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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8-22 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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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국가인권부’가 아닌 것은 합의제 국가기관이기 때문이다. 독임제와 달리, 여야가 함께 구성한 위원들이 합의해서 의사결정을 한다. 방송통신위원회, 국가교육위원회,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이태원참사특별조사위원회도 같은 성격의 위원회다. 인권위, 방통위가 상설기구인 반면, 진실화해위·이태원특조위처럼 법률로 기간을 정한 한시 기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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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회 회의는 공식 기록된다. 위원 전체가 참여하는 전원위원회가 열리면, 반드시 지난번 회의 기록에 오류가 없는지 먼저 점검한다. 회의록엔 녹취된 위원들의 모든 말이 기록된다. 위원회의 가장 중요한 순간은 회의록에 담긴다. 2025년 2월10일을 중심으로 인권위 회의록을 본다. 인권위원들을 본다. 출범 24년 만에, 법률무료상담 최대 위기에 처한 인권위를 본다.
‘ㄷㄷㄷ, 인권위 그날’은 매주 수요일 독자들과 만난다.
김용원 위원 : (앞 생략) 저는 앞으로도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입 좀 닥치세요’라는 말을 할 겁니다. 참고로 ‘닥치다’라는 말은 우리 국어사전 잘 보시면 아시겠지만 ‘입을 다물다'의 강한 하이창업스쿨 표현이라고 되어 있고 그것은 욕설도 아니고 비속어도 아닙니다. 입을 다물어야 되는데 자꾸 끝없이 같은 말을 반복하고 회의 진행을 방해하면 이렇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저의 판단이고 제가 그런 소신을 위해서라면 앞으로도 여기 있는 분들이 합작을 해서 계속 왜곡·조작을 일삼더라도 저는 기꺼이 감수할 생각 합니다.
원민경 위원 : 김용원 명목금리 위원님, ‘자극은 선택할 수 없지만 반응은 선택할 수 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김용원 위원님께 저는 이후에는 다른 반응을 선택해주시기를 간절히 간곡하게 요청드립니다. ‘입 닥치다’라고 하는 말은 저는 사실 평생 써본 적이 없습니다. 사실 들어본 적도 처음이었고, 사실 또 위원장님께서 계시는데 다른 상임위원을 향해서 그런 말씀이 나왔다는 것도 저는 위원장님 부천빌라대출 에 대해서도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사실 들었습니다.
투표를 해보자. 공개회의 시간에 누군가가 다른 이를 향해 “입을 닥치라”고 했다. 그것은 욕설인가 아닌가. 비속어인가 아닌가.
검사와 변호사 출신이며, 인권의 기준을 세우는 대한민국 국가기관의 차관급 정무직 공무원인 김용원 상임위원은 “‘입 좀 닥치라’는 말은 ‘입을 다물다’의 강한 표현으로써 욕설도 아니고 비속어도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것도 모든 발언이 공식 회의록에 담기는 전원위원회에서 “앞으로도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이 말을 쓰겠다”고 했다. 변호사인 또 다른 인권위원은 “그 말은 평생 써본 적이 없고, 들어본 적도 처음”이라고 맞섰다.
김용원 상임위원이 말한 대로 “닥치다”는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욕설이나 비속어로 구분돼 있지 않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욕설로 여겨지는 다른 어휘에 대한 풀이에서 ‘속되게’, ‘상스럽게’, ‘욕하여’ 등과 같이 낱말을 쓰는 상황이나 어감을 설명하지만, 이 단어에 대해선 그런 설명이 별도로 붙지 않는다. 그렇다면 정말 이 말에 대한 반응은 과민했던 것일까.
‘닥치다’ 논쟁은 2024년 12월23일, 제24차 전원위원회 폐회 직전에 벌어졌다. 그날 안건으로 심의된 ‘대통령의 헌정질서 파괴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 직권조사 및 의견표명의 건’은 기각으로 결론이 났다. 시민들이 비상계엄 선포로 입은 피해에 대해 직권조사하고 의견 표명하자는 안건 취지에 대해 발의자였던 남규선·원민경·소라미 위원만 찬성했고, 나머지 8명은 반대했다. 안창호 위원장이 의사봉을 세 번 두드렸다. 이제 회의를 끝낼 의사봉 3타가 남은 시간이었다.
그 짧은 순간, 원민경 위원이 회의 초반부 안 위원장에게 했던 질문을 다시 꺼냈다. 4일 전인 19일 상임위원회에서 벌어진 상황에 대해 인권위 차원에서 어떻게 조처하겠느냐고 물은 거였다. 안창호 인권위원장과 김용원·이충상·남규선 상임위원이 참석하는 그날 상임위에서 ‘입 좀 닥치세요’라는 문제의 발언이 처음 나왔기 때문이다. 시계를 앞으로 돌려, 19일 상임위 회의록을 보도록 하자.
올해 1월17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인권위원장과 상임위원들. 이들이 곧 상임위원회 멤버다. 왼쪽부터 김용원·남규선 위원, 안창호 위원장, 이충상 위원.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남규선 위원 : 지난 상임위원회 관련해서 심의 도중에 두 분 위원님이 퇴장을 하셔서 심의가 제대로 되지 못했지 않습니까. 그 점에 대해 한 말씀 드리려 하는데요.
