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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외교 행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각종 안보ㆍ경제 현안이 세계 곳곳에서 터지고 있지만, 70개 가까운 국가에 미국 대사가 없어 긴밀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대표적이다.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막기 위해 잇따른 협상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우크라이나엔 긴밀한 소통을 담당해야 할 미국 대사가 없다. 현지 목소리를 얼마나 귀담아 듣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9년 5월 우크라이나 정부 압박에 동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마리 요바노비치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가 경질된 이후, 그 자리는 3년째 공석이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1년이 다 되도록 후보조차 없다. 바이든 대통령은 의원 시절 상원 외교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터여서 외교력의 중요성을 가장 잘 아는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혀 왔다.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바이든 대통령은 ‘끈질긴 외교의 힘’을 믿고 있지만, 고위 외교관이 걱정스러울 정도로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우크라이나 갈등 외에도 미국이 관여하고 있는 국제 이슈는 한둘이 아니지만, 주요 포인트마다 대사는 공석이다. 중동에선 이란 핵합의(JCPOAㆍ포괄적공동행동계획) 복원을 위한 협상이 진행 중인데, 걸프만 동맹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에는 미국 대사가 없다. 이란 핵합의를 두고 중동 국가들 간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데도 그런 이유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심지어 그토록 “중국 타도”를 부르짖으면서 중국과 인접한 인도와 필리핀, 태국,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에도 대사를 파견하지 않았다. 대중 전선 구축을 위해 아시아ㆍ태평양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과는 대조되는 행보다.
또 북한이 연일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지정학적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는데도 주한 대사 역시 1년 넘게 비어 있다. 미국 대사가 없기는 유럽 핵심 우방국인 영국, 독일, 이탈리아도 마찬가지다. 이코노미스트는 “대사가 없어도 전문 외교관들이 업무를 수행할 수는 있지만, 대통령이 지명하고 상원 인준을 거친 대사에 비해서는 영향력이 크게 떨어진다”고 짚었다. 한마디로 바이든 대통령이 외교관 없이 외교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달 말 니컬러스 번스 주중 대사, 람 이매뉴얼 주일 대사, 마크 기텐스타인 주유럽연합(EU) 대사 등이 상원에서 인준을 받았다. 그러나 미국외교관협회에 따르면 190개국 대사 중 아직도 68개국이 공석이다. 공화당이 인준을 거부하거나 지연시키는 탓도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 책임도 적지 않다. 아직 대사직 4분의 1은 지명조차 하지 않은 상태다.
미국의 외교관 없는 외교는 곳곳에서 파열음을 부르고 있다. 지난해 9월 미국ㆍ영국ㆍ호주가 3국 안보협의체 오커스(AUKUS)를 출범시켰을 당시 미국과 프랑스의 관계가 파탄 지경까지 치달았던 것은 이런 난맥상을 보여주는 사례다. 당시 호주는 미영 양국으로부터 핵추진 잠수함을 공급받기로 하면서 프랑스와의 디젤 잠수함 건조 계약을 파기해 버렸고, 뒤통수를 맞은 프랑스는 주미 대사를 본국으로 불러들이며 미국에 강력 항의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당시 불협화음은 고위급 외교관 부재로 양국 간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탓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지난달 “러시아와 중국 등 미국이 직면한 거의 모든 문제와 관련해, 우리는 현지에 완전하게 갖춰진 국가 안보ㆍ외교 정책 팀을 두지 못한 탓에 정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한 것은 미국 외교의 현실을 말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