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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그를 정확히 어떤 예술가라고 정의하긴 어렵지만 보통 '사운드 설치 미술가'라고 부른다. 자연의 소리를 채집하는 것이 그의 주된 일이다. 소리를 이용해서 어떻게 예술 작업을 할까? 궁금한 것 몇 가지를 물었다.
*인터미디어Intermedia : 무용, 음악, 미술 등 여러 장르의 경계를 허물고 융합해 새로운 예술 표현을 하려는 움직임. 1960년대 미국에서 시작됐다고 알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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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산 정상에서 홀로 소리를 녹음하고 있는 정만영 작가.
이번 산행 어땠나요? 만족할 만큼 소리들을 채집하셨을까요?
야간 산행, 또는 캠핑을 하며 조용하게 녹음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했어요. 혼자 한다는게 쉽지 않았죠. 이번이 참 좋은 기회였습일정일흑
니다. 바람, 새, 고압전선주, 작은 물소리 등 만족할 만한 소리를 채집했어요. 멋진 저녁 노을과 새벽 일출도 감동적이었고요.
사운드스케이프 작업엔 언제부터 관심을 가지게 됐을까요?
2012년 즈음부터라고 해야겠네요. 일본 유학 중 수업을 듣다가 폭포를 그린 15세기 동양화를 봤어요. 폭포 그림을 보는 순간 귀에서 폭포수20일이동평균선
가 '쏴아-' 쏟아지는 소리가 크게 들리는 것 같았죠. 이때 시각과 청각이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면서 3년 동안 폭포 소리를 채집했어요. 사진도 찍었습니다. 전시회 때 관객들이 폭포 사진을 보면서 소리도 들을 수 있도록 '소리 사진'을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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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이 발매한 앨범도 봤습니다. <소리비: 실상사 사운드스케이프>라는 제목이었죠? 어떤 작업이었나요?
2014년쯤 지리산 아트 프로젝트에 참여했을 때 만든 앨범이에요. 프로젝트에 참여한 작가들의 작품이 성당, 사찰 같은 종교시설에 전시됐죠. 제 작품은 남원에 있는 상가수익률
'실상사'라는 사찰에 걸렸어요. 그중 비닐하우스 안에서 녹음한 소리도 있었죠. 바깥에서 녹음기를 들고 녹음하다가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급히 비닐하우스로 뛰어든 때가 있었어요. 문득 비가 소리가 되어(소리비) 내리고 있다고 느꼈어요. 그 소리가 제 피부를 적시는 것 같은 기분이었죠. 그때 느낀 감정은 말로 다 못해요. 지금 앨범은 절판된 상태예요. 몇 년 전 실상사에서 또 만들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어요.
동대산 정상 뒤편엔 임도가 잘 나 있다. 커다란 마이크를 들고 걷기에 무리가 없었다.
작가님이 자연이나 일상에서 느낀 것을 소리와 설치 작업을 통해 관객에 전달하는 데 아쉬운 점은 없을까요? 그러니까 관객의 입장에서 소리가 주가 된 설치 작업은 회화나 조각만큼 공감할 수 있는 여지가 좀 적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소리 작업엔 얼마만큼의 집중이 필요하고 또 집중할 수 있으려면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고 보거든요. 작가님의 작업에서 보완해야 할 점은 또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예술가는 관객과 어떤 대상을 연결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이런 점에서 연결 방법이 회화가 됐든 조각이 됐든 작가가 편한 방식으로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작가라면 형식을 깨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형식의 파괴나 혁신과 같은 것이 없다면 이 세상에 진보라는 단어는 없을 것이고 발전도 없을 거예요.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을 비롯한 플럭서스Fluxus(1970년대 생긴 국제적인 전위예술 운동)가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죠. 제 작업은 플럭서스의 일종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작가님께 자연은 무엇인가요? 또 자연의 소리는 무엇인가요?
저는 주로 자연의 소리, 그리고 작은 소리들에 집중해요. 그중에서도 특히 물소리를 많이 찾아다녔어요. 폭포에서는 아주 많은 물이 거세게 쏟아져 내리지만, 사실 폭포가 시작되는 곳은 산 위의 작은 물줄기죠. 그것에 흥미를 느껴 샘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부터 폭포에 이르기까지 물의 시작과 끝을 기록하는 작업도 했어요. 또 우리 몸에도 물이 많이 있는 것처럼, 물은 생명과 관련이 있다고 여깁니다. 만약 지구가 죽어 있어서 움직이지 않는다면 파도가 잔잔할 거예요. 파도는 지구가 자전하며 움직인다는 증거죠. 이러한 이유로 물은 물론이고 자연에서 들리는 소리는 저에게 생명력에 관한 걸 떠올리게 해요.
노을이 지는 배경에 마이크를 들었다.
월간산 9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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