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일 : 25-05-13 14:45
|
글쓴이 :
 조회 : 37
|
 http://62.ren749.top [0] | | http://47.rkt365.top [0] |
릴게임설치 € 오리지날 양귀비 €☏ 34.rse392.top ☎한반도와 관련된 외교안보 분야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익숙한 문서가 지난주에 소개해드린 ‘아미티지-나이 보고서(Armitage-Nye Reports)’입니다.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과 조셉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가 주도한 정책 제안서는 2000년부터 2024년까지 총 6차례 발간되면서 미일 동맹은 물론 한미일 3국 협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한미일 3국의 정보 및 방위 협력을 중점적으로 다룬 5차 보고서는 2023년 8월 캠프 데이비드 3국 정상 회의의 이론적 틀을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소프트 파워'로 유명한 조셉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가 자랑스러워한 경력은 1995년부터 2004년까지 9년간 케네디 서울시 대학 행정대학원(HKS)의 학장을 지냈다는 것이다. 나이 학장이 2003년 6월5일 하버드대 전체 졸업식을 마친 후 HKS에서 연설하고 있다./이하원 기자
그런데, 이 보고서를 주도한 아미티지(79)가 지난달 사망한 데 이어 나이(88)도 6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일찌감치 중국의 부상을 내다보며 동아시 파산면책대출 아에서 한국과 일본의 중요성을 강조하던 거장들이 잇달아 별세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미티지·나이 잇달아 별세
일본에서는 아미티지가 사망했을 때 내각의 2인자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이 그에 대한 추모사를 했는데, 나이의 별세에 대해서도 비슷한 분위기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나이의 현대카드연체율 부고(訃告) 기사를 9일 자 조간 신문의 종합 1면에 3단 크기로 게재했습니다. 요미우리 신문은 같은 날 2면에 역시 3단 크기의 기사로 비중있게 다뤘습니다. 일본의 중요 일간지가 1, 2면에 나이의 죽음을 보도한 것은 일본인의 그에 대한 신뢰와 평가가 각별했음을 의미합니다. “일본인이라면 나이 교수의 별세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뜻이 담겼다고 할 수 있습 국세청자영업자 니다. 나이는 카터 행정부의 백악관 근무에 이어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방부 국제안보담당 차관보를 맡으면서 미·일 동맹이 도약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나이 역시 아미티지처럼 한국을 미국의 아시아 전략에서 필수불가결한 존재로 보고, 한미 동맹을 중시했습니다. 지난달 아산정책연구원이 서울에서 주최한 아산 플레넘(Asan Plenum) 회의에서 빅터 현대캐피탈전세금대출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아미티지에 대해 “그는 일본 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는 한미 동맹의 강력한 지지자였다”고 했습니다.
차 석좌의 말은 나이에게도 적용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2002년 6월부터 1년 반 동안 그가 학장으로 있던 하버드대 케네디 행정대학원(HKS·Harvard Kennedy School)에 석사 과정 학생, 초빙 연구원으로 있었던 저는 그의 한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국 학생들과 토론 즐겨
나이가 자랑스러워한 경력은 1995년부터 2004년까지 9년간 HKS의 학장을 역임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재임 기간 중 교수진을 40% 이상 증원하고, 5개의 연구센터를 신설하는 등 학교의 성장을 이끌었습니다. 제가 지켜본 나이는 학교 행정가로도 유능했지만, 늘 학생들과 토론하기를 즐겨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사무실 문 앞에 15분 단위의 면담 시간표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어떤 학생이든지 자신의 이름을 그곳에 써 놓으면 면담할 수 있었습니다.
HKS에는 매년 한국의 정계, 관계, 경제계 등의 인사들이 약 10명 가량 입학하는데 이들은 대부분 나이 학장과 대화하고 토론한 것을 즐거운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박진 전 외교부 장관 등이 졸업후에도 그와 계속 교류해 왔습니다.
