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순 시인의 시 속에는 ‘복화술사’가 산다. 시인에 따르면 “복화술은 속임수”다. 작가는 우선 작품 속 화자가 자신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 거짓말 뒤에는 글쓴이의 얼굴이라는 가면, 그 가면 뒤의 얼굴, 자신의 뒤통수를 돌아보려는 지난한 뒤돌아보기, 거짓말을 가리기 위한 기교와 수사와 패러디가 있다. 시인은 말한다. “그러니 이 거짓말의 끝에 위로가 있을 리가 없다. 거울 밖 이상과 거울 속 이상처럼 팽팽한 대칭 세계가 있을 뿐이다. 둘의 줄넘기가 있을 뿐이다.”
거짓으로, 때로는 현실이라고 믿는 세계에 유령으로, 때로는 현실을 균열시키는 딸꾹질로 시를 쓰며 47년간 독자적인 세계
릴게임무료 를 구축해온 시인의 고백이다.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독일 국제문학상 등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하며 세계에서 주목받는 시인이 된 그가 시 쓰기에 대한 생각을 풀어낸 책 ‘공중의 복화술’이 출간됐다. 책 속에 등장하는 목소리, 슬픔, 침묵, 불안 등 19개의 키워드는 시인의 시를 깊이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렌즈가 된다. 책에는 시인이 문예지 ‘악스트’에 연재한
골드몽릴게임릴게임 산문 13편과 2022∼2025년 국내외 강연 및 매체에 발표한 산문 6편이 각 단어와 짝지어 실렸다.
시인에게 시는 죽음이며, 죽음의 목소리는 여럿이다. ‘죽음의 자서전’ ‘날개 환상통’ 등의 시집을 내며 오랜 기간 나의, 내 안의 타자의, 주변인의 죽음에 대해 노래해 온 시인. 시인이 2023년 베를린 시 축제에서 발표한 기조연설 ‘
바다이야기게임기 Tongueless Mother Tongue’(혀 없는 모국어)에도 죽음이라는 키워드가 등장한다. 시인은 글에서 유신체제 말기의 검열과 폭력의 역사를 소환한다. 1970년대 출판사 말단 편집사원으로서 당국의 검열로 숯덩이처럼 까맣게 변한 원고를 받아야 했던 시인. “말을 빼앗기는 경험은 내 죽음에 앞서 혀가 먼저 죽는 경험이었다”고 회고한 후 “죽임을 당한
황금성릴게임사이트 혀가 잃어버린 것들을 향해 가는 길목에, 혹은 혀가 추방되어 쫓겨나는 그 가장자리에서 어떤 목소리가 들린다. 시인은 이 목소리를 들을 때만 시인”이라고 적는다.
시인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신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라며, ‘왜 시를 쓰는지, 이게 다 무슨 뜻인지’에 대해서도 답한다. “여기서는 도저히 살 수 없어서, 여기서는 죽지 않고
손오공릴게임 서는 도저히 쓸 수 없어서, 유령이 된 내 목소리가 자꾸만 생성되는 유령을 구축한 것”이라고 말이다. 330쪽, 1만8000원.
인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