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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9-30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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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따라 몇 달 전부터 집 근처 산과 회사 인근 조깅 코스에서 시간이 날 때마다 뛰어다녔다. 그 과정이 고되긴 했다. 고된 만큼 에스에프에이 주식
할 말이 마음속에 쌓였다. '새벽에 일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궁금증부터, '이렇게 하는 것이 과연 무슨 소용인가?'라는 자아성찰 관련 물음까지. 주로 혼자 물어보고 혼자 답했다(나는 보통 혼자 달리기를 한다. 지방 출장이 많아 일하는 시간이 들쭉날쭉한 편인데, 이 때문에 누군가와 약속을 잡는 것이 부담스러울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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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장거리 트레일러너 염주호 선수가 저 물음들에 상냥하게 답해 줄 것 같았다. 메일함을 열었다.
존경하는 염주호 선생님께
안녕하세요, 선생님. 지난 봄 함께 달렸던 월간산의 윤성중입니다. 이후로도 몇 번 만나고, 밥도 같이 먹고 말도 텄는데, 이렇게 편지로 소식을 전하려니 색다르네요. 그 색다른 기오션
분을 어떻게 글로 써야 할까 고민하다가 존댓말이 적절할 것 같아 이렇게 적습니다. 이해해 주십시오. 즐겨 주십시오!
여름이 끝나가는 분위기입니다. 매년 계절이 가을 문턱을 넘을 때 오늘처럼 비가 와장창 내렸다고 기억합니다. 올해 여름은 어떻게 지냈는지요? 많이 더웠죠? 우리집엔 에어컨이 없는데, 이번엔 에어컨을 사야 할까? 심각하게 고민하알리안츠펀드
게 만들었습니다. 끔찍한 찜통 속에서 헉헉댄 기억이 가득합니다. 덕분에 8월 첫 주 동안 아무것도 못한 채 몽땅 날렸습니다. 둘째 주에야 정신을 차리고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는데, 그 때문에 무척 피곤한 일주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정신과 몸이 너덜너덜한 기분입니다.
지난 7월에는 누적거리 약 190km, 누적고도 약 7,900m를 기록했습니KOSEF미국달러선물 주식
다. 조금만 더 부지런했다면 목표 수치인 200/10,000을 채울 수 있었을 텐데 아쉬운 마음입니다. 이달에는 어떻게든 200/10,000클럽에 꼭 가입하려고 이를 갈고 있습니다.
200/10,000클럽에 가입하려면 무척 힘든 일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거의 매일 '달리기'에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합니다. 세상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둘러볼 시간조차 없습니다. 하루 중 달리는 시간은 고작 1~2시간뿐이지만 그 사이에 먹을 것, 쉬는 것을 하나하나 살펴야 하고, 특히 트레일러너라면 어느 산, 어떤 코스를 몇 시간에 달릴 것인지도 끊임없이 계산해야 하죠. 이 어려운 일들 중 가장 힘들었던 건 새벽에 일어나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7월 한창 더울 때, 기온이 가장 낮은 시간은 새벽 4 ~6시였습니다(그래봤자 27~28℃). 게다가 저는 오전 9시 30분까지 출근해야 했죠. 늦어도 새벽 5시에 일어나 집 뒷산에서 10km를 달린 다음(약 2시간 걸림) 씻고, 운동복을 빨고, 새 옷으로 갈아입고 전철을 타야 늦지 않게 사무실에 도착할 수 있었죠. 저에게 이것은 굉장히 타이트한 일정이었습니다. 전날 더위에 뒤척이다가 밤 12시쯤 잠들기 일쑤였고, 알람을 맞춰놓아도 늘 새벽 5시 30분에 깼습니다. 준비하고 산으로 가기엔 빠듯해 훈련을 포기한 적이 여러 번입니다.
평일에 못 채운 마일리지는 주말에 쌓아야 했는데, 이럴 때 보통 장거리 계획을 세우죠. 산에서 20km 달리자고 다짐합니다. 이때 필요한 시간은 하루종일입니다(최소 5시간 훈련시간 필요). 아내가 엄청나게 싫어합니다.
