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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10-22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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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폭염과 폭우, 가뭄의 무한 순환, 일명 ‘스윙 기후’가 속출한다. 전쟁은 끝나지 않고, 국가 간 무역 위기는 깊어진다. 극한 경쟁과 고령화로 ‘인구 소멸’은 점점 더 가속화되고 있다. 다양한 재난의 스펙트럼에서 나는 과연 안전한가. 나의 피신처는 어디에 있을까. 답 없는 질문을 품고 국제이주기구(IOM)의 이성아 사무차장을 만났다. 출구 없는 전쟁, 기후, 실업으로 이미 ‘이주(移住)가 디폴트(기본값)’인 세상이 도래했다 새마을금고 적금 는 판단에서다. 이주 이슈가 다양하고, 첨예해질수록 인도주의적 조정자인 IOM의 위상은 더 커진다. IOM은 유엔(UN) 산하 국제기구로, 현재 175개국이 가입돼 있고, 171개국에 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이성아 사무차장은 해당 기구 최고위직 한국인 관료로, 세계경제포럼(WEF), 빌&멀린다게이츠재단(게이츠재단) 등에서 활약하다 전문성을 인정받아 IOM에 햇살론 발탁됐다. 그가 방한한 틈을 타 직접 만났다. 방한 첫 일정은 세계적인 걸그룹 블랙핑크의 콘서트 무대였다고 했다.K-팝 콘서트와 난민, 이주가 무슨 상관인가. “대규모 콘서트에서는 탄소를 엄청나게 배출한다. 이를 배출권 형태로 우리가 가진 재생에너지로 교환한다. 난민이 발생하면 우리는 지속 가능성의 일환으로 이재민 정착촌을 세우고, 학교를 세우면서 태양열 대구신용불량자 발전을 사용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재생에너지를 K-팝 콘서트 탄소 배출권과 교환하는 거다.”기후 위기와 내전으로 내몰린 난민을 위해 IOM은 무엇을 하나. “인도적 차원에서 생명 유지에 필요한 긴급 지원을 한다. 가령 1인당 매일 20?의 물, 최소 3.5㎡의 거주 면적, 20명당 한 개의 화장실 등을 신속하게 투입한다. 미얀마 지진 때도, 우크라이나·러시 한국자산관리공사 캠코 아 전쟁 때도 즉각 그런 시스템이 투입됐다. 생명과 안전이 달린 문제라 다른 기구와도 협력해 식량·위생용품을 보급한다. 이주가 장기화하면 직업교육과 일자리는 필수다. 지역사회에 잘 통합되도록 돕는 것도 중요하고. 최근엔 일자리를 중심으로 ‘정규 이주 경로’를 만드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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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마인즈 커넥터 (Minds Connector) - 전 조선비즈 문화전문기자,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위대한 대화’ 저자
특별히 이주를 요청받는 직업군이 따로 있는지.“얼마 전 벨기에, 룩셈부르크 등에서 간호사가 부족하다고 해 케냐 등 일부 아프리카 국가에서 직업교육을 해서 송출한 적이 있다. 호주나 캐나다 상공회의소에 어떤 인력이 필요한지도 물어본다. 간호 인력이나 재봉사가 필요하다고 하면, 그런 교육을 해서 점진적으로 이주 경로를 만든다. 태평양 섬은 기후 재난 지역이라 미리미리 이주를 준비시켜야 한다. 어쨌든 노동 이주는 꼭 그 나라에 정착하지 않아도 된다. 가족은 본국에 두고, 필요한 계절마다 오가면 되니까. 가령 포도 따는 철에 인력이 많이 필요하면, 그때만 이탈리아에 가서 일하다 고향으로 오는 식이다.”최근 한국도 필리핀 가사도우미 시범 사업을 시도했지만, 임금 기대 격차 등 문제가 많아 보류됐다. 지난여름엔 20대 외국인 청년이 건설 현장에서 온열 질환으로 앉은 채 사망했고, 이주 노동자가 지게차에 테이프로 묶인 채 조롱당한 사건도 있었다.“안타까운 일이다. 이제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받는 나라’가 아니라 ‘주는 나라’다. 