그러니까 보상금 지급 심의 과정에서 이충상 상임위원이 보상금 대상자를 추천한 조사관에 대해서 “보상금 지급 심의 대상자와 유착관계에 있다. 너무 가까운 관계에 있다. 조사관이 제 방에 와서 막 뭐라고 얘기를 했다. 조사관 자체도 편향되어 있다. 엄청나게 편향되어 있다. 엄청나게 고집을 부리고 이 조사관이 편향되게 보도도 했어요” 이렇게 발언을 하셨어요.
(중략)
이충상 위원 : 이 발언 내용은 기자 두 분 나가시라고 하고 발언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위원장 안창호 : 이건 내부 그거니까요. 기자 두 분께서는 잠깐만 퇴장해 주시기 바랍니다.
남규선 위원 : 아니 왜 제가 발언하는데 퇴장해야 합니까?
(중략)
김용원 위원 : 퇴장을 시켜주세요, 퇴장을.
남규선 위원 : 상임위원이 상임위원회에서 인권위원회 조사관에 대하여 이러한 발언을 하는데,
김용원 위원 : 그리고 남규선 위원을 퇴장시켜 주세요. 회의를 방해하고 있습니다.
이충상 위원 : 공무집행 방해입니다.
남규선 위원 : 이러한 발언을 하는데 위원장께서,
이충상 위원 : 현행범입니다, 남 위원님.
김용원 위원 : 강제로 퇴장을 시켜주세요.
남규선 위원 : 위원장께서 이러한 내용이 계속되도록 방치하고 있어요. 이게 위원장의 할 일입니까?
이충상 위원 : 남 위원님 현행범입니다.
남규선 위원 : 제지를 하셨어야죠.
이충상 위원 : 공무집행 방해하고 계십니다.
남규선 위원 : 상임위원회에서 상임위원이 조사관에 대해서,
김용원 위원 : 남규선 위원!
위원장 안창호 : 기자들은 나가주시기 바랍니다.
(09:38 방청인 퇴장)
(중략)
김용원 위원 : 남 위원! 남 위원! 억지소리 그만 하세요. 사람이 억지소리도 정도껏 해야 되는 거예요!
이충상 위원 : 남 위원님, 그 조사관 얘기 자꾸 하시면 그 조사관에게 많이 불리합니다. 잘못을 자꾸 더 발언할 수밖에 없습니다.
남규선 위원 : 위원님, 위원님, 지금 저한테 협박하시는 겁니까?
이충상 위원 : 협박이 아니라 진실을 말하는 것입니다. 현명하게 언급을 하시기 바랍니다.
(중략)
남규선 위원 : 그리고 위원장님, 제가 한 말씀 더 드리고 싶어요.
사무총장 직무대행님, 조사관에 대해서 이러한 발언이 있으면 총장 대행께서도 말씀을 하셔야죠.
김용원 위원 : 그만 하세요!
이충상 위원 : (사무총장 직무대행을 향해) 하시면 안 됩니다.
남규선 위원 : (사무총장 직무대행을 향해) 그냥 듣고 있습니까?
김용원 위원 : 아니죠. 그렇지 않죠. 상임위원회에서 상임위원들이 발언하고 있는데 사무총장 대행이 무슨 권한으로, 무슨 근거로 발언을 합니까? 입을 닥치고 있어야죠.
이충상 위원 : 옳은 말씀입니다. 여기 발언권은 상임위원들만 있습니다.
남규선 위원 : 아니 닥친다라니요? 입을 닥친다니요?
김용원 위원 : 입을 닥치고 있어야죠!
남규선 위원 : 김용원 위원님!
이충상 위원 : 잠깐 닥친다는 표현은 조금 더 센 표현이고요. 발언권이 없습니다.
남규선 위원 : 센 표현이 아니죠. 말이 안 되는 거죠. 부당하죠.
김용원 위원 : 부당은 뭐가 얼어 죽을 부당입니까!
이충상 위원 : 아주 정당해요.
김용원 위원 : 부당이 뭔지나 알아요!
2024년 12월19일 열린 제25차 상임위원회, 이날의 회의록에서는 육탄전이 벌어질 듯한 아슬아슬함마저 느껴진다. 상임위원들의 어떤 조절되지 못한 분노와 흥분이 손에 잡힐 듯하다. 남규선 상임위원이 발언을 시작하자마자 이충상·김용원 상임위원은 거칠게 제지하는데, “공무집행 방해” “현행범”이라는 말까지 등장한다. 남 위원이 발언을 계속하자 두 사람은 기자 등 방청인들이 듣지 못하도록 퇴장을 요구한다. 방청인들이 퇴장한 뒤에도 실랑이는 계속된다. 그리고 그 말이 터져 나온다. “입을 닥치고 있어야죠.” 회의록을 보면, 이 말은 보고석에 앉은 사무총장 직무대행을 향해 두 번 반복됐다. 그리고 동료 상임위원을 향해 세 번 더 거듭된다.
