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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두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7일 본지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스테이블코인 관련법이 의회를 통과하고 한국에서도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상태이지만, 단순히 어떤 기업이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뛰어들 것이라는 전망만 믿고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이 위원은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후 2000년부터 23년간 금융감독원에서 일하다가 2022년에 한국금융연구원으로 이직해 전자금융, 자금세탁방지제도, 금융규제 샌드박스 등온라인 황금성
을 연구하고 있다. 미국 대학에서 법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이정두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본지 인터뷰에서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미국 주도로 정착된 상태이기 때문에 한국 기업이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김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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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이나 가상자산을 연구한지 얼마나 됐나?
“2019년에 금융감독원 기업공시심사팀장을 하면서 당시에 유행했던 코인 상장(ICO) 관련 현황 조사와 규제 방안 마련 작업을 했다. 이후 가상자산 발행과 관련된 금융회사의 역할이나 리스크(불확실성)를 분석하고 가상 자산을 이용한 자주식배당확인
금세탁 가능성을 방지하는 대책도 세웠다. 최근에는 주로 스테이블코인의 제도화 방안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이란?
“미국 달러화나 한국 원화 같은 기존 통화의 가치와 연동된 디지털 자산이다. 마땅한 한국어 번역은 없고, 전세계적으로도 이 영어 단어가 보통명사처럼 쓰인다. 가상자산 초기에 비트코인이 등장했으나 오션파라다이스3
가치 변동성이 너무 커서 화폐로서의 기능을 하기 어려웠다. 이후 여러가지 대안이 검토되다가 최근에는 기존 통화에 준거한 스테이블코인으로 수렴되는 추세다. 가상자산시장 분석업체인 코인게코(Coingecko)에 따르면 지난 6월말 현재 전세계에서 거래되는 스테이블코인 규모는 2629억달러인데, 99%가 미국 달러화에 연동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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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미국이 최근 스테이블코인을 규제하는 법을 통과시켰는데 내용은?
“먼저 통화 준거용 스테이블코인의 정의를 만들었다. 그리고 미국에서 발행되어 유통될 수 있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자 자격요건, 감독기관, 이용자 보호 시스템, 역외 발행 스테이블 코인의 미국 내 유통을 위한 조건, 자금세탁과 같은 불법거래 방지 체계 등을 담고 있다.”
―미국이 스테이블코인 법제화를 서두르는 이유는?
“미국은 그동안 연방 차원에서 가상자산 규제 감독 제도를 마련하는데 소극적이었다. 그러다가 올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적극적으로 육성 정책을 펴고 있다. 예컨대 달러화에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 USDC의 경우 1 USDC가 1 달러인데, 디지털 금융의 발달로 전세계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한 결제와 송금이 확대되면 달러의 사용이 그만큼 확장되는 효과가 생긴다. 또 스테이블코인은 발행할 때 미국 달러화 현금이나 미국 단기 국채를 담보로 예치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스테이블코인 사용이 늘수록 미국 달러나 국채에 대한 수요가 커지므로 미국의 달러 패권을 유지하기 쉬워진다.”
미국은 달러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서둘러 전세계의 달러 접근성을 확대하려고 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월 1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스테이블코인 법안에 서명하는 모습./로이터 연합뉴스
―일상 생활 속에서 활용되는 사례를 들면?
“은행을 통해 카드회사에 돈으로 납부해야 하는 신용대금 월별 사용액을 앞으로 스테이블코인으로 낼 수도 있다. 은행 대신 스테이블코인의 사업자가 카드사와 제휴해서 결제를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카드가맹업체의 카드 수수료가 지금보다 더 낮아질 여지가 있다. 또 해외에 송금할 때도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 지금보다 수수료가 저렴하고 송금 시간도 단축된다.”
―내가 산 스테이블코인이 휴지조각이 될 가능성은?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아직 안전자산이 아니다. 발행업체가 준비금을 100% 보유하고 있다고 하지만 정부가 보증하는 예금보험장치가 없기 때문에 아직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어떤 업체가 국채 100억원을 담보로 100억원 어치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했다고 하자. 만약 이 국채의 가격이 하락하거나 스테이블코인 발행업체가 부도가 나면 스테이블코인을 현금으로 환전해 주지 못할 수도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면 기존에 은행을 통해 이뤄지던 거래를 일부 대체할 수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 ATM 기기./뉴스1
―너무 위험한 것 아닌가?
“스테이블코인 자체가 안전자산이 아니라는 인식을 갖고 과도한 보유는 지양해야 한다. 달러를 대신해 스테이블코인을 갖고 있겠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를 대체할 수 없다. 디지털 자산 시스템 자체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발행업체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발행업체는 어떻게 수익을 내나?
“유럽이나 일본의 경우 스테이블코인 발행업체가 담보로 현금을 보유하게 한다. 미국은 현금, 단기 국공채를 갖게 한다. 발행업체들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으로 받은 돈을 은행에 예금하거나 국공채를 사두는데, 여기서 생긴 이자 수익이 기업의 이익이 된다. 이에 반해 소비자들은 결제의 편의성, 송금 수수료 인하 등의 효익을 얻는다. 향후 대출금리 인하 효과를 전망하는 사람도 있으나 아직 일반화되어 있지 않다.”
스테이블코인 사업자들은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해 받는 화폐를 은행 예금이나 국채에 투자해 수익을 얻는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100달러 지폐를 살펴보는 모습./뉴스1
―스테이블코인도 가격이 변동하나?
