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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2-03-21 23:19
"고연봉·유연근무도 싫다"…'노동거부' 선언하는 MZ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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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대신 ‘휴식’ 원하는 MZ세대
이들은 열악한 근로 환경을 참고 견디던 이전 세대와 달리 불합리한 직장 문화에 일침을 가하고 서슴없이 사표를 던진다. 소비 여력이 줄어도 개의치 않는다. 일부는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룸메이트를 구하고 식료품이 떨어지면 쓰레기통도 뒤진다. ‘돈’ 보다 ‘휴식’이 더 가치있다고 믿어서다.

다양한 요인이 원인으로 꼽힌다. 우선 젊은 세대의 무력감을 들 수 있다. 포브스는 미국의 MZ세대를 근대 역사상 자신의 부모보다 재정적 풍족함을 느끼지 못한 첫 세대라고 했다. 치솟는 학자금 탓에 사회에 진출할 때부터 높은 대출의 덫에 갇힌다. 학자금 대출에서 겨우 벗어나도 집을 사고 결혼해 가정을 꾸리는 게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집값이 가파르게 오른 데다 물가가 급등하면서 과거 베이비붐 세대가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베이비붐 세대가 40대 초반이던 1989년 이들의 평균 자산은 11만3000달러였다. 하지만 2019년 밀레니얼 세대의 순자산은 9만1000달러로 20% 가까이 줄었다. 주택 구입에 드는 비용은 21만6000달러에서 32만8000달러로 급증했다. 학자금과 기숙사 비용 등 1년간 대학을 다니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1만300달러에서 2만4600달러로 두 배 넘게 늘었다. 젊은 세대는 가질 수 없는 부를 향해 달려가는 것 대신 반대 목소리를 내는 쪽을 택했다. 벤저민 허니컷 아이오와대 교수는 “기업에 묶여 기업의 이익에 기여하기보다 대안을 찾기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수요-공급 미스매치도 영향
팬데믹은 MZ세대에 회사 문턱을 벗어날 계기를 마련해줬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일과 삶의 경계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직장 대신 가족과 함께하는 휴식시간이 늘면서 가정이나 건강 등 다른 가치의 소중함을 깨닫게 됐다. 팬데믹은 그동안 당연했던 사회활동과 인간관계를 위험한 것으로 바꿨다. 사람과 만나는 활동 자체가 건강을 위협하는 행동이 되면서다. 모든 것이 위태롭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지나 모든 것이 위험한 2020년 팬데믹을 거치면서 노동에 대한 가치관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가 젊은 세대의 노동 거부 움직임을 부채질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언제든 퇴사해도 다시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는 ‘믿음’ 탓에 쉽게 직장을 떠나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전환기를 맞은 미국 등에선 새로운 일자리도 늘고 있다. 비대면 배달 사업이 확대되면서 급증한 ‘긱 노동자(단기 계약직)’도 그중 하나다. 아마존 등 온라인 유통업체는 넘치는 물류량을 소화하기 위해 직원을 상시 채용하고 있다. 팬데믹 경제에서 완전히 회복해 수요와 공급 간 미스매치가 완화되면 장기적으로 인력 부족 문제가 해결될 것이란 낙관적 전망도 상존하는 이유다.

○팬데믹 후 높아졌던 노동 가치
팬데믹이 끝난 뒤 노동 가치는 어김없이 상승했다. 일할 사람이 귀해져서다. 14세기 유럽을 휩쓴 흑사병으로 인구 3분의 1이 줄었다. 이후 농민과 상인의 지위는 급등했다. 세상의 중심이 신에서 사람으로 바뀐 르네상스가 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스페인 독감 이후엔 여성들의 노동 시장 진출이 본격화됐다. 1차 세계대전까지 겹치며 많은 남성이 목숨을 잃어서다.

코로나19도 마찬가지다. 미국 유럽 등에서 일할 사람이 부족해지자 기업들은 임금을 올렸다. 8만~9만달러였던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 신입 직원 평균 연봉은 10만달러를 넘어섰다. 아마존 등은 직원들의 대학등록금을 지원하는 등 재교육 기회를 줬다. 일부 기업은 직원들이 집에서 운동을 하는 등 자기개발에 몰두할 수 있도록 실내운동 기기인 펠로톤까지 지급했다.

하지만 일자리는 좀처럼 채워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 기준 사람을 구하지 못해 비어 있는 일자리는 미국에서만 1103만 개에 달했다. 작년 10월 기준 미국 내 이직은 1년 전보다 54% 증가했다. 링크트인에 따르면 Z세대 근로자의 이직은 80%, 밀레니얼 세대 이직은 50% 급증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http://naver.me/55nbvqU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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