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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모티브>는 1986년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엔카렘'에서 한밤중에 일어난 온 가족 몰살 사건을 다룬다. 사건현장에서 살인범이 체포되었는데, 살인범인즉 그 집의 막내아들(13살)이었다.
그런데 살인의 결과물(?)도 있고, 살해 흉기(M16)도 있었으며, 살해 주체(범인)도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그 범인(아이)의 살인 동기가 명확지 않았다.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총을 쐈기에 시신은 끔찍하게 훼손된 상태였다. 아버지의 얼굴 반쪽은 창문 커튼 뒷쪽에서 찾았다. 어머니의 두개골은 불규칙하게 파손되어 피를 뿜고 있었다. 2층에는 소년의 누나들이 잠자던 자세 그대로 총살(?)되어있었다.
심지어 (큰누나의 경우 군복무 경력도 있는데) 아랫층에서 울린 총소리를 듣고 일어나 대응한 움직임이 전연 없었고, 총을 들고 나타난 동생에게 저항을 한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누나들은 이불을 턱 밑까지 얌전히 올리고 반듯이 누운 채로 죽어있었다.
게다가 아이는 누나 중 한 명이 뭐라 말하려 했을 시점에 총을 쐈기에 누나가 하려던 말을 끝까지 들을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업무 매뉴얼을 따라 그날 사건현장에 도착한 기록사진가들은 어쩔 수 없이 그 일을 해내면서도 그 일이 지나치게 힘들었다고 고백한다. 사건현장이 말 그대로 '피칠갑'이어서 다큐멘터리 <더 모티브>도 현장사진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 못한다.
휙 지나가거나 조각으로 잘라서 보여준다. 몇몇 현장사진들을 길게 보여줄 때는 피의 색깔이 두드러지지 않도록 흑백으로 전환해 보여준다. 당시에 뉴스보도를 할 때에도 현장사진이 너무 끔찍해 보도제한이 걸려있었을 정도였다. 영화 <더 모티브>는 이 소년의 이름을 한 번도 거명하지 않는데, 이 글에서는 'M'으로 지칭하기로 한다.
M은 살인이 있기 직전에 아버지에게 M16을 다루는 방법을 배웠다고 진술했다. 모두가 감탄할 만큼 지능지수가 높은 M은 총기작동법을 단번에 완벽히 익혔다. 이튿날 살인 당일, M은 잠을 자다 꿈에서 영화 <빠삐용>의 한 장면을 보았고(온 가족 살해범이 등장하는 장면), 근처 교회당에서 울리는 종소리를 들었다. 그 직후 "가라"라는 음성을 따라 침대에서 일어났고 안방으로 들어가서 M16을 사용해 부모님을 살해했다. 그리고 2층으로 올라가 누나들을 죽인 다음, M16을 탁자에 놓아두고 옷을 갈아입은 뒤 이웃집으로 건너갔다.
그런데 M은 온 가족의 죽음에 대해 전연 슬퍼하지 않았다. 설령 자기가 의도적으로 죽이지 않았다는 게 사실이라 해도 온 가족이 죽었는데 상실감이 느껴지지 않는 듯, M은 단 한 번도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M은 자기 가족이 매장된 묘지에 도착했을 때 몹시 차분했고, 현장검증을 할 때도 침착했다.
M은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그의 죄목은 '1급살인'이 아니라 '과실치사'였다. 살인 동기(의도성)를 특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스라엘 형법상 '1급살인'이면 M이 범죄자라서 유산상속권을 박탈당하지만, '과실치사'로 판명나면 생존자가 되어 M은 유산을 상속받을 수 있다. 사건 당시 M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심지어 M은 변호사에게 자기가 유산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처음부터 명확히 콕 집어 요구했다.
한편, 폭력적 전과도 없고 자잘한 사고를 낸 적도 없는 내향적 모범생 소년이 도대체 왜 온 가족을 갑자기 죽였는지 모두가 M의 살인 동기를 궁금해하는 와중에 M의 변호사(요시 아르논)는 M의 살인 동기에 대하여 자신이 세워둔 가설이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러더니, 에피소드4에 이르러 그는 자기의 가설을 누설한다. 가설의 내용인즉 'M의 아버지의 아동학대'였다. 아동학대 피해자가 누나들이었는데, M은 누나들의 학대에 비해 자기만 홀로 왕자 같은 대접을 받는 상황에서 절대적 무력감을 느꼈기에 M이 온 가족을 살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변호사는 법정에서 이 가설을 주장하고 증명했다. 그래서 M이 9년형 중 1/3을 감형받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런데 그 가설을 전격 신뢰하는 사람은 변호사 아르논, 그리고 아르논에게 그 가설을 전해듣고 M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여기자(루씨에 요벨), 감형을 선고한 판사에 국한될 것 같다. 아닌 게 아니라 M이 만일 학대당하는 누나를 폭력적 방식으로라도 구하고 싶었다면 가해자인 아버지만 죽이면 됐지, 누나는 왜 죽였는가? 그리고 엄마는 또 왜? 이 질문들 앞에선 그 가설이 좀 무력해지는 감이 없지 않다.
그런 데다 M의 가족들을 가깝게 알고 지내던 사람들은 전적으로 그 가설이 부당하다고 반박한다. 아동학대가 아무리 비밀리에 오랫동안 진행된다 할지라도 (아이의 주눅이 든 태도라든가, 뭔가 표시가 나기 때문에) 이웃과 친지들에게 완전히 은폐되기는 어려운 까닭이다. 실제로 누나를 1년간 주1회 상담했던 학교 상담선생님조차 아동학대 정황이 없었다고 못박았다. 그렇게 자주, 그렇게 오래 상담을 했을 경우 평범한 아이가 자기의 학대상황을 암시적으로라도 발언하지 않았을 리 없다고 부연했다.
어떻든 '과실치사'로 유죄판결을 받은 M은 감옥에 들어가 아무런 말썽도 피우지 않고 조용히 잘 지냈다. 워낙 지능이 높은지라 감옥 안에서도 독학으로 번번이 우수한 성적을 냈다. 마침내 출소한 M은 대학에 진학해 정상적으로 학위과정을 마쳤다. 현재 그는 결혼했고 아이들을 키우며 번듯한 직장에 취업해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중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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