“변동한다. 예를 들어 써클이라는 회사가 발행하는 USDC 스테이블코인은 1달러로 거래되어야 하지만, 2023년에 써클의 거래은행이었던 시그니쳐 은행과 실버게이트 은행이 파산했을 때 90센트 밑으로 떨어진 적이 있다. 하지만 가격 변동 폭이 유의미할 정도로 벌어지면 더 이상 스테이블코인으로 보기 어렵다. 스테이블코인은 기본적으로 안정적 가치를 기반으로 통화적 기능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처럼 투자대상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러니 투자를 하려면 스테이블코인이 아니라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유통시키는 기업이 대상이 되어야 한다.”
―어떤 업체를 선택해야 하나?
“지난 6월말 기준으로 보면 전세계에 340종의 스테이블코인이 있고, 달러 스테이블코인도 160종 이상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USDT, USDC가 압도적인 비율로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결국은 쓰임새가 많고 호환성이 높은 소수의 스테이블코인으로 수요가 집중될 수 밖에 없다. 그러니 그 회사들이 상장되었을 때 상장 주식을 사는 것이 올바른 투자법이다. 규모가 큰 회사일수록 예치금이나 거래 관련 수수료 등으로 이익을 많이 내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거래소도 스테이블코인의 증가로 수익이 늘 수 있지만 증가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스테이블 코인에 투자할 때에는 쓰임새가 많고 호환성이 높은 업체가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사진은 미국 스테이블코인 발행업체인 써클 인터넷 그룹이 지난 6월 5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을 때 모습./로이터 연합뉴스
―한국 주식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 테마주가 극성인데.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다. 글로벌 시장이 이미 정착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USDT를 발행하는 회사인 테더는 직원이 몇 명 되지 않는데 미국 국채를 100조원 이상 갖고 있다. 연리 3%만 잡아도 연간 3조원의 이익이 발생한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1000억원의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고 할 경우 연간 30억원의 이익이 생긴다. 운영비와 직원 인건비도 감당하기 벅찰 수 있다.
올해 초에 가상자산연구소인 해시드오픈리서치에서 가상자산을 보유하는 목적에 대해 조사를 한 적이 있다. 가상자산 거래, 달러 보유, 대외 송금 순으로 나타났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이러한 수요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지만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이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다. 따라서 발행업체가 이익을 내려면 새로운 시장과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 미국보다 시장 기반이 약한 상황에서 한국 업체들이 큰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
―스테이블코인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다른 가상자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은 거래 대상인 가상자산이고, 스테이블코인은 가상자산을 거래하기 위한 수단이어서 서로 용도가 다르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다른 가상자산의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스테이블코인이 사용되어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같은 가상자산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남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사진은 지난 7월 15일 비트코인도 결제 수단으로 받고 있는 엘살바도르의 한 가게./로이터 연합뉴스
―스테이블코인이 기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되면 금융기관에 예치된 예금이 스테이블코인 발행업체의 예치금 형태로 전환된다. 국채 수요가 늘어나면서 국채 가격이 상승(금리는 하락)할 수 있다. 반면에 발행 규모가 급격히 증가하거나 급격한 환매 수요가 발생하면 국채 가격이 급변동할 수 있다. 그 결과 미국 국채가 안전자산이라는 믿음이 흔들릴 수 있다. 또 기존 금융 시스템과 디지털 자산 시스템의 연계성이 높아지면서 디지털 자산 시장의 리스크(불확실성)가 기존 금융 시스템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커진다.”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가능성은?
“가상자산도 일정 부분 통화량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통화량 증가로 인한 인플레이션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고 본다. 아직 예금자 보호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이용자가 제한적일 것이다. 다만 스테이블코인의 활용 범위가 디지털 생태계를 넘어 실생활로 확대되면 금융시스템의 디지털화는 더욱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예컨대 금융회사를 끼지 않고 개인들끼리 바로 금융거래를 하는 사례나 조각 투자와 같은 다양한 금융서비스들이 활성화될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 사용이 확대되면 미술품 조각투자와 같은 새로운 투자 방식이 더 활성화될 전망이다. 사진은 지난 2024년 9월 4일 서울에서 열린 국내 최대 미술시장 '키아프 서울 2024'./뉴스1
―스테이블코인 발행업체는 결국 새로운 은행이 되는 것 아닌가?
“아니라고 본다. 스테이블코인은 미국에서 중앙은행이 등장하기 전에 지방은행들이 발행했던 은행권에 비유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엄연히 중앙은행에 의한 통화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결코 법정화폐나 예금의 지위를 가질 수 없고, 발행업체 역시 은행이 될 수 없다고 본다. 만약 스테이블코인 발행업체가 은행과 같은 실질을 갖게 되면 은행 수준의 규제를 받게 되고, 그 때부터는 스테이블코인이 더 이상 스테이블코인이 아니라 양도성예금증서와 비슷한 형태의 예금토큰이 된다. 예금을 토큰으로 발행하려면 한국은행 주도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의 운용 체계가 잘 갖춰져야 하는데 현재 그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
―한국의 진행 상황은?
“국회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 법안이 발의된 상태이다. 국정기획위원회에서도 제도화 방안을 추진중이어서 하반기에는 입법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주요 의제는 발행업체의 자격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이냐, 이용자 보호를 위해 지급준비 자산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관리할 것이냐 등이다. 하지만 서두르기보다는 다양한 위험 요소를 고려해 시스템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이용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으면서 다양한 혁신이 시도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미국과 EU(유럽연합)의 관련법과 현실 적용 상황을 참고해 시스템을 만들면 될 것 같다.”
한국에서도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는 등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가 활발하다. 사진은 국회 본회의장 모습./뉴스1
―더 할 말이 있다면?
“미국은 전세계 석유 거래 대금을 달러로 지불하게 하는 페트로 달러에 이어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달러 주도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함께 지급 및 결제 등 유통 과정의 인프라 구축에 초점을 맞춰 수익성을 높이는 방안이 효과적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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