공정한 관리 감독의 역할도 요구받고 있다. 현재 한국 IOM 대표부도 김 양식장, 염전 등 험지에서 일어나는 감금과 인신매매, 국내외 이주 노동자 인권을 추적하고 있다. 현재 IOM 이사회 의장국이 한국 정부다. 중요한 시기에 주제네바 대사가 IOM 의장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조직이 5년 만에 두 배로 늘었을 정도로 국제사회에서 IOM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시리아 난민인 두 자매가 독일로 망명해 난민 올림픽팀(Refugee Olympic Team)으로 2016 리우 올림픽에 출전한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더 스위머스(The Swimmers)의 촬영 장면. /넷플릭스
최근 난민에 관한 실화 영화 ‘더 스위머스’를 보고 매우 놀랐다. 누군가를 받아들이고, 기회를 준다는 게 얼마나 벅찬 결과를 내는지, 오래 잔영이 남았다.“그 영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난민에 대해선 다양한 이해관계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기억할 건 거절하고, 무시해도 이주는 세상이 존재하는 한 끊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소말리아 내전을 피해서 많은 소말리아인이 리비아로 갔다가 돌려보내졌을 때 많은 젊은이가 몇 달 후 다시 올 거라고 했다. 왜? 어차피 고향에선 못 사니까. 계속 다시 목숨 걸고 시도할 수밖에 없다. 남수단, 가자 지구, 차드, 우크라이나 같은 분쟁 지역 이주도 같은 맥락이다. 돌려보내져도 살길이 없으니 다시 온다. 그렇게 반복될 거면 차라리 받는 나라에서 안전하게 수용하는 게 낫다. 그래서 IOM이 두 나라 사이에서 협약을 맺어주는 중간 역할을 종종 한다.”난민 문제는 자국민의 정서가 얽혀서 더 복잡해지고 있다.“떠나는 나라, 도착하는 나라, 경유하는 나라가 다 연관돼 있다. IOM이 유엔에 편입된 것도 그런 이유다. 1951년 정부 간 기구로 처음 설립됐다가 2016년 유엔에 편입되면서 발표한 ‘뉴욕 선언문’을 보면, 난민과 이주민을 차별 없이 보호하고, 책임지는 데 국제사회가 합의했다. 안전하고 질서 있고 정규적인 이주를 위한 약속을 가동하기로 한 거다.”IOM 사무차장은 현재 유엔에서 일하는 한국인 관료 중 가장 고위직으로 알고 있는데.“그렇다(웃음). 나는 미국 출신 사무총장 에이미 포프와 함께 조직 운영 전반을 담당한다. 작년 8월까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 있다가 취임했는데, 이곳 리더는 내게 누구를 만나든 첫 만남에는 ‘어떻게 IOM에 왔는지’ 꼭 물어보라고 했다. 그는 상상을 뛰어넘는 영화 같은 이야기를 만나게 될 거라고 했다.”예를 든다면.“최근에 조지아에서 만난 나이 지긋한 남자가 심상치 않았다. 구소련에서 핵물리학 박사였다가 우여곡절 끝에 탈출해 이주민이 됐다. 극적으로 IOM을 찾아와 운전기사로 일하다 지금은 공급망 디렉터로 큰 몫을 하고 있다. 한 이집트 청년은 대학 졸업 후 라디오를 만들어 팔다가 뜻깊은 일을 하고 싶어 자원봉사로 이주민을 도왔다. 일상으로 돌아가도 그 강렬한 경험이 잊히지 않아 다시 비행기를 타고 돌아왔다더라. 여름휴가 동안 이주민 피신처를 짓는 일을 돕다가 아예 IOM에 지원해서 남미 쪽 디렉터가 된 건축가도 있다.”누군가의 삶에 기여할 때 느끼는 보람은 비교가 불가하다. 당신도 그랬는지.“최근에도 벅찬 경험을 했다. 요르단 암만 검진 센터에서 만난 한 학생이 그러더라. 외국 가서 공부하는 게 꿈이었는데, IOM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아 캐나다로 가게 됐다고. 거기서 좋은 기회를 잡으면 힘들게 사는 부모도 도울 수 있을 거라고. 기회를 줘서 고맙다고. 남편은 실종되고, 장애가 있는 딸만 데리고 수단에서 이집트 카이로까지 온 중년 여성도 눈물을 글썽였다. 딸을 치료해 준 은인이라고 내 손을 놓지 않았다. 끔찍한 환경에서도 어떻게든 살아내려고 한다. 너무 많은 사람이 이주가 필요하고, 그들에게 희망이 생겼을 때 내가 살아갈 힘도 같이 얻는다.”