싫어하는 아내를 달래는 일, 이 훈련을 왜 해야 하는지, 주말에 하루종일 산을 탈 수밖에 없는 일에 대해 아내를 설득하는 일은 훈련 정도로 힘듭니다. 속상합니다. 그럴 때마다 속으로 아내에게 이렇게 말하죠. '나도 가고 싶어서 가는 게 아냐.' 아! 눈 밑에 그늘이 길게 생겼습니다. 저는 생각했습니다.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그러면서 목표에 대해 생각했죠. '목표'가 없다면 좀 더 수월하게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이죠. 한편으론 '생각'이란 것도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생각이 없다면 세상이 엉망진창이 될 테니 필요할 때마다 생각 버튼을 켜고 끌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고 또 생각했습니다. 그러니까 '새벽마다 생각 버튼을 끄고 일어나자마자 옷을 입고 달리러 나갔다면 좋았을 걸'이라고 여러 번,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왜 이걸 해야 할까요? 염주호 선생님은 왜 매일 새벽에 일어나 달리기를 하죠? 그렇게 해서 어떤 보상이 주어지나요? 아무리 생각해도 그 보상은 개인의 만족감뿐인데, 그 만족감이 저를 천국에 데려갈까요? 훈련 끝에 도달하는 곳이 천국이 아니라면 어쩌지? 저는 매일 머리를 싸맸습니다.
이 상황에 대해 한 친구와 대화를 나눴습니다.
"아, 요즘 시지프(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코린토스의 왕, 신들을 화나게 해 커다란 돌덩이를 산꼭대기로 밀어 올리는 벌을 받음. 돌덩이는 산꼭대기에서 다시 아래로 굴러떨어짐)가 된 기분이야. 쓰러질 때까지 달려야 할 것 같아. 시지프에게 행복한 시간이 있었을까?"
친구가 대답했어요.
"물론 있었을 거야. 시지프는 고통스러운 순간을 어떻게든 자신만의 '예술 작품'으로 승화했을 테고, 그러면서 분명 즐거웠을 거야!"
저는 그럴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이 편지도 무한반복 달리기가 예술적으로 승화된 어떤 종류 중 하나일 것이라고 여깁니다. 이것이 보상이라고 치면 너무 약소합니다. 억울합니다! 결국 저는 이렇게 이해했습니다. 사람은 이처럼 매일 고통받기 위해 태어났고, 고통이 아이러니하게 삶을 이어가는 연료가 된다고요. 저 삶의 방식을 이해한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죠.
"해야지 뭐, 어쩌겠어!"
이건 꼭 고통의 연료를 몸속에서 모조리 연소시킨 다음 입 밖으로 뱉는 매연같습니다.
선생님은 저의 투정을 보고 이렇게 말씀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달리면서 느꼈던 좋은 기억들, 달리기가 나에게 준 행복한 순간들을 깡그리 잊어먹은 건가요? 좋았던 그때가 힘든 훈련의 보상이었을 텐데요?"
그렇다면 저는 이렇게 답하겠습니다.
"네, 잊어버렸어요. 잊었다는 것도 불만입니다. 어떻게 그 순간을 잊고 또 길바닥에 나와 달리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아요. 망각 또한 삶을 살아가게 하는 원료일까요? 인간은 왜 이렇게 만들어졌죠?"
울트라 트레일러너 염주호 선수.
염주호 선생님, 오랫동안 달리기를, 트레일러닝을 해온 입장에서 저에게 해줄 말씀이 있을까요? 슬럼프 같지만 엄밀히 슬럼프는 아닌, 목표 앞에서 흔들리는 저에게 적당한 조언을 좀 부탁합니다. 당신은 대체 어떻게 버팁니까? 무엇을 바라보면서 달립니까?
염주호 선생님, 기분 좋은 소식을 전해야 하는데 너무 징징댄 것 같아 미안합니다. 하지만 답장을 기다립니다. 꼭 답장 주세요.
찜통 속에서 탈출해 살아 돌아온 윤성중 드림
메일함의 '보내기' 버튼을 눌렀다. 염주호 선수는 얼마 후 메일을 읽었다. 나는 그에게 이전부터 양해를 구하고 답장을 여기에 싣고자 했다. 그가 해주는 조언이 나처럼 고민하는 여러 사람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서다. 하지만 그는 가족과 휴가 중이었다. 답장이 늦게 도착했다. 염주호 선수의 의견은 다음에 공개하기로 한다. 결국 이 편지는 여러 독자에게 보내는 모양이 됐다. 무더웠던 여름을 무사히 버텨낸, 편지를 읽은 누구든 답장을 보내도 된다.
zett@chosun.com
다음은 며칠 후 염주호 선수가 보낸 답장이다.
친애하는 윤성중 선생님께,
무더운 여름에 190km에 7,900m를 달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진심을 다해 달리고 계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여름은 특히 덥고 습해서 저조차도 달리기를 이어가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만, 선생님께서 달리기를 삶 속에서 실천하고 계시다는 사실에 감탄했습니다. 달린 거리와 고도도 대단하지만, 무엇보다 아침에 일어나 달리셨다는 점을 진심으로 칭찬해 드리고 싶습니다. 아침 달리기를 위해 최선을 다한 모습에 깊은 응원을 보냅니다.