박 진 전 장관은 그가 별세 후 “나이 교수는 HKS 정치 연구소를 이끌며 한국의 역동적인 경제성장과 민주화 노력을 높이 평가해왔다”고 말했습니다. 박 전 장관은 “나이 교수는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하고, ‘소프트 파워’ 관점에서 한국을 국제사회에서 가장 ‘매력 있는 나라’ 중 하나로 말해왔다”며 그를 추모했습니다.
최형두 국회의원(국민의힘)은 이같이 회고합니다. “2001년 HKS 신입생 환영회에서 나이 학장을 처음 만났는데, 그가 김대중 정부의 언론사 탈세 수사를 언급하며 ‘언론 탄압 아니냐‘고 물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는 한일 관계 개선이 동북아 역내 소프트 파워를 강화한다며 양국 학생의 친선 우애를 강조했습니다.”
2003년 6월5일 하버드대 졸업식에 참석한 케네디 행정대학원(HKS) 학생들이 조셉 나이 학장이 준비한 지구모형의 비밀 공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HKS 학생들은 이날 졸업식에서 HKS가 호명되자 '하나의 세계'를 상징하는 이 공을 일제히 들어올렸다./이하원 기자
‘하나의 세계’ 강조한 나이
나이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에피소드는 2003년 6월 5일 미국 하버드대 졸업식입니다. ‘하버드 야드’에서 열리는 하버드대 졸업식은 축제 분위기 속에서도 상당한 격식을 갖춰 진행됩니다.
이날 로런스 서머스 총장이 경영대학원을 호명하자 MBA 과정 졸업생들이 일제히 달러화(貨)를 높이 들고 흔들었습니다. 그 순간 참석자들 사이에서 놀랍다는 반응이 웃음과 함께 나왔습니다. 이어서 HKS를 부르자, 저를 비롯한 졸업생들이 각각 지구 모형의 파란색 비닐 공을 번쩍 들어 보였습니다. 하나의 지구, 하나의 세계에서 공익을 추구하며 조화롭게 살자는 뜻을 담은 것으로, HKS에서 하버드 야드로 행진할 때 받은 비밀 공이었습니다. 지폐와 지구 모형이 잇달아 하늘을 덮은 장면은 그해 하버드대 졸업식의 상징적 광경이 됐습니다.
이날 HKS 졸업생들이 지구 모형을 들어 보이도록 기획하고, 지구 모형의 비닐 공을 준비해서 나눠 준 이는 당시 학장이던 나이였습니다. 그는 하버드대 전체 졸업식이 끝나고 HKS 졸업생들만 모였을 때 “우리 학생들이 달러 대신에 지구 모형을 흔든 것이 자랑스럽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저는 그가 기획한 졸업식 퍼포먼스를 비(非)군사력 위주의 ‘소프트 파워‘로 조금이라도 세상을 평화롭게 만들려는 마지막 가르침으로 생각했습니다. 지구 모형의 작은 비닐 공은 한동안 제가 서재에 두고 만지작거리며 졸업식 광경을 떠올렸습니다.
나이의 세계를 향한 따뜻한 시선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일방주의 외교 정책으로 인해 전 세계에서 반미(反美) 감정이 확산될 때 주목받았습니다. 군사력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며 가치와 사회문화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는 소프트 파워론이 퍼졌습니다.
그는 궁극적으로 국가의 힘은 군사력·경제력으로 대표되는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가 결합한 스마트 파워(Smart Power)가 작동할 때 최고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가 주창한 스마트 파워는 오바마 정부의 외교정책으로 채택돼 미국의 이미지를 바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미국의 제47대 대통령으로 재취임한 도널드 트럼프가 나이의 스마트 파워론에 귀 기울였다면, 힘을 절제할 줄 아는 용기를 가졌다면 최근 미증유(未曾有)의 혼란을 없었을 겁니다.
