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의 수도 아부다비 중심부에서 차로 30분 정도 달리다 보면 나타나는 도시.
세계 최초로 '탄소 중립'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는 곳 ‘마스다르 시티’입니다.
■ ‘냉방 수요를 낮춰라’… 사막 도시 탄소중립의 첫걸음
마스다르 시티는 일반적인 고층 빌딩 숲과 전혀 다른 풍경입니다.
건물 대부분은 5~6층. 우리에게 익숙한 하늘로 쭉 뻗은 직선형 건물 대신 곡선 형태거나, 사선으로 누운 듯한 건축물이 대부분입니다. 이는 건물 사이에 자연스럽게 그늘을 만들기 위한 설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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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르 시티 전경


살라 지앗 마스다르 시티 지속가능성 부문 부매니저는 "탄소를 줄이기 위한 첫 번째 과제는 냉방 수요 절감"이었다며, "초기 설계 단계부터 도시 전체의 온도를 낮추기 위한 방법을 고민했다"라고 밝혔습 사아다쿨 니다.

살랏 지앗/마스다르 시티 지속가능성 부문 부매니저
“실내를 쾌적하게 유지하기 위해, 햇빛을 차단하면서도 자연광은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차양 장치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설계 초기 단계에서부터 우리 팀은 에어컨 없이도 이 건물이 작동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상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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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마스다르에 있는 모든 건물은 햇빛을 차단하면서도 자연광은 최대한 활용하는 차양 장치가 설치돼 있었습니다.




마스다르 시티 건물. 직사광선을 막기 위한 디자인이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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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중심부에 있는 ‘윈드 타워’ 역시 같은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설치한 구조물입니다.
높이 45ｍ에 달하는 윈드 타워는 상층부의 뜨거운 공기를 찬 물을 뿌려 식힌 뒤, 아래로 내려보내는 아랍 지역 전통 냉방·통풍 시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설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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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노력 덕분인지 마스다르 시티는 아부다비의 다른 도심보다 시원한 편이었습니다.
특히 건물 사이에 서 있으면, 옷자락이 펄럭일 정도로 꽤 센 바람이 불어 땀을 식혀줬는데요, 알고 보니, 길목에 부는 바람 역시 도시 설계 단계에서 계획된 것이었습니다.
도시 입구를 넓게 만들어 바람길을 내고, 도심으로 갈수록 길을 좁혀 바람이 계속 흐르도록 만들었다는 겁니다.

살랏 지앗/마스다르 시티 지속가능성 부문 부매니저
“마스다르 시티 설계 초기 단계에서, 우리는 도시의 주요 축을 가장 우세하게 부는 바람 방향에 맞춰 배치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건물의 바닥 높이를 지면에서 띄워 올려 큰 개방 공간을 만들고, 반대편 거리의 폭은 좁혔습니다. 이렇게 하면 공기가 그 공간 안으로 자연스럽게 흐르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공기의 온도도 내려갑니다.”



도심의 온도를 낮추는 일. 탄소 중립에 다가가기 위해 이 도시 설계자들이 가장 몰두했던 첫 번째 과제입니다.

■ 내연 기관 차량 OUT … '자율주행 전기차' 교통 시스템
마스다르 시티가 고민한 또 다른 문제는 바로 '교통'입니다.
2008년부터 건설 중인 마스다르 시티는 여의도 면적(290만㎡)의 약 두 배인 570만㎡ 규모로 조성 중입니다. 마스다르는 이 공간을 다닐 이동 수단으로 '자율주행 전기차' 택했습니다.
마스다르에서는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운행할 수 없습니다.
차를 가져온 방문자들은 도시 입구에 마련된 대형 주차 건물에 차를 주차하고, 방문자 센터에서 무인 궤도 전기차량(PRT)을 타고 도심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아스팔트 바닥에 깔린 자석 레일을 따라 움직이는 PRT는 성인 4명이 탈 수 있는 마스다르의 1세대 교통수단입니다.
마스다르는 PRT에 이어, 도시 전체를 누빌 수 있는 차세대 자율주행 전기차도 도입하고, 운행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마스다르 시티에서 운행 중인 PRT (무인 궤도 전기차량)






마스다르의 차세대 자율주행 전기차 미카.


수와이드 알 바디 마스다르 시티의 행정 총괄 책임자는 마스다르 시티 조성의 출발점이 에너지 전환과 지속가능성에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마스다르 시티의 핵심 아이디어는 태양광 등 대체에너지로 에너지 생산 구조를 전환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도시를 구축하는 것이었다”며 "자율주행 전기차를 도입한 것도 그 계획 중 일부"라고 밝혔습니다.



수와이드 알 바디/마스다르 시티 계약·일반 행정 총괄 책임자






수와이드 알 바디/마스다르 시티 계약·일반 행정 총괄 책임자
“마스다르 시티를 조성한 핵심 아이디어는 에너지 생산을 태양광 등 대체에너지로 전환하고,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를 활용하는 것이고요. 자율주행차는 완전히 전기로 운영되기 때문에, 아부다비의 탄소중립(Net-Zero) 목표를 달성하는 데 중요한 수단입니다. 무엇보다 휘발유 차량 대신 전기 배터리를 사용한다는 점이 중요하고요.”









도시를 운영하는 동력은 마스다르 초입에 있는 태양광 발전소에서 충당합니다. 사막의 풍부한 일조량을 활용한 태양광 설비로 화석연료 없는 도시 운영을 계획한 겁니다.

21만㎡ 넓이에 설치된 발전소는 10메가와트(MW)급. 여기에 마스다르 시티 내 건물 옥상에도 태양광 패널이 깔려 있어 총 13M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는 마스다르 시티에 거주자와 출퇴근하는 사람 약 2만 명이 사용하기에 충분한 수준의 전력입니다.
■ 산유국이 '기름 없는 도시'를 만드는 이유?
대표적인 화석 연료인 석유를 생산하는 아부다비. 왜 '마스다르 시티' 같은 화석연료 없는 도시를 만드는 걸까요?
그 이유는 바로 '석유 이후의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현재 아부다비는 자원 고갈과 탈탄소 시대에 대응하는 산업 구조 전환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아부다비는 기술 개발의 장벽을 낮춘 경제자유구역(Free Zone) 5곳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마스다르 시티 역시, 경제 자유구역 중 한 곳으로 지멘스 에너지, 국제 재생 에너지 기구(IRENA) 등 1,500곳이 넘는 글로벌 기업·기관이 입주해 있습니다.



자밀 다리쉬/ 마스다르 시티 경제자유구역 매니저


자밀 다리쉬 마스다르 시티 경제자유구역 매니저는 "마스다르 경제자유구역(Free Zone)에서는 스마트 모빌리티, 인공지능, 우주 기술, 에너지 등을 최대한 많이 지원하려 한다" 며 "마스다르 시티는 이 기업들의 비전을 실현해 주는 곳이자, 기술의 시험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부다비의 산업 전환 전략이 기후 대응과 맞물려, 마스다르 시티라는 거대한 ‘탄소중립 도시’ 실험으로 확장되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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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 기자 (ejch@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