남규선 위원 : 이충상 위원님, 본 위원은 그 심의 결과를 말씀드리는 게 아니고요. 그 심의 과정에서 이충상 위원님과 김용원 위원님께서 하시는 말씀에 대해서.
김용원 위원 : 조용히 하세요. 조용히 하세요. 입 좀 닥치세요.
이충상 위원 : 지금 심의 결과에 대해서 안 끝났다고 하셨지 않습니까?
김용원 위원 : 그만하시라고.
남규선 위원 : 지금 저한테 입 좀 닥치라고 하셨습니까?
김용원 위원 : 그렇습니다. 입 닥치라고 했습니다.
(중략)
남규선 위원 : 본인 하고 싶은 말 그대로 하는 것이 상임위원회가 아닙니다.
김용원 위원 : 혼자서 멋대로 생각하고 멋대로 말하세요. 그쪽 동네 사람들 지긋지긋합니다.
남규선 위원 : 누가 할 말을 지금 하고 계십니까?
이충상 위원 : 옆에 전원위원회 회의실에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김용원 위원 : 남의 말 안 듣고 억지소리 하는 것 지긋지긋해요. 억지소리도 정도껏 해야지.
남규선 위원 : 본인한테 하시는 말씀이세요.
김용원 위원 : 그만 입 닥쳐요.
(09:47, 이충상·김용원 위원 퇴장)
지난해 12월5일 열린 인권위 상임위원회. 왼쪽부터 김용원·남규선 상임위원, 안창호 위원장, 이충상 상임위원.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언뜻 보면 이해하기 힘들다. 남규선 위원은 왜 이토록 집요하게 발언을 하려는지, 왜 다른 위원들은 남 위원의 말을 막다가 급기야 퇴장까지 하는지 상세한 맥락을 파악할 수 없다. 이보다 한 주 전인 12월12일 열린 제24차 상임위 회의록을 읽어봐야, 이날 논쟁의 전말이 보인다. 회의록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12월19일 상임위는 12일 상임위에서 심의하다 마무리 짓지 못한 ‘2024년 상·하반기 보상금 지급계획(안) 의결의 건’을 논의했다. “인권침해나 차별행위의 진상을 밝히거나 증거 또는 자료 등을 발견하거나 제출한 사람에게 필요한 지원 또는 보상을 할 수 있다”는 인권위법 제55조2항에 따른 심의였다. 남규선 위원은 개회와 함께 12일에 못다 한 상임위 논의 내용에 대한 말을 꺼낸 것이었다. 19일 벌어진 논쟁은 12일 상임위의 연장전인 셈이다.
12일 이충상·김용원 위원은 인권위 진정사건에 기여해 보상금 지급대상에 오른 진정인을 깎아내리면서 “보상금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정 조사관이 진정인과 유착관계에 있다”는 비난도 했다. ‘지자체의 퀴어영화 상영을 이유로 한 보조금 지원사업 미승인’과 관련된 진정인과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문제를 제기한 진정인이 타깃이었다. 보상금을 주자고 한 일부 조사관은 ‘공범’ 취급을 당했다.
당시 남규선 위원은 철저히 고립돼 있었다. 이충상·김용원 위원은 신들린 것처럼 진정인과 조사관을 비판했다. 안창호 위원장은 점잖게 중립을 지키는 척 하면서 남 위원이 아닌 나머지 두 사람 편을 들었다. 남 위원은 “이렇게 막무가내로 하는 게 어디 있냐”고 항의했다. 이충상 위원은 “공무집행 방해”라고 했다. 김용원 위원은 남 위원에게 “헛소리를 한다”, “혼자서 악다구니를 쓴다”는 말을 뱉어냈다. 이어 19일에도 남 위원이 항복을 선언하지 않자 “입 닥치라”고 했고, 나흘 뒤인 23일 전원위에서 이 발언에 대한 지적을 받자 “앞으로도 얼마든지 ‘입 좀 닥치세요’라는 말을 쓰겠다”고 한 것이다.
12월12일과 19일, 두 날의 상임위 회의록에서는 ‘다구리’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얼마 전 윤희숙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기자들에게 당 비대위 회의에서 다른 의원들이 자신을 표적 삼아 집중 비난했다며 한 말이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부랑배의 은어’로 ‘몰매’를 뜻한다고 설명한다. 인권운동가 출신 남규선 위원은 판·검사 출신인 나머지 세 사람에게 몰매를 맞는 형국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입 닥치라”는 말은 침묵과 절대복종을 강요하는 지배자의 언어다. 거기에 예의 따위는 없다.
‘다구리’의 현장으로 좀 더 가보자.
<다음 회에 계속>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2024년 12월12·19일 24·25차 상임위원회 참석자
위원장 안창호(68)/검사·헌법재판관 역임 **윤석열 전 대통령 지명
상임위원 남규선(62)/민가협 총무 및 인권위 공보담당관 역임 **더불어민주당 추천
상임위원 이충상(68)/판사 및 교수(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역임 **국민의힘 추천
상임위원 김용원(70)/검사 및 변호사 역임. **윤석열 전 대통령 지명
(나이는 2025년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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