2003년 9월 23일 하버드대 케네디 행정대학원이 '북핵 위기'를 주제로 개최한 포럼에서 사회자인 조셉 나이 학장(맨 왼쪽)이 발언하고 있다. 나이 학장의 오른쪽 옆에 애쉬턴 카터 교수, 이하원 조선일보 기자, 토마스 허바드 주한 미 대사가 앉아 있다. 이 기자는 한승주 주미대사를 태운 비행기가 폭우로 회항하자 포럼 시작 직전에 나이 학장의 요청을 받아 '대리 참석'했다.
‘북핵 위기’ 주제로 포럼 개최
나이 학장과는 잊을 수 없는 ‘사건’이 있습니다. 2003년 9월 저는 HKS 석사 과정을 마친 후, 벨퍼연구소(Belfer Center for Science and International Affairs)에서 초빙연구원(research fellow)으로 연수 중이었습니다. 나이 학장은 9월 23일 ‘북핵위기’를 주제로 한 포럼에 한승주 주미대사와 토마스 허바드 주한 미대사를 초청했습니다. 양국 대사들이 매년 ‘Korea Caravan’이라는 행사로 미국의 주요 도시를 순회하는 것을 활용, HKS에서 두 대사가 동시에 참석하는 포럼을 주최한 것입니다.
그런데, 포럼 시작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갑자기 기상이 악화됐습니다. 보스턴에 억수 같은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하버드대 학보인 ‘하버드 크림슨’이 다음 날 1면 톱 사진으로 물이 고인 교정에서 물놀이하는 하버드생들의 사진을 내보낼 정도로 엄청난 비였습니다.
이 때문에 한승주 대사가 탄 비행기는 보스턴 로건 국제공항에 착륙 못 하고 회항했습니다. 허바드 대사가 탄 비행기는 보스턴에서 자동차로 2시간 걸리는 로드아일랜드주의 프로비던스 공항에 착륙했습니다. 포럼은 저녁 6시에 시작하는데, 두 대사 모두 참석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린 겁니다.
저는 이날 포럼을 ‘관람’하기 위해 저녁 6시쯤 HKS 포럼 행사장에 도착했습니다. 좌석에 앉아 있다가 애쉬턴 카터 교수가 저를 찾는다는 말을 듣고 사무실로 갔습니다. 카터 교수는 클린턴 정부에서 국방부 차관보를 거친 후, HKS로 돌아와 있었는데 석사과정 재학 중 지도교수로 인연을 맺었습니다. 이후, 한반도 상황에 대해 자주 토론을 해왔습니다.(카터 교수는 국방부 부장관, 장관을 역임 후 2022년에 사망했습니다.)
카터 교수가 폭우로 포럼 개최가 불확실해진 상황을 언급하며 말했습니다.
“한승주 대사 대신 자네 이름을 넣어야겠어.”
“어디에요?”
“포럼 패널 참석자 명단에 말이야.”
“네?”
당시 북한 문제에 대한 관심으로 500여 명의 학생, 연구원이 몰려 행사장이 가득 차서 도저히 포럼을 연기할 수 없다며 저를 대타로 지목한 겁니다. 제 연수 주제인 ‘북핵 위기를 둘러싼 남북한과 미국의 3각 관계’에 대해 그와 토론을 해 왔던 것이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짐작했습니다.
카터 교수의 요청에 대해 제가 즉각 “No”라고 답했습니다. 제가 한국 정부를 대표할 입장이 아니고, 영어 실력이 ‘수준 높은’ 하버드 청중을 만족시킬 정도가 아니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었습니다.
유서 깊은 HKS 포럼
HKS 포럼에 패널로 참석하는 것은 큰 영광입니다. 1978년 시작된 이 포럼은 당시까지 총 1700회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습니다.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 메이어 전 영국 총리, 앨 고어 전 부통령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이 이 포럼에 참석했습니다. 2003년 9월만 해도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 레흐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이 잇달아 같은 자리에 섰습니다. 2023년 4월 28일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하버드대를 방문, ‘자유를 향한 새로운 여정’(Pioneering a New Freedom Trail)‘을 주제로 연설한 것도 HKS 포럼이었습니다.
