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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세영 기자 = 명성황후 시해 사건인 을미사변 100주기에 초연을 올린 뮤지컬 '명성황후'가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1995년 예술의전오션파라다이스 먹튀
당에서 시작해 2년 만에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링컨센터 무대에 오른 데 이어, 영국, 캐나다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 공연을 이어왔다. 올해 한국 창작 뮤지컬로는 처음으로 누적 관객 200만명을 돌파하는 기록도 세웠다.
뮤지컬의 주인공 명성황후는 한때 '나라를 망친 여인', '권력에 눈먼 여우 민비'로 불렸다. 이문열의 소설 '여우사냥'이 황금주
원작인 이 뮤지컬은 그간 부정부패의 상징으로 여겨진 주인공의 이미지를 완전히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명성황후는 뮤지컬을 통해 일제의 손에 희생된 비운의 국모로 다시 태어났다.
작품 하나가 역사적 인식을 어떻게 뒤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다. 명성황후 30년 여정을 이끌어온 윤호진(77) 예술감독을 만나 'K-뮤지컬의 전설' 명성황후의시원스탁
스토리를 들어봤다. 명성황후는 현재 전국 순회를 이어가고 있다.
다음은 윤 감독과의 일문일답.
--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했다. 소감이 어떤가? ▲ 처음에 우리 걸 제대로 만들어 세계 무대에 올리고 싶다는 꿈은 있었다. 이렇게까지 길어질 줄은 미처 생각 못 했다. 작품을 개발해 관객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고민하며 매번 고단타로10억만들기
쳤다. 외국 뮤지컬의 특징은 브로드웨이에서 오래 공연해도 한번 막이 올라가면 고치지 않는다. 근데 우리는 막 올릴 때마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 계속 고민했다. 그렇게 지금까지 왔다.
-- 그래서 명성황후 팬이 매 공연이 올라갈 때마다 달라지는 지점에 대해 듣고 싶어 할 것 같은데. ▲ 처음에 만들 때 욕심이 많았다.온라인릴게임먹튀검증
어떻게 하면 더 스케일도 크고 우리가 세계적 작품에 뒤지지 않는 작품을 만들지 고민했다. 우선적으로 외국 작곡가가 섭외 대상이었다. 후일담이지만 '미스 사이공'이나 '레미제라블'을 작곡한 클로드 미셸 쇤베르크를 만나러 직접 파리에 갔다. 이런 소재가 있는데 한번 해보자 했더니 처음엔 난감하게 생각하더니 정치적이지만 않으면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훗날 한국에도 왔었다.
-- 1995년 12월 30일 명성황후 시해 100주년을 맞이해 초연을 올린 후 전회 매진을 기록했다. 그런 다음 미국 브로드웨이 진출도 해냈다. ▲ 몇 번 위기가 있었다. 아무리 모금해도 안 돼서 배우들을 모아놓고 "여러분들 독립운동 할 때 돈 받고 독립운동했던 얘기 들어봤나"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다들 "아니요"라고 해서 일단 밀어붙였다. 그러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배우들 사이에서 이러다 못 가는 거 아니냐는 얘기가 또 나오길래 내가 "뗏목을 타고라도 간다.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리고 정말 운이 좋아 가게 됐다.
-- 1997년 8월 15일 광복절 뉴욕 브로드웨이의 심장 링컨센터에서 공연 후 소감이 어땠는지. ▲ 모든 관객이 용수철처럼 일어나 기립박수를 쳤다. 2천500석 정도 되는 객석의 모든 관객이 일어나는데 나도 일어서다가 주저앉았다. 그동안 고생했던 기억이 사무쳤다. 배우들 앞에서 독립운동했던 얘기 등 그런 것들이 생각났다. 그때 한 유대인 할머니가 나한테 "너희 나라 민족 참 대단하다"며 "어떻게 그 가슴 아픈 역사를 이런 식으로 승화시켰느냐"고 말했다. 너무나 기뻤다. 그 공연 후 모든 빚을 갚을 수 있게 됐고 배우들한테 못 줬던 출연료를 다 줬다. 그렇게 해서 명성황후가 닻을 올려서 순항을 시작했다.
-- 초반부에는 역사적 자부심을 자극하는 전개로 갔다가 후반부에는 역사적 인물의 감정선이 돋보이는 연출이 눈길을 끌었다. ▲ '백성이여 일어나라' 장면만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찡하다. 역사 얘기니까 기본적인 정보 전달을 해야 한다. 주인공의 감정이 쌓여서 어떻게 관객의 마음속에 들어갈 수 있을지를 생각했다.
-- '수태 굿' 장면은 나중에 들어갔다고 들었는데. ▲ 초연 때는 수태 굿 장면이 없었다. 그때도 집어넣고 싶었는데 무속음악을 현대화시키기가 너무 어려웠다. 그러다가 뉴욕 초연 때 한번 만들어 보자 해서 수태 굿을 집어넣었는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개인적으로 한국 무속이 전 세계 무속 중에서 가장 강렬하다고 본다. 비트도 강하고 색깔도 화려하고 K-팝도 거기서부터 나오는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 정서를 담는 것이 곧 세계적인 것이라는 데 착안했다. 그런 게 맞아떨어졌다.
-- 30년을 계속 나아가게 한 원동력은 무엇인가. ▲ 시작도 끝도 관객이고, 첫 번째, 두 번째, 마지막까지 관객이다. 관객에게 뭘 전달해 줄 수 있을지를 계속 고민한다.
-- 끊임없이 대사를 보완하고 무대를 업그레이드했다는데. ▲ 명성황후는 관객층이 참 넓다. 초등학생부터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다 같이 볼 수 있다.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 우리나라가 지금껏 존재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서 어린애부터 나이 든 사람까지 작품을 감동적으로 봤을 때 그런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그러한 작품을 3부작으로 더 해보려 한다. 이것까지 하면 일생의 소임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
-- 앞으로 준비하는 작품이 있다면. ▲ 3부작까지 준비하고 있는데 명성황후가 처음이고 그다음이 안중근 의사 이야기인 뮤지컬 '영웅'이다. 지금 기획하고 있는 마지막 편은 이순신 장군 이야기다. 3년 후로 예상하고 지금 대본은 다 끝났다. 김훈의 '칼의 노래'를 원작으로 만든다. 전투 신이 있어서 무대 미술이 어려운데 그것도 어떻게 해낼 수 있을 거 같다. 근데 세월이 벌써 많이 흘러 아쉽다. 10년만 젊었으면 많은 것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웃음).
-- 관객에게 전하고픈 말은. ▲ 명성황후를 30주년까지 오게 해주신 관객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 앞으로 더 노력해서 제2, 제3의 명성황후가 만들어지고, 전 세계에 우리나라 뮤지컬 작품이 가서 최고의 평가를 받는 날까지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나의 모든 의지와 정신은 관객의 사랑으로부터 왔다.
* 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기획·제작총괄 : 홍제성, 진행·내레이션 : 유세진, 영상 : 박소라·박주하, 촬영협조 : 에이콤 인터내셔널 윤홍선 프로듀서·오승환 팀장, 연출 : 박소라>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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