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사랑을 가르쳐준 나만의 산타클로스.
뻔하고 뻔하게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평소에는 짧은 몇 마디도 한없이 아끼던 딸이 ‘어버이날’이라는 이유로 이제야 구차하게 연필을 들어 올리게 되었습니다. 이리 수동적이고 사랑에 무심한 딸이 과연 진정 딸로서의 자질이 있긴 한 건지 의구심만 들 뿐이지만, 그래도 감히, 편지를 써보고자 합니다.
어릴 적 엄마와 나들이하길 좋아하고 아빠와 꽃놀이를 하길 즐겼던 예린이가, 조금이라도 엄마와 아빠가 멀어지거든 금방 울음을 쏟아냈던 예린이가, 항상 하루도 빠짐없이 “사랑해” 이 한마디 외치던 예린이가, 많이 그리우시 죠? 그때 그 시절의 예린이가 키가 커가고 손발이 길어질 때면 시나브로 마음도 싱숭생숭해지는 까닭인지 엄마와 아빠와 함께하길 꺼려지게 되는 것일까요? 종잡을 수 없는 충동에 끌려서 엄마와 아빠와 멀어지는 것일까요? 연약해지고 흔들리는 마음에 엄마와 아빠와 함께하는 끈을 놓쳐버린 것일까요? 안타깝습니다만, 저도 모르겠습니다. 어릴 때의 예린이가 어디로 사라져 버린 건지.
우습죠? 자기가 자기 마음을 모른다니. 하지만, 이렇게 배은망덕한 딸이지만, 하나만큼은 압니다. 마음의 거리가 점차 멀어져 함께하지 못할 때에도, 엄마와 아빠는 서로 앞다퉈 저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베풀어준다는 사실 말이에요. 무심코 당신에게 가시 박힐 말을 쏟고 싶을 때도, 저 사실을 되새기거든 도로 쏙 들어가 버릴 정도로. 전 제 마음만큼은 추측조차 못 해보겠다만, 엄마 아빠의 자비로운 마음만큼은 알고 있습니다. 아니, 알 겁니다. 아니, 잊어버리고 싶지 않다는 게 더 맞는 표현 같습니다.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 가장 나를 잘 알고 있는 사람, 나와 제일 오래 함께할 수 있는 사람. 무엇보다도 가장 많은 사랑을 나에게 가져다주는 사람, 가져다주어도 받질 못 해 허덕대는 제 입을 닦아주시고 다정하게 숟가락으로 떠먹여 주는, 그런 사람. 모두 엄마, 아빠입니다. 이렇게나 소중한 사람들에게 도리어 소홀하게 대한 제가 해줄 수 있는 말이 몇 마디 될까요? 죄송합니다. 또 죄송합니다. 자꾸만 자랑스럽지도, 사랑스럽지도 못한 못난 딸이 돼가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그러운 당신은 또다시 손을 내밀어 주더랍니다. 뵐 면목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젠 그 손을 끌어 제가 먼저 꼭 안아드릴 차례가 된 것 같군요. 뽀뽀도 해주고 외칠 겁니다. 엄마 아빠 사랑해. 내가 커 가면 커 갈수록 덧없이 더욱더. 고맙고 또 미안해 많이.
문화일보 - 초록우산 공동기획 기자 admin@gamemong.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