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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럭무럭 자라서 ‘주린이’ 탈출해야죠.” “주린이를 위한 필독서”, “요린이를 위한 꿀팁”...
처음 저 표현을 접했을 때 ‘참 재치 있다. 귀여운 신조어네…’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얼마 전 5살 아들의 말을 듣고 그런 생각을 했던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신발을 신겠다며 낑낑대던 아이는 도와주겠다는 내 제안을 정중히 거절하며 말했다. “엄마, 잠깐이면 돼. 조금 걸려도 내가 잘할 수 있어.”
어린이는 어린이로서의 품위를 지키고, 존중받고 싶어 한다는 어느 책의 글귀처럼, 우리는 어린이를 불완전하고 미성숙한 대상으로만 ‘대상화’하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특징을 재치 있게 빗댄 거니까’, ‘귀엽고 친근하게 표현한 것이니까’ 괜찮은 것일까? 이번 기획조사는 어린이가 우리 사회에서는 어떤 존재인지, ‘혐오?차별’ 대 ‘표현의 자유’ 그 경계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하였다. 지난해 12월 24~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어린이를 포함한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차별 표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보았다.
혐오?차별이 ‘개인의 자유’와 상충할 때는 대상에 따라 민감도 달라
특정 집단에 대한 다양한 혐오?차별 표현을 제시하고, 해당 표현들은 들어본 적 있는지, 예시로 제시된 표현들이 특정 집단을 ‘혐오하는 표현’이라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되는 표현’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 결과, 여성, 장애인, 인종, 특정 연령에 대한 혐오?차별 표현을 들어본 적 있다는 응답이 80% 이상으로 다른 집단에 비교했을 때 노출된 정도가 높았다.
혐오?차별 표현 자체에 대해서도 모든 표현에서 혐오?차별이라고 답한 응답이 80% 이상으로, 전반적으로 민감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런 표현을 써서는 안 된다’라는 응답 역시 특정 종교에 대한 표현을 제외하고는 80% 이상으로 나타나, 혐오 표현에 대해 거부하며 수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사회에서 만 18세 이상의 시민들은 일상에서 혐오?차별 표현에 대해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데 반해, 혐오?차별에 대해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해당 내용에 대해 수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혐오?차별이 개인의 자유와 상충할 때는 어떻게 생각할까? 사업주가 특정 조건으로 가게에 입장을 제한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조사하였다. 그 결과, 차별의 대상이 되는 집단이 누구인지에 따라 ‘차별’ 대 ‘개인의 자유’ 의견이 달라졌다. 장애인, 출신 지역, 경제적 상태, 외모?신체적 조건에 따라 입장을 제한하는 것에 대해서는 ‘차별이다’라는 응답이 84% 이상인데, 70세 이상 출입 불가, 7세 이하 출입 불가 등 특정 연령에 입장을 제한하는 것에 대해서는 ‘차별이다’라는 응답이 60%로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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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형 표현은 인종차별"… "O린이는 어린이 차별 아니냐"
이번에는 신조어 ‘흑형’과 ‘O린이’를 비교해 보았다. 두 신조어는 대상의 특징을 친근하고 재미있게 표현해 유행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는데, 두 신조어에 대해 각각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두 신조어 모두 들어본 적 있다는 응답이 60% 이상으로 노출도 측면에서는 유사하였다. 그렇다면, 각각의 표현에 대한 생각도 비슷할까? O린이는 차별적인 표현이라는 응답은 22%에 그친 반면, 흑형은 차별적인 표현이라는 응답은 55%에 달해 인식의 차이가 있었다. 해당 표현이 혐오인지에 대해서는 O린이에 대해서는 18%, 흑형에 대해서는 44%가 혐오 표현이라고 응답했다. 특징을 재미있게 표현한 것일 뿐이라는 응답은 O린이에서는 79%로 흑형(55%)보다 24%포인트나 높았다. 노키즈존, 노·중년존의 결과와 달리 노출된 정도에 차이가 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O린이와 흑형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분명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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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에 가해지는 혐오?차별 문제 깊이 성찰해봐야
두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우리 사회는 어린이에 가해지는 혐오?차별이 될 수 있는 표현이나 행위에 대해 덜 민감하게 인식하고, ‘그럴 수도 있는 것’ 혹은 ‘할 수 있는 말’로 수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요약에 대해 누군가는 응답자의 다수가 혐오?차별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굳이 왜 문제가 되는지 반문할지도 모른다. 노키즈존은 ‘시끄럽고 피해가 있는 게 사실이니 사업주의 영업 자유일 뿐’, O린이는 ‘그저 재밌는 유머’일 뿐인데 어째서 차별이냐고 말이다.
http://naver.me/FijZngt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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