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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8-13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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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2년 네덜란드에 세계 최초의 주식회사 ‘동인도회사’가 설립됐다. 그림은 루돌프 바흐후이젠이 그린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부두. 위키피디아
‘오렌지 군단', '히딩크의 나라'로 익숙한 네덜란드가 17세기부터 거의 150년 동안 세계 제일의 경제 강국이었다는 점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필자도 유럽바다이야기황금고래
의 작은 나라 네덜란드가 어떻게 동남아시아에 식민지를 건설하고 네덜란드인 하멜이 조선까지 오게 됐는지 궁금했다. 지금부터 그에 대한 의문을 풀어보자.
네덜란드는 포르투갈이 동인도 항로를 개척한 이후 중계무역(中繼貿易·다른 나라로부터 사들인 물자를 제3국으로 수출하는 형식의 무역)을 하면서 돈을 벌었다. 포르투갈 상인들이릴게임설치
동양에서 향신료 등을 가져오면 네덜란드인들은 리스본에서 물건을 받아 유럽 전역으로 상품을 실어 날랐다.?
그런데 16세기 내내 포르투갈과 에스파냐가 나눠 가졌던 세계 해상무역의 판도에 변화가 찾아왔다. 1580년 포르투갈이 에스파냐에 병합되면서 포르투갈의 해상권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몇 년 뒤인 1588년에는 에스파냐의 무적함대가 영국바다이야기 무료
과 네덜란드 연합군에게 패하는 이변이 생겼고, 설상가상 유럽 최강의 에스파냐 육군이 네덜란드와 벌인 전쟁에서 수세에 몰리면서 에스파냐는 점차 국력을 상실해 갔다. 도약을 꿈꾸던 네덜란드는 이런 황금 같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암스테르담은 청어 뼈 위에 세워졌다네덜란드는 16세기 말 무역 대국으로 성장했고, 거의 15아이마켓코리아 주식
0년 동안 선두를 놓치지 않았다. 처음 네덜란드는 당시 최고였던 중세 유럽의 상업 동맹인 한자동맹을 물리친 후 발트해 무역을 통해 무역 국가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비록 17세기 후반 영국의 항해조례 제정, 세 차례의 영란전쟁 등으로 곤란을 겪기도 했지만, 해상무역에서 네덜란드는 영국보다 우위에 있었고, 세계의 경제 중심은 암스테르담이었다. 16세기 중반까지신규주
만 하더라도 아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원래 네덜란드는 유럽에서 가난한 지역 중 하나였다. 땅 대부분이 바다보다 낮았고 그래서 영주도 없었다. 그런 나라가 처음 돈을 벌기 시작한 것은 청어 때문이었다. "암스테르담은 청어 뼈 위에 세워졌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매년 여름이면 1만 t의 청어가 잡혔다. 네덜란드의 한 어부가 청어의 내장과 머리를 없앤 다음 소금에 절여 보관하는 염장법을 개발하면서, 소금에 절인 청어는 전 유럽에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값비싼 고기를 먹을 수 없는 일반인에게 청어는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는 최고의 식품이었다.
청어잡이가 호황을 누리면서 관련 산업도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가 조선업이었다. 16세기 중반부터 네덜란드 선박은 경량화와 표준화에 승부를 걸었다. 경쟁국인 영국이 튼튼한 배를 건조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면, 네덜란드의 선박들은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율을 얻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선박용 밧줄, 톱, 조선소용 기중기 같은 첨단 장비와 기계가 이때 발명됐고, 근대식 조선소가 건설됐다. 네덜란드의 플류트선(Fluyt)은 건조 비용이 영국 배의 절반 수준이었다. 전성기에는 대양을 떠다니는 배의 3분의 2가 네덜란드 상선이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네덜란드 조선업은 당대 최고의 산업이었다. 영국 해군은 네덜란드 조선공들에게 조언을 구했고, 프랑스 재무상 콜베르도 프랑스 조선업자들에게 네덜란드의 선박 건조 기법을 배우도록 했다. 러시아의 표트르 대제는 네덜란드의 조선술을 배우기 위해 신분을 속이고 조선소에 취업하기도 했다.
청어잡이로 발전한 것은 조선업뿐만이 아니었다. 유통업과 정제 산업도 함께 발달했다. 당시 네덜란드 지역에는 이베리아반도에서 추방된 세파르디계 유대인이 많았고, 그들이 중심이 돼 이베리아반도의 천일염을 수입하는 소금 무역과 정제 사업을 일으켰다. 당시 소금은 대부분 내륙에서 나오는 암염으로, 가격이 비쌌기 때문에 네덜란드는 소금 중계무역의 중심지가 됐다. 소금에 이어 설탕 정제 산업도 네덜란드 지역에서 발달했다. 암스테르담은 신대륙에서 온 원당의 집산지가 됐다. 부자들의 사치품이던 설탕을 전 유럽인이 소비하면서 설탕의 소비량은 급속도로 증가했다. 설탕은 청어, 소금과 더불어 네덜란드에 부를 가져다준 또 하나의 아이템이었다.