제가 포럼에 한 대사 대신 참석하는 것을 사양하고 있을 때 사회를 맡은 나이 학장이 들어왔습니다. 그는 여러 차례 면담을 통해 저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했을 때 ‘마크 맨’으로 근접 취재한 제 경력을 알고 당시 청와대 상황과 386 운동권 세대에 대해 여러 차례 질문해 왔습니다. 이날 포럼 며칠 전에도 만나 한국 상황에 대해 토론했습니다.(그만큼 나이 학장은 학생들과 어울려 대화하기를 즐겼습니다.)
나이 학장이 저를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하원, 부담 갖지 말고 포럼에서 남북한 상황을 이야기하면 돼. 평소에 관심을 갖고 있는 문제니까 염려하지 마라.” 그 순간 피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HKS에서 그와 카터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고, 또 fellowship을 받고 있는 입장에서 거절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론 첫 질문
제가 고개를 끄덕인 지 얼마 되지 않아, 포럼이 곧 시작됐습니다. 사회자로 나선 나이 학장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많은 부수를 발행하는 조선일보의 정치부 기자가 한승주 대사 대신 참석했다”고 소개했습니다. 행사가 시작한 지 약 10분이 지났을 무렵, 토머스 허바드 대사가 뒤늦게 도착해 바로 옆에 앉았습니다. 허바드 대사가 잠시 숨을 고를 기회를 주는 사이에 나이 학장이 제게 던진 첫 질문은 한국은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겁니다. 당시 이런 질문이 나올 정도로 부시 행정부는 유사시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론을 언론에 흘리고 있었습니다. 평소 하고 싶은 말을 했습니다.
“한국인의 99%는 선제공격론에 대해 반대한다. 생각해 보라. 한국전 당시 200만 명 가까이 사망했다. 전쟁에 대한 공포가 크다. 서울의 내가 사는 집에서 자동차를 타고 최고 속력으로 달리면 1시간 내에 DMZ에 도달한다. 북한이 휴전선에 전진 배치한 11,000개의 대포로 공격하면 2000만 명이 사는 수도권은 완전히 산산조각이 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부시 행정부가 선제공격론을 언론에 흘린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이에 대해 허바드대사는 “북한은 이라크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에서는 현재 어느 누구도 북한에 대해 선제 공격론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별세 전에 트럼프 비판
허바드 대사는 이날 포럼에서 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저는 허바드 대사에게 “부시 행정부는 궁극적으로 북한의 정권 교체를 꾀하는 것이 아니냐”고 질문했는데, 허바드 대사는 이를 부인했습니다.
허바드 대사는 이날 마무리 발언에서 한미 동맹 관계가 문제가 없음을 시사했습니다. 공개 석상에서 이렇게 말하는 그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기자로서 부시-노무현 정부의 불협화음을 지적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미 동맹 관계가 심각하게 악화되고 있으며, 양국 대통령은 1946년생이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공통점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순간 학생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습니다.
1시간 30분간의 포럼이 끝난 후, 허바드 대사와 저를 비롯한 10여 명이 참석한 만찬이 열렸습니다. 그는 이 자리에서서 “한 대사 대신 이 기자가 패널로 참석해 포럼이 무사히 끝났다”며 격려해줬습니다.
나이 학장은 제가 2007년 워싱턴 특파원으로 부임 후 2010년에 인터뷰를 요청하자 흔쾌히 응해줬습니다. 이후에도 한국과 미국의 국제 회의장에서 만날 때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반갑게 대해줬습니다.
지난 3월 그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미국이 가진 소프트파워를 약화시켜 결과적으로 중국을 이롭게 하고 있다”고 했을 때 ‘적절한 시기에 필요한 지적을 했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러다가 7일 새벽 그의 부음을 들었습니다. 아직 할 일이 많은 분인데, 참 안타깝습니다. R.I.P(명복을 빕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