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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화된 인류뿐 아니라 야생의 짐승 세계도 철저한 계급사회입니다. 같은 종류라도 일류부터 하류까지, A급부터 짝퉁까지 철저하게 계급으로 분류됩니다. 어찌 보면 인간 세상보다 더 순수한 측면이 있어요. 계급을 나누는 기준은 순전히 피지컬, 파워거든요. 지구촌을 호령하는 맹수이자 파충류의 제왕인 악어의 세상도 그렇습니다. 세간의 관심은 항상 크로커다일의 절대 패권에 앨리게이터가 도전하는 치열한 라이벌전에만 쏠려있죠. 하지만 이 양강의 스포트라이트에 가려져 다소 비루하게 살아가는 삼류·사류 악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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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에서 보살핌 받고 있는 새끼 가비알./Fort Worth Zoo
삼류 악어는 남미를 기반으로 살아가는 카이만입니다. 쥐·물고기·개구리를 사냥하며 살아가는 늪과 강의 포식자임에도 불구하고 터전인 아마존 자체가 괴수들의 총집합소라는 게 문제예요. 무림페이퍼 주식
그래서 사냥꾼이 아닌 사냥감으로 더 친숙하게 알려져 있습니다. 카이만 고기를 앙망하는 괴수만 최소 세 종류입니다. 이들을 피해 돌아다니는 게 24시간 일과예요. 처량합니다. 재규어가 매복 중인 풀숲을 피해 물가로 다가오니 왕수달이 이빨을 으드득거리며 입맛을 다십니다. 물속으로 헤엄쳐 들어가니 아나콘다가 스르르 다가와 몸통을 조이고 한입에 꿀꺽할 태세입니다.장외주식매매
가비알의 눈은 고양이를 연상케도 한다./Forth Worth Zoo
불쌍한 악어, 가련한 악어의 대명사 카이만. 그런데 그 아래에 가려진 비운의 사류악어, 오늘의 주인공 가비알입니다. 이 녀석과 관련한 낭보가 잇따증권시세
랐어요. 미국 댈러스에 있는 포트워스 동물원에서는 최근 두 마리가 부화에 성공하면서 3년 연속 번식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이 동물원은 북아메리카에서 유일한 가비알의 멸종 위기종 서식지 보전 기관이라서 더욱 뜻깊은 소식이었죠. 그런가 하면 인도 총리가 주재하는 인도 국가 야생동물위원회는 3월에 갠지스강의 돌고래, 기르숲의 사자, 느림보곰과 함께 가비알을 긴급후순위채권
한 보호가 필요한 야생동물로 지정하고 전담 보존 프로그램을 시작하기로 했다는 소식입니다.
알껍질을 깨고 나오는 가비알 /San Diego Zoo
인도는 가비알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생존의 터전이자 고향입니다. 크로커다일 하면 동아프리카 사바나와 호주의 늪지대가 떠오르고, 앨리게이터 하면 미국 플로리다의 습지가 대번에 생각나고, 카이만과 아마존 늪지가 밀착한 것과 같은 이치죠. 가비알은 다 자란 몸길이는 6~7m에 훌쩍 이르니 크로커다일의 쌍두마차인 나일악어와 바다악어에 결코 꿀리지 않을 몸집입니다. 그런데도 앨리게이터·카이만에도 밀리는 사류로 인식되는 건 이 녀석들의 생김새와 식성과 습성과 관련 있습니다. 상대적이긴 하겠습니다만 온순하고, 유약하며, 결정적으로 귀엽고 사랑스러우며 우스꽝스럽기까지 합니다. 곰으로 치자면 크로커다일은 사나운 회색곰, 가비알은 사랑스러운 판다라고나 할까요. 물론 기본적으로 피와 살을 탐하는 육식 맹수라는 본성은 잊어서는 안되겠죠. 가비알도 엄연한 악어니까요.
입을 벌린 채 일광욕 중인 가비알./Smithsonian Zoo
그러나 가비알의 근접 촬영 사진을 보면 마음이 포근해지고 아늑해진다는 말이 어느 정도 납득이 가실 겁니다. 괴물 파충류에게 기대하는 숨 막히는 공포감 대신 ‘이게 뭐지’ 하는 산뜻한 허탈감이 몰려오거든요. 주둥이는 악어계 4대 문파를 가장 확실하게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입니다. 우선 크로커다일은 위에서 내려다봤을 때 끝이 뾰족한 삼각형이고 입을 앙다물었을 때 이빨이 신경질적으로 삐쭉빼쭉 튀어나왔습니다. 앨리게이터는 모나지 않게 둥글게 마감한 주둥이에 입을 다물면 이빨이 거의 보이지 않아요. 약간 온화한 미소를 짓는 듯도 하고요. 이런 생김새에 몸집이 짜리몽땅하고 목이 쑥 올라가 있으면 카이만입니다.