제가 생각하는 달리기는 단순히 운동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새벽에 달리기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전날의 스케줄을 조정해야 하고, 그런 과정이 결국 자신의 삶을 바꿔 놓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이번 여름은 정말 습하고 더웠습니다. 달리기를 시작한 지 10분도 안 되어 땀이 줄줄 흘러 바지가 흠뻑 젖곤 했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새벽이 그나마 시원했고, 그 시간에 달릴 수 있었다는 점이 참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사실 올봄에는 부상이 심해 제대로 달리기를 이어갈 수 없었지만, 다행히 지금은 많이 회복하여 매일 아침 달릴 수 있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습니다. 항상 그럴 순 없겠지만, 최대한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고 감사한 마음으로 달리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어쩌면 달리기는 단순한 운동이 아닌 삶의 방향이자 형태라는 생각이 듭니다.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그렇게 힘든 운동을 하냐"고 묻곤 합니다. 그 질문에 스스로 답해보면, 달리기는 운동을 넘어 제 삶의 방식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깨닫습니다. 이른 시간에 달리기 위해 전날 일찍 자야 하고, 일찍 잠들기 위해서는 저녁 일찍, 모든 스케줄을 마무리해야 하니까요. 또한 오늘 달리지 않았다면, 내일의 달리기가 더 힘들다는 걸 알기에 매일 묵묵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저 역시 십여 년 넘게 달려왔지만 여전히 이른 시간 침대에서 일어나는 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달리고 있는 모든 이를 응원하고 격려하고 싶습니다.
시지프 이야기를 듣고 생각난 것이 있습니다. 한국인 대부분은 '달리기'라는 단어에서 무더운 트랙 위에서 땀 흘리며 하는 운동을 떠올리곤 합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달리기의 본질은 '달리는 과정을 온전히 즐기는 것'입니다. 물론 매 순간 즐거운 달리기를 하는 건 아니지만, 힘든 순간을 견디는 가운데에서도 그 과정이 주는 즐거움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목표가 아니라 과정에 집중할 때,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내 몸과 정신, 그리고 자연을 새롭게 알아가는 기쁨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책 읽기에 비유한다면, 다독이나 속독보다는 한 권을 깊이 읽어, 삶을 변화시키고,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과 비슷합니다.
윤성중 선생님께서도 산을 많이 오르셨으니 공감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산을 올랐다" 또는 "그 산을 안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요? 단순히 산의 이름과 고도를 안다고 해서 산을 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아직 그 답을 확신할 수 없지만, 좋은 산행이란 단순히 수치를 아는 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대화, 고요함, 성찰, 풍경과 생명과의 만남이 함께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목표는 분명 좋은 동기가 됩니다. 그러나 목표에만 매달린다면 더 많은 것을 놓칠 수 있습니다. 목표는 짧고, 노력한다고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오히려 목표를 향해 걸어가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자신을 만들어가고 알아가게 됩니다.
지금 저는 가족 여행으로 베트남에 와 있습니다. 이른 새벽 달리기를 하며 만나는 다양한 풍경과 사람들, 생명들이 여행 속 달리기를 한층 풍성하게 해줍니다. 특히 어제의 달리기가 그랬습니다. 다낭 시내 북쪽의 'Monkey Mountain' 산길을 달리며 다양한 색의 나비, 야생화, 멸종 보호종인 붉은다리원숭이 무리까지 만났습니다. 예상치 못한 순간의 만남이 참 즐겁고 기뻤습니다.
저처럼 달리며 자연에 집중해 보는 것도 좋고, 함께 달리는 이들의 표정·호흡·발소리를 느끼며 응원하고 위로받는 것도 과정의 즐거움일 것입니다. 혹은 이른 새벽 불어오는 바람의 온도와 습도를 온몸으로 느끼며 계절의 변화를 알아차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지요.
새벽의 바람에서 시원함이 느껴집니다.
무더운 초록의 여름을 온몸으로 이겨낸 지금, 곧 결실의 계절이 다가온다는 이야기겠죠. 모두가 원하는 결과를 이룰 순 없겠지만, 과정의 즐거움만큼은 누구나 누릴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항상 즐거운 달리기를 이어가시길 바랍니다. 저 역시 내일의 즐거움을 위해 이만 줄입니다.
산을 달리고 있는 염주호 드림.
P.S. 새벽 달리기를 좀 더 쉽게 이어가기 위한 작은 팁을 드립니다. 전날 잠들기 전, 새벽 날씨를 확인하고 달리기를 위한 옷을 미리 준비해 두세요. 물 한 잔을 떠놓는 것도 좋은 도움이 됩니다. 나무가 겨울을 나기 위해 잎을 떨어뜨리듯, 달리기를 위한 작은 준비가 다음 날을 더 충실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월간산 9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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