IOM이 8월 31일(현지시각) 아프가니스탄 지진으로 발생한 난민에 긴급 구호 및 보호를 지원하고 있다. /IOM
세계은행에 따르면, 기후변화에 즉각 대응하지 않으면 앞으로 2억 명의 기후 이주민이 발생할 거라는데.“현재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기후 위기에 가장 취약하다. 사이클론이 이전보다 더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홍수와 산사태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2022년에는 전 세계 3260만 명이 자연재해로 고향을 떠났는데, 이 중 70%가 아시아인이었다. 당장 해수면 상승에 직면한 필리핀, 방글라데시 지역이 직접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프리카 뿔(Horn of Africa) 지역, 중동 일부 지역도 산불, 폭염으로 농작물을 키울 수 없어 이주가 불가피한 것으로 안다.”일하면서 가장 괴로울 때는 언제였나.“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을 때다. 가령 최근에 미국 자금이 끊기면서 아프가니스탄에서 운영하는 피신처에 물과 의료용품, 백신이 끊겼다. 공급을 못 하면 그들의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IOM의 직원은 이주 당사자인 경우가 많다. 고용 계약이 해지되면 그 나라에 있을 수 없고 위험천만한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얼마나 힘들지 다 예상되는데, 그걸 해결을 못 해주니 자괴감이 든다. 6개월 정도 더 시간을 벌어주고, 스폰서를 해줄 다른 직장을 찾도록 돕더라도, 완전히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게 가슴 아프다.”당신의 경력에서 IOM으로 오게 된 것은 필연적인가.“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처음엔 무역, 금융 정책으로 제삼세계 빈곤 문제를 풀려고 했다. 방글라데시에서 시행해서 유명해진 마이크로 파이낸스를 기반으로 일했다. 서민이 금융 시스템에 접근해 소액 대출이라도 받으면 자립할 수 있는데, 문제는 은행 접근이 어렵다는 데 있다. 현금을 매트리스 밑에 숨기고 도난당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런 점에 착안해서 모바일 머니 시스템을 보급하는 AFI(금융포용동맹)라는 기구를 만들었다. AFI가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게이츠재단에서 부름을 받았다. 후진국을 위한 디지털 경제 파트 쪽을 맡아 달라고 했다. 그다음에는 관심사가 기후변화와 생물 다양성으로 옮겨가서 IUCN으로 갔고, 어느 순간 사람 가까이에서 돕고 싶다는 열망이 강해지더라. 때마침 한국이 이사회 의장국이 되면서 고맙게도 내가 이 직을 맡게 됐다.”일을 해보니 돈보다 중요한 건 무엇이었나.“희망이다. 보통 사람에게도, 난민에게도 희망이 삶을 지속 가능하게 만든다. 자신이 쓸모없고 쓰레기처럼 느껴지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있다. 앞날을 알 수 없는 난민은 더욱 그렇다. 그래서 어떻게든 희망의 씨앗을 심어야 한다. 2016년에 유방암을 선고받고 눈앞이 깜깜했다. 당시 나의 첫 담당 의사는 지금 무슨 처치(treatment)를 하고 있는지만 알려주고, 다음을 말하지 않았다. ‘알 필요 없다. 재발하면 가능성이 없다’는 식이었다. 너무 좌절해서 더 이상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경험 많은 다른 의사를 만나고 나는 살아났다. 그는 의학적 리스크에 관해 충분히 설명한 후, 처치가 아니라 완치(cure)라는 말로 끝을 맺었다.”그 차이가 그렇게 큰가.“엄청나다. 상황은 바뀐 게 없는데 단어 하나가 희망을 물어다 준다. ‘열심히 해서 정말 완치될 거야!’ 이주민에게 내가 주려고 하는 희망의 실체가 그런 거다.”국제기구에서 넓은 시야로 일해온 사람으로서 조언을 부탁한다.“기후 위기와 이주는 미래가 아닌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지금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업해 기후 위기 스폿을 인공지능(AI)으로 예측, 발생할 이주민과 노동 수요 지역을 연결하려고 노력 중이다. 현재 모든 지역이 재난 영향권에 있다. 완벽하게 안전한 사람이 없다는 얘기다. 그러니 언제든 나도 삶의 터전을 떠날 수 있다는 가정으로 세상을 보라. 더불어 나처럼 국제 문제를 넓은 시야로 해결하고 싶은 청년이 있다면, 자신 있게 나아가라고 권하고 싶다. 내가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을 때 다들 거긴 아는 사람 없으면 못 들어간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유엔 본부 인턴십도 웹사이트 공고 보고 지원해서 들어갔다. 자기 일을 열심히 하면서 성과를 내면 글로벌 네트워크는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사람도 일도 결국 연결돼 다 만난다. 관용과 겸손의 마음으로 끊임없이 배우고 시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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