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낳을 생각은 하나도 없었던 저예요. 근데 막상 이런 일을 겪으니, 다음에는 준비된 채로 맞이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이 생명을 이 험한 세상에서 아직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독립하지 못한 내가 어떻게 지켜내겠느냐에 대한 두려움도 컸어요.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아직 아기를 키우면서 살기에는 너무 어리고 해야 할 일도 많다는 생각이 들어서 너무 슬픈 마음이 들었네요. 비록 내가 지금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그랬지만 만약 또 찾아오게 된다면 그때는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려구요”
“수술을 하게 되어 속상하기도 하고 다음 임신에도 지장이 있을까 봐 너무 걱정이 되더라고요”
임신중지(낙태)수술 관련 정보를 교환하는 커뮤한창산업 주식
니티 ‘토닥톡’에 올라온 익명의 후기글을 그대로 옮겨보았습니다. 임신중지를 할 수밖에 없는 저마다의 피치 못한 사정과 육체적, 심적 고통이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임신중지를 허투루 생각하거나 나중에 또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2019년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2021년부터 임신중지가 비범죄화된 이후 이 ‘토닥톡’ 게알앤엘바이오전망
시판에는 임신중지 방법과 수술 병원을 찾는 문의글이 한달에 천 건 넘게 꾸준히 올라오고 있습니다.
과연 이들의 임신중지는 안전하게 이뤄지고 있을까요?
임신중지 당일 상담, 당일 수술, MTX 주사
임신중지 수술을 홍보하는 산부인과 병원 홈페이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구입니다.?하루빨리 임신중지 수술을 백경릴게임
받고는 싶지만 많은 시간을 내기 힘든 여성들 입장에서는 이런 홍보 문구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산부인과 병원 홈페이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임신중지 관련 홍보 문구.


그런데 병원 방문 당일에 상담을 하고 나서초보주식투자방법
바로 수술까지 받는 것은 물리적으로 쉽지 않은 일입니다.
수술과 수면마취를 위해서는 수술 전 혈액검사가 필수적입니다. 혈액형 검사는 물론이고 간기능과 신장기능 검사, 빈혈 확인을 위한 혈색소 검사, 혈액응고 검사가 수술 전 혈액검사에 포함됩니다.
또 수면마취를 하기 위해선 6~8시간 정도의 금식이 필요합니다. 금식을 하오락실황금성
지 않으면 수술 중에 음식물이 기도 쪽으로 흘러 들어가 큰 사고가 날 수 있습니다.
금식이야 전화 상담을 통해 미리 하고 가거나 당일에 병원 방문 후 기다렸다가 금식 시간을 확보한다고 해도 수술 전 혈액검사의 결과는 현실적으로 수술 당일에는? 얻기가 힘듭니다. 대부분의 1차 의료기관은 검체를 외부 검사기관으로 보내 검사를 진행하게 되는데 검사 결과를 받기까지는 보통 하루 이상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혈액검사가 15분 안에 가능하다고 홍보하는 병원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간이검사기계는 임신주수를 알기 위해 임신호르몬수치(B-hCG)를 확인하기 위한 것일 뿐 수술을 위한 혈액검사와는 다른 것입니다.
그럼에도 적지 않은 산부인과 병원에서는 방문 당일에 수술이 가능하다고 홍보하고 있고, 실제 임신중지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도 수술 전 혈액검사 없이 초음파 검사만 받고 당일 수술을 받았다는 후기가 많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산부인과 수술실 모습


출혈 가능성이 있는데도 혈액검사 확인없이 진행되는 수술은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르는 치명적인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MTX도 최선의 선택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MTX(메토트렉세이트) 주사는 원래 암과 관절염, 백혈병과 골육종 등에 쓰이도록 허가된 항암주사제입니다.?
다만 임신 6주 이내의 자궁외 임신의 경우에는 허가사항 외로 임신중지에 사용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자궁외 임신은 전체 임신의 1~2%에 불과하지만 방치하면 산모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어 초기 대처가 중요한데 세포분열을 억제하는 MTX의 효과를 이용해 잘 보이지 않는, 자궁 밖에 위치한 자궁외 임신을 중지시키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 강력한 항암제인 MTX 주사약을 자궁외 임신이 아닌 자궁내 임신을 중지할 목적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MTX 주사약이 대부분의 항암제와 마찬가지로 세포독성이 강해 부작용도 적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복통과 설사, 구토, 간 손상이나 호흡곤란의 증상에 머리카락이 빠졌다는 후기도 있습니다.
임신중지 관련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이런 부작용에 시달리다 임신중지 효과는 보지 못하고 결국 수술을 했다는 후기도 있습니다. 워낙 독성이 강한 탓에 MTX의 허가정보를 보면 이 약을 사용한 이후 6개월까지는 피임을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태아의 유산, 기형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이런 항암제가 임신중지 용으로 사용되는 것은 수술을 하지 않고 간단히 엉덩이 주사 만으로 임신중지 효과를 볼 수 있고 병원 입장에서는 비급여로 수술 못지않은 수익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1차 주사비용이 60만 원에서 70만 원에 이르고 2차, 3차 주사를 추가하면 비용은 더 올라간다고 합니다.
그런데 MTX 주사약은 다른 나라에서는 자궁내 임신중지에 거의 사용되지 않습니다.
2000년대 중반까지는 미국에서 일부 사용하긴 했지만 그마저도 먹는 임신중지 약 미프진(미페프리스톤)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해서였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훨씬 안전하고 부작용도 적은 미프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5년도 임신중지에 관한 가이드라인 최신판에서 12주 이내의 임신중지 유도에 가장 좋은 방법으로 먹는 임신중지약(미페프리스톤+미소프로프로스톨 조합)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MTX에 대한 언급은 아예 없습니다.
이혜연 산부인과 전문의(삼성봄그린 산부인과 원장)는 “산부인과 의사들 중에 만약 자신의 자녀가 임신중지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됐을 때 자녀에게 MTX를 사용할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거예요. 그만큼 함부로 쓰면 안 되는 약이 MTX거든요. 미프진을 쓰면 될 것을 이걸 허가를 안 해줘서 세포독성이 강한 MTX를 쓰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임신중지 비범죄화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어요.”라고 지적했습니다.



