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마약왕'이라 명명되는 박OO(이하 '박 씨')이 지난 25일 한국에 입국했다. 필리핀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수감 중이었지만, 한국의 주권 범위에서는 이제 마약밀수·판매 등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인 '피의자'이다. 박 씨 보도를 두고 해프닝이 벌어졌다. 경찰과 법무부는 "박OO"이라 명명했고, 송환 과정 영상을 언론에 제공하면서 '반드시 블러(가림) 처리'를 요청했다.
허망한 요청이었다. 절대 다수 언론은 박 씨의 이름은 물론, 공항에서 입국하는 박 씨 얼굴을 '그대로' 대서특필했다. 한겨레신문만이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 2000년대 후반 피의자 신상공개 관련 법률이 제정된 이후,
사아다쿨 법에 따른 신상공개 결정이 이루어지기 전 가장 대대적인 제도 '패싱'이었다.?일부에서는 박씨가 2023년 한 국내 언론과 인터뷰를 했기에 언론의 얼굴 보도가 문제되지 않는다 말하지만, 박씨가 당시 인터뷰에서 '촬영'에 동의했는지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고, 이후 박씨가 해당 언론사에 '불법촬영'이라 항의한 사실이 보도되었다.
확정판결은커녕
골드몽릴게임 기소조차 되지 않은 피의자 단계에서 그들의 신상이 어디까지 보도될 수 있는지는 우리는 물론 전 세계의 논쟁거리다. 미국과 일본 사례가 과잉유통되며 '한국이 유별나게 까다롭다'라는 주장도 있지만, 독일은 한국보다 엄격하게 범죄자 신상을 가려서 보도한다. 가해자가 잔혹한 괴물일지라도, 그에 맞서는 국가와 공동체의 방식은 여전히 문명적이어야 한다고 고집을 부리는
바다이야기2 독일 사례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2016년 독일은 '공포의 집' 사건으로 발칵 뒤집혔다. 독일 서부 작은 마을 훽스터에서 2014년부터 빌프리트와 그의 전처(이하 '범죄자들')가 신문 광고와 데이팅 앱을 통해 여성들을 집으로 유인했고, 피해자들을 장기간 감금하며 학대했다. 최소 두 명의 여성이 죽었고, 시체는 토막이 나 화장로에서 태
사이다릴게임 워졌다. 독일판 '지존파' 사건인 이 끔찍한 사건이 2016년 발각되었고, 보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독일 주류 언론은 범죄자들 얼굴은 물론 이름조차 사용하지 않았다. 실명 대신 '유스투스 P.'(Justus P.)라는 가명을 사용하거나 이름은 사용해도 성은 이니셜로 표시했다(Wilfried W.).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이동하는 범죄자들
바다이야기사이트 을 촬영했지만 식별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한 후 보도했다. 범죄의 잔혹성이 알려질수록 "이런 괴물에게 무슨 인격권이 있느냐, 얼굴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들끓었다. SNS를 통해 범죄자들 과거 사진과 실명이 유포되고, 영국 등 인접 국가에서도 얼굴 보도가 이어지자 독일 언론의 원칙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으로 보였다. 결국 일부 매체가 범죄자들을 식별할 수 있는 보도를 시작했다.?
빌프리트 변호인은 이 공개 매체들에게 공격적으로 보도 금지 가처분을 걸고, 독일 언론위원회에 제소했다. 결과는 모두 범죄자들 측 승리. 독일 언론위는 공개 매체들에게 높은 수위의 처분인 '공개적 주의'를 결정했는데, 결정문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범죄 행위의 잔혹함이나 사회적 파장이 크다는 사실만으로 피의자의 실명을 공개할 압도적인 공익이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 범죄 사실 그 자체에 대한 보도와 피의자 개인의 신상을 연결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피의자들은 구속수사 중이다. 추가적인 피해자 확보나 도주 방지를 위한 공개 필요성도 없다. 대중에게 피의자 얼굴을 알리는 것은 수사 목적이 아닌 선정적 호기심 충족에 불과하다. 해외 언론이나 인터넷 커뮤니티에 이미 정보가 유포되었다는 사실이 독일 언론의 윤리적 책임을 면제하지 않는다. 오히려 공신력 있는 제도권 매체는 자극적인 정보의 확산을 저지하고 헌법적 가치를 수호할 책임이 더 크다. 언론이 사법 절차를 대신하여 피의자를 사전 판단해 사회적 낙인을 찍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저런 악인조차 법으로 보호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독일 제도권은 '그렇다, 그것이 법치주의다. 흉악범이라도 확정판결 전 구경거리가 되지 않을 권리가 있다'라며 원칙과 인내로 답한다. '법치주의를 위해 우리는 어디까지 인내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개별 국가마다 다르다. 한국이 뒤로 가지 않기를 바란다.
임재성 변호사(법무법인 해마루)·연세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