물가에 나와있는 가비알/San Diego Zoo
가비알의 생김새는 나머지 일~삼류 악어들과 너무나 뚜렷하게 구분이 돼요. 극강으로 얇아진 주둥이가 길쭉하게 이어지다가 멈춥니다. 그 끝은 뭉툭해요. 이런 생김새는 부리부리한 고양이눈을 연상케 하는 눈망울과 어우러지면서 보는 이의 경계심을 풀어줍니다. 악어가 아니라 악어요정 같은 느낌입니다. 저런 얇다란 주둥이로 무슨 공격을 하겠나 싶거든요. 실제로 그렇습니다. 일~삼류 악어들이 사슴·영양·뱀·거북 등을 사냥할 때 가비알이 잡아먹는 건 기껏해야 쬐끄만 물고기입니다. 그 얇고 기다란 주둥이를 좌우로 신경질적으로 흔들어서 물고기의 혼을 빼놓고 착 잡아서 쩝쩝 씹으며 목구멍으로 넘깁니다.
사육사 손에 들려있는 어린 가비알./Forth Worth Zoo
이런 상대적으로 소심하고 부드러운 사냥법 때문에 악어계의 전매특허인 죽음의 회전 데스롤(death roll·먹잇감을 문 뒤 자신의 몸통을 빙그르르 돌리는 공격법)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추측이 난무했어요. 하지만 2019년 미국 테네시대의 스테파니 드럼헬러-호튼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의 논문을 통해 모든 악어들이 데스롤 습성을 갖고 있으며 가비알 역시 마찬가지라고 발표했습니다. 설사 데스롤을 즐긴다 한들 가비알은 악어계에서 철저한 약자입니다. 크로커다일·앨리게이터와 같은 서식지를 공유하지 않는 게 이 종들에겐 천만다행일 수 있습니다. 같은 종 안에서도 동족포식(카니발리즘)이 숱하게 일어나는데, 다른 종인 가비알이라고 가만 놔뒀겠습니까.
가비알을 정면에서 바라본 모습./Smithsonian Zoo
가비알의 신체구조를 나머지 악어들과 견줄수록 약자로서의 비애와 고육지책의 고민이 드러납니다. 네 발을 한번 볼까요. 두툼하고 질긴 다른 악어들의 발에 비해 너무 유약하고 보드랍습니다. 이렇다 보니 가비알은 그 어느 악어 종보다도 물속에서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어쩌다 뭍으로 올라오더라도 네 다리로 엉금엉금 걷는 것보다 차라리 배를 땅에 대고 스르르 움직이는 게 편하다 보니 실제로 이렇게 실행하고 있어요. 짧다란 네 발을 몸통에 착 붙이고 배를 스르르 굴려서 강가를 이동하는 모습, 생각만 해도 ‘풉’ 하고 웃음이 나오지 않나요.
갓 부화한 가비알과 성체 가비알 수컷의 크기를 비교했다./Fort Worth Zoo
이런 약자의 비애를 달고 사는 가비알이지만, 소위 일~삼류 악어와 비교해서 확연히 두드러지는 것은 남녀관계, 아니 암수관계에서입니다. 이 분야에서 가비알은 확연히 다른 힘센 악어들을 앞서고 있습니다. 고등한 동물일수록 암수의 체격 차가 두드러지고, 겉모습도 확연하게 차이가 납니다. 이런 법칙에 충실하게 가비알의 몸은 진화돼 왔어요. 일단 수컷이 암컷보다 전체적으로 30% 안팎 더 큽니다. 암수 차이가 확연히 두드러지는 곳은 주둥이 코끝이예요. 수컷의 경우 코끝이 우툴두툴 부풀어오릅니다.
힌두교 그림에 등장하는 가비알. 가비알은 고대 인도인들로부터 신성한 동물로 여겨졌다고 한다./Madras Courier
이 대목에서 아재 언어유희를 한번 구사해보겠습니다. ‘가라’는 가라(가짜, 임시를 뜻하는 일본말에서 유래된 속어)가 아닙니다.^^ 뭔가 터질 듯할 정도로 부풀어오른 수컷의 주둥이 끝 혹은 우선 의사소통이나 암컷에게 구애할 때 소리를 더욱 찰지게 만들어주는 최고급 스피커 역할을 해줍니다. 그리고 이 부풀어오른 혹 자체가 암컷에게는 매력적인 수컷의 상징으로 와닿는다고 하네요.
아메바부터 침팬지까지, 사람 빼고 살아 숨 쉬는 모든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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