이혜연 산부인과 전문의는 미프진이 도입되지 않아 임신초기의 임신중지에 MTX가 남용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수술 전 혈액 검사 없이 수술을 받는 위험을 감수하거나, 다른 대안이 없어 부작용 우려에도 불구하고 항암제를 임신중지에 사용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것도 의료 선진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말입니다.?
2021년 이후 임신중지가 더 이상 범죄가 되지 않는 상황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어 가임기 여성의 건강이 보호받지 못한다는 것은 정말 큰 문제입니다.
WHO는 임신중지를 필수 의료서비스로 규정, 한국은 각자도생
세계보건기구(WHO)는 안전한 임신중지를 여성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필수 의료서비스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고 임신중지 약물(미프진)을 필수의약품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권위를 가지고 있는 미국 산부인과학회(ACOG)도 임신중지 관리를 여성 건강관리의 필수 구성 요소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안전한 임신중지는 나중에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여건이 되었을 때를 위해서라도, 아니 그 이전에 무엇보다 여성의 건강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건강보험 등을 통해 임신중지 비용을 지원하는 것도 임신중지를 필수 의료서비스의 영역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임신중지가 완전히 합법화된 나라 80개국 가운데 약 74%인 59개 국가에서는 임신중지 비용을 전액 지원하거나(프랑스, 영국, 캐나다, 스웨덴, 독일, 스페인, 아르헨티나 등 34개국) 부분 지원(호주, 오스트리아, 태국, 멕시코 등 25개국)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임신중지가 보편적인 의료서비스 대상에서 빠져 있습니다. 한국 여성에게 임신중지는 개개인이 전적으로 각자도생 해야 하는 영역인 것입니다. 임신 6주에 60만 원, 7주에 70만 원, 8주에 80만 원 식으로 병원마다 부르는 게 값이고 그마저 현금으로만 받는 병원도 많습니다.
건강보험은 자연유산이나 성폭행 등으로 인한 임신중지에만 적용되고, 임신이 확인되면 지급되는 100만 원 상당의 국민행복카드 바우처도 인공적인 임신중지에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세계보건기구가 이미 20년 전에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하고 임신 초기에 가장 안전한 임신중지 수단으로 권고하고 있는 먹는 임신중지약(미프진)의 경우에도 미국과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전 세계 90여 개 나라에서 사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식약처가 허가를 내주지 않아 사용이 막혀 있습니다. 미프진 대신에 비싼 비용을 부담하며 쓰고 있는 게 바로 항암제 MTX 주사입니다.?
윤정원 국립의료원 산부인과 전문의는 이런 현실이 여성의 건강권은 물론 인권의 문제라고 말합니다.
“임신중지는 다른 나라에서는 당연히 건강권의 일부로서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다른 의료 서비스랑 하등 다를 게 없이 취급되고 있는 의료 서비스예요. 그런데 이 시술은 남자가 받는 게 아니고 여성이 받는 거잖아요. 인구의 절반인 여성이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를 못 받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이건 건강권의 문제이기도 하고 인권의 문제이기도 해요. 우리나라에서 여성들은 계속 2등 시민으로 남아 있는 거라고 할 수 있는 거죠."
지난해 9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임신중지에 건강보험을 적용할 것과 임신중지약 도입을 정부에 권고했지만 윤석열 정부는 묵묵부답이었습니다. 올해 6월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야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여성의 건강권을 위해 임신중지 약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회에서도 새 정부 들어 더불어민주당의 남인순 의원과 이수진 의원이 임신중지에 있어 약물 사용과 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하도록 법안을 잇따라 내놓았습니다.
다른 대부분의 선진국 여성들이 누리는 보편적 권리를 우리나라 여성들도 가질 수 있게 되는 걸까요? 내란 심판, 검찰 개혁만큼이나 한발 더 나아간 세상을 만나고 싶은 사람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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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최기훈 bluemango@newstap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