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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8-02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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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제주도의 한 실내 롤러스케이트장. 연애 프로의 남자 출연자와 여자 출연자들이 이곳에 모였다. 보통의 연애 프로였다면 이곳에서 남자 출연자와 여자 출연자는 단숨에 가까워지기 마련이다. 롤러스케이트 타는 법을 알려준다는 명분으로 은근슬쩍 손도 잡고 풀어진 끈도 묶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의 출연자들은 마치 대회를 준비하는 사람들처럼 롤러스케이트 타는 데만 열중한다. 남자들은 하염없이 레일을 빙빙 돌고 여자들은 스크럼을 짜듯 팔짱을 끼고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지난 8일 공개된 넷플릭스 예능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이하 ‘모솔연애’)의 한 장면이다. 농협 예금담보대출 “저희는 출연자들끼리 손 잡고 롤러장을 도는 즐거운 그림을 상상했죠. 드론도 부르고요. 근데 전부 아장아장하고 있으니까 ‘멘붕’이 오더라고요. 드론 감독님도 당황하시고요.” ‘모솔연애’의 조욱형 피디(PD)는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처럼 ‘모솔연애’는 그동안의 연애 프로에서 본 적 없던 명장면과 대사를 쏟아내며 시 기업은행프로젝트파이낸싱 청자들로부터 뜨거운 관심과 공감을 얻었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글로벌 톱10 티브이(비영어) 부문에 진입했고 한국에서는 국내 주간 순위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싶어’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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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솔연애’가 돋보인 것은 콘셉트가 색달라서만은 아니다. 우선 연애 경험이 없는 출연자들의 면면이 그동안 연애 프로에서 본 적 없던 신선한 캐릭터라는 점이 인기 비결 중 하나다. 보통의 연애 프로 출연자는 이성에게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고 팽팽한 긴장감을 만드는 데 능숙하지만, ‘모솔연애’의 출연자들은 대화를 시작하는 것부터 난관이다. 한국평생교육총연합회 예컨대 재윤은 사람과 눈을 마주치고 대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출연 전 6개월 간의 ‘메이크 오버’ 과정에서 눈을 바라보며 대화하는 훈련을 한다. 또 일반적인 연애 프로 출연자들은 원하는 이성의 옆자리를 사수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상호는 그저 선풍기가 옆에 있는 시원한 자리를 선점한다. 상호는 특히 여성 출연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 순간 좌절하기 보다는 모 담보인정비율 둠 해물을 시켜 야무진 ‘먹방’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상호씨를 두고 ‘회사 가기 싫어서 출연한 것 아니냐’고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여기 나오려고) 6주 동안 20kg이나 감량했는데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그리고 (해물 먹방 당시) ‘제작진이 음식을 더 시켜준 것 아니냐’고 물어보시는데, 본인이 선택해서 매운탕을 시키신 겁니다.” 원승재 피디는 상호를 둘러싼 여러 궁금증에 대해 이렇게 해명했다.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싶어’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민홍의 성격도 신선하다. 연애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현실과 타협하는 이들과 달리, 민홍은 자신이 세워둔 기준을 지키며 살다보니 연애를 시작하지 못한 인물이다. “부모나 자식은 하늘에 맡겨서 태어나는 거지만 남자만큼은 내가 선택할 수 있다. 연애하고 싶다고 네가 가진 모양을 절단내면서 네모를 만들고 연애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은 보는 이들에게 울림을 줬다.
시청자들의 공감을 산 것 역시 인기를 끄는 데 한몫 했다. 시청자들은 출연자들의 서툰 모습을 보며 짠한 마음을 갖기도 하고 대신 수치스러워하기도 하다. 재윤은 여명에게 호감을 느꼈지만 일련의 사건으로 사이가 어색해져 버리고, 멀리서 걸어오는 여명을 보고 당황한 나머지 풀숲에 숨어버린다. 보는 이들은 어처구니없는 장면에 피식 웃음이 나다가도 이내 좋아하는 이성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오히려 움츠러들었던 지난 날을 떠올린다. “저는 처음에 누군가 쓰러진줄 알고 의료팀을 깨워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어요. 알고 봤더니 여러 상황이 있었고. 웃긴 장면이지만 재윤씨 본인한테는 가슴 아픈 장면이기도 하죠.” 조욱형 피디는 촬영 당시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서로 ‘스파크’가 튄 출연자들끼리 결혼까지 생각하는 장면 또한 에스엔에스(SNS)에서 회자되며 “첫 연애 시절이 떠오른다”는 반응을 불렀다. “저도 그렇고 처음 연애할 때 겪었던 흑역사들이 있고요. 이 친구들은 자신의 서툰 모습을 대중 앞에 보여주는 거니까 진짜 용기 있는 거죠.” 김노은 피디는 “우리 모두가 모솔이었다”고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싶어’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연애 프로의 홍수 속에서 ‘모솔연애’가 살아남은 것은 진정성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연애 프로 출연자들이 후에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가 되며 진정성을 의심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모솔연애’ 출연자들 역시 초반에는 그런 의심을 받았으나 이들의 성격과 사연이 드러나면서부터는 ‘머니캐쳐’(사랑보다는 돈이나 유명세를 얻기 위해 연애프로에 출연한 사람을 부르는 말)가 아니라는 ‘공인’을 얻었다. “저희가 6주간의 ‘메이크 오버’ 과정을 갖는데, 그때 주변 지인분들과 친구분들, 가족분들을 만나면서 이야기를 들어요. ‘썸’이라도 있으면 자세히 적어달라고 하고요.” 김노은 피디는 철저한 ‘모솔 검증’ 과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저희 프로그램의 인기 비결이 진정성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만약 감사하게 시즌2를 한다면 그때도 진정성을 1위에 두려고 해요.” 원승재 피디는 프로그램의 방점이 진정성에 있다는 것을 거듭 강조했다.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싶어’를 연출한 원승재(왼쪽), 김노은(가운데), 조욱형(오른쪽) 피디. 넷플릭스 제공
‘모솔연애’를 통해 출연자들은 연애 인생에 터닝 포인트를 맞았을까? 제작진들은 재윤이 프로그램 촬영 이후 연상의 연인과 연애 중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연애 상대는 ‘모솔연애’ 출연자는 아니라고 한다. ‘현커’(현실 커플)로 맺어진 이들이 있냐는 물음에는 당사자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며 말을 아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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