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성탄절)를 하루 앞둔 24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동에 설치된 인공 나무 조명 주변으로 많은 사람이 추억을 남기고 있다. [연합뉴스]



#.사회초년생 30대 A씨는 연말을 맞아 연인과 파인다이닝 데이트를 계획하고 한 달 전부터 예약을 시도했지만, 인기 레스토랑은 예약 오픈 직후 모두 마감됐다. 결국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예약 양도를 알아봤고, 코스 가격 외에 수십만 원의 웃돈을 얹어 자리를 확보했다. A씨는 “정상적인 예약은 이미 불가능했고, 연말에 맞춰 식사하려면 웃돈을 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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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을 앞두고 인기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예약을 둘러싼 ‘중고거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예약 오픈과 동시에 자리가 동나는 구조 속에서 소비자들이 어쩔 수 없이 웃돈을 얹어 예약을 양도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데이트·기념일 수요가 몰리는 연말 특수를 틈타 예약 자체가 ‘프리미엄 상품’처럼 모바일릴게임 거래되면서, 소비자 부담과 제도적 허점에 대한 지적도 커지고 있다.


웃돈 붙어 거래되는 호텔·파인다이닝 양도





한 중고거래 플랫폼에 올라온 ‘모수’와 ‘을지로보석’ 양도 릴짱릴게임 글. [중고거래플랫폼 캡처]



28일 중고나라·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호텔·파인다이닝 이용권 양도와 관련된 중고거래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해당 게시물들에는 ‘예약금’ 또는 ‘양도비’ 명목으로 10만원 내외 혹은 그 이상으로 웃돈을 붙여 판매하는 경우가 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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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시즌을 맞아 유명 셰프가 운영하는 파인다이닝 예약 글이 특히 눈에 띄었다.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시즌1’ 출연 이후 인지도가 급상승한 안성재 셰프의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모수’ 예약을 양도하겠다는 글이 대표적이다.
오는 31일 오후 4시 모수 예약을 양도한다는 판매자는 “식사 보증금 200만원( 바다이야기사이트 1인 100만원) + 양도비 15만원에 판매한다. 보증금은 식사한 이후 돌려드린다”고 적었다. 모수는 평일 기준 런치 32만원, 디너 42만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와인페어링을 선택할 경우 4잔 페어링은 22만원, 7잔 페어링은 33만원이다.
또 다른 ‘흑백요리사’ 출연 셰프인 조서형 셰프가 운영하는 ‘을지로보석’의 예약을 양도한다는 한 판매자도 “예약금 10만원에 양도금 3만원을 더해 총 13만원에 올린다”며 “가게 방문 시 10만원은 돌려받을 수 있다”고 적었다.



한 중고거래 플랫폼에 올라온 호텔 양도 글. [중고거래플랫폼 캡처]



호텔 예약 역시 웃돈을 붙인 중고거래 대상으로 거래되고 있다. 특정 판매자들은 서울·부산·제주 등 고급호텔의 연말 숙박권을 대량으로 구매해 판매 중이다.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호텔 예약을 양도한다는 한 판매자는 예약금 외에 ‘펑크방지금’을 명목으로 소액을 추가로 받는다고 적었다. 통상 ‘양도비’나 ‘프리미엄’으로 불리는 웃돈을 ‘펑크방지금’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판매자는 아난티 앳 부산 코브 호텔 양도 판매글도 올렸는데, 해당 글에서도 ‘펑크방지금’이 있다고 명시했다.


“과도한 되팔기 사실상 막기 어려워”





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이 지난달 6일 정부세종청사 국세청 기자실에서 ‘티켓팅 전쟁을 유발하는 암표업자 세무조사 실시’에 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말이 되면 호텔·외식 이용권을 되파는 거래가 반복적으로 나타나지만, 이를 실질적으로 통제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호텔업계는 예약이나 이용권 구매 단계에서 소비자의 되팔기 목적 여부를 사전에 가려내기 어렵고, 설령 이를 인지하더라도 거래 자체를 차단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입장이다.

일부 중고거래 플랫폼은 반복적인 판매 행위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동일한 상품을 다량 구매해 지속적으로 판매하는 경우, 개인 이용자가 아닌 전문 판매자로 분류해 계정 활동을 제한하거나 제재하는 방식이다.
플랫폼 관계자는 “연말처럼 숙박권 수요가 몰리는 시기에는 같은 상품을 대량으로 확보해 웃돈을 얹어 파는 행위를 집중적으로 살핀다”며 “이는 플랫폼 정책상 명백한 위반 사항으로, 모니터링을 통해 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제도적 보완 없이는 되팔기 관행을 근본적으로 막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문화·체육 분야 티켓은 암표 규제가 제도화돼 있지만, 숙박권 거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중고거래 시장에서 이뤄지는 되팔기를 관리할 수 있도록 공정위 관련 법체계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