 눈사람’을 선보이며 문학과 음악, 드라마 장르의 경계를 넘어선 새로운 시도를 보여줬다. 2022년 국립합창단 초연 후 두 번째로 선보인 10원야마토게임 무대로, 지역에서 보기 드문 높은 수준의 클래식 작품을 끌어내 지역 문화예술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클래식 시장에서 자칫 소외되기 쉬운 국내 현대음악 작곡가의 작품을 다시 발굴하고, 클래식·문학· 연극 등 다양한 장르의 관객층의 호응을 두루 이끌었다는 의미도 더했다.
공연에는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 릴게임몰 스’에 출연한 배우 최영준을 비롯해 춘천시립합창단, 챔버 오케스트라 DK플레이어즈, 최상윤 춘천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가 참여했다.
작품은 지구의 대멸종, 빙하기에 혼자 남은 눈사람의 이야기다. 눈보라가 치는 겨울 사이로 녹고 싶어도 녹지 못하고 움직이지 못하는 끔찍한 형벌에 놓인 눈사람은 존재의 이유를 찾는다.

바다이야기오락실전주와 후주, 12개의 장으로 구성된 작품은 타악기와 금관악기의 증폭으로 시종일관 불안감을 조성했다. 불안 우울, 고독의 감정을 표현했으며 음악은 차갑고도 뜨거웠다. 합창단은 일반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어려운 어려운 화음까지 완벽히 소화하며 드라마적인 요소를 극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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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영준 배우





작품을 낭송한 최영준 배우는 정제된 상황 속에서 여러 캐릭터를 바꿔가며 연기해 작품의 몰입도를 높였다. 손짓과 침묵, 표정 하나까지 모두 음악에 녹아들었다. 감정의 고조를 섬세하게 표현하면서도 쉽게 내지르지 않으며 절제된 표현으로 집중도를 살렸다. 지휘자 또한 일반적인 오케스트라 공연과 달리 절제된 지휘로, 이제는 전국 수준에서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춘천시립합창단의 역량을 보여줬다. 연습 과정에서 단원들을 격려하고 소리를 끌어낸 지휘자의 노력도 돋보였다.

7장에서는 시립합창단 수석단원인 소프라노 정지혜의 독창으로 아름다운 선율을 펼쳤으며 8장에서 소프라노 김주연과 배지수가 참여한 이중창 부분은 하늘을 찌르는 듯한 고음으로 무대를 장악했다.
인간의 무의식 속에 잠재된 것들을 꺼내고 연결하는 작업이기도 했다. 인간 내면에 자리한 다양한 목소리들과 ‘왜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한 사회적, 철학적 메시지가 함께 흘러나왔다. 옛 가요의 흐름이 나오기도 하고, 사이렌 소리는 현대 사회의 복잡함을 드러냈다.
그로테스크와 단상의 모음은 공포의 분위기를 전하다가도 마지막 부분에 모두 해소가 됐다. 눈사람은 텅 빈욕조에 누워 따뜻한 물과 차가운 물 중 무엇을 틀 것인가 고민하다 트럼펫의 애잔한 솔로가 흐르면서 “뜨거운 물에 녹고 싶다”고 말한다. “오랫동안 너무 춥게만 살지 않았는가”라는 물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존재의 의미를 묻지만 결국 구원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감정이 있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그렇기에 우리는 살아간다. 살아가는 것이 원래 고통스러운 일이라는 것, 그렇지만 그 안에서 따뜻함을 찾을 수 있다는 울림이 전해졌다. 작품 후반부의 마지막 내레이션은 이와 같은 감정을 대변했다. 마지막 한 순간을 위해 내면의 감정들을 참고 견디는 과정이 있었기에 후반부의 감동이 극대화됐다.
“들을 사람 하나 없는데 왜 이렇게 중얼거리는 것일까. 봄이 오려면 아직 멀었기 때문이다. 봄이 와야 나는 죽을 수 있고, 말을 멈출 수가 있다. 그리하여 이렇게 밤의 옥상 위에서 고독만이 나의 뼈라고 생각하면서 강물이 흐르고 새들이 지저귀는 먼 봄을 마냥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지금 말을 한다.” 김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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