유럽 금융의 중심지로 발돋움17세기 초 암스테르담은행이 등장하면서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은 유럽 금융의 중심지로 발돋움하게 된다. 유럽에 은행은 중세 이래로 계속 존재해 왔다. 피렌체에는 15세기 이전에 이미 페루치 가문과 바르디 가문의 은행이 있었고 15~16세기에는 유럽 전체를 쥐락펴락하던 메디치 가문과 푸거 가문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주 고객은 군주 등 권력자들이었다. 대부분 황제와 국왕에게 교역권 등 특혜를 대가로 무리하게 자금을 대출했다가 파산했다. 근세에 들어서면서 산업이 발달하고 상거래가 늘어나자 상인들은 그들을 위한 금융기관이 설립되기를 원했고, 16세기 후반부터 제노바·피렌체·베네치아·암스테르담 등 유럽 곳곳에서 일반인을 상대로 예금, 환전, 대출 및 송금 업무를 수행하는 은행들이 설립됐다. 신교가 득세하고 가톨릭교회의 영향력이 약해지면서 이자 수취가 자유로워지자 숨어서 하던 대부업이 점차 은행업으로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이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환전과 어음할인, 지급결제에 대한 상인들의 수요를 제대로 충족해 준 은행이 바로 1609년 설립된 암스테르담은행이다. 당시 네덜란드에는 서로 다른 조폐국이 열네 군데나 있었고, 유통되는 통화의 종류와 규모도 어마어마했다. 암스테르담은행은 상인들이 예금계좌를 개설한 후 일정 수준 이상의 환어음 거래는 반드시 계좌를 통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암스테르담은행은 환은행(Wisselbank)으로 불렸다. 계좌 개설이 일상화되자 상업 거래는 점차 실물 주화 없이 계좌 간 결제를 통해 이루어졌다. 수표와 자동이체도 정착되기 시작했다. 암스테르담은행은 고객들이 가지고 온 금괴와 은괴를 수수료 없이 동등한 무게의 길더 주화로 바꿔주었다. 원하는 경우 제노바의 두카트 주화나 피렌체의 플로린 주화로도 환전해 주었다. 그러자 암스테르담은 물론 네덜란드 인근의 거의 모든 금괴, 은괴가 암스테르담은행으로 몰려들었다. 암스테르담은행은 금화, 은화 등 경화(硬貨)의 무게 및 순도를 정확하게 측정해 원하는 주화나 은행권으로 교환해 주었다.?
갈수록 불량 화폐는 사라졌고, 암스테르담은행권이 경화보다 선호됐다. 은행권의 편리함을 안 뒤로 사람들은 인출 시 일부만 주화로 바꾸고 나머지는 은행권으로 받아 갔다. 망하지 않는 은행에 계좌가 있고, 여기서 발행되는 은행권을 활용해 상거래를 하고, 환어음을 할인받으며, 자유롭게 환전할 수 있다는 것은 상인들에게 정말 환영받을 일이었다. 암스테르담은행권은 전 유럽에서 통용됐고, 유럽의 자금은 암스테르담은행으로 몰려왔다. 암스테르담은행의 예금은 1634년 400만 플로린을 넘더니 1640년에는 800만 플로린을 돌파했다.?
영란은행 모델이 된 암스테르담은행이렇듯 은행이 탄생한 곳은 이탈리아였지만, 근대적 금융업을 연 것은 암스테르담이었다. 메디치 가문이나 푸거 가문 등 금융가가 교황이나 황제의 권력을 이용해 일세를 호령했다면, 암스테르담은행은 근대적 화폐·금융 시스템을 만들어 은행업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은 반열로 올려놓았다. 암스테르담은행은 후일 영란은행의 모델이 됐고, 나중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에도 영향을 미쳤다. 17세기 네덜란드가 세계경제의 패권을 잡은 배경에는 이 같은 금융시스템의 뒷받침이 있었다.
세계 최초의 주식회사도 네덜란드에서 시작됐다. 에스파냐와 포르투갈의 병합으로 16세기 후반부터 리스본을 통한 중계무역이 불가능해지자 네덜란드 선주들은 자체적으로 새로운 항로를 개척해 항해에 나섰다. 하지만 회사들이 우후죽순 생겨나자 지나친 경쟁으로 이익이 감소했고, 치고 들어오는 다른 나라의 선단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도 큰 선단이 필요했다. 이에 네덜란드 정부가 나서서 이들 회사의 합병을 추진했고 그 결과 1602년 만들어진 회사가 네덜란드 동인도회사(VOC·Vereenigde Oost-Indische Compagnie)다.?
어떻게 네덜란드에서 최초의 주식회사가 출범하게 됐을까. 당시 항해와 해상무역에는 엄청난 자본이 필요했다. 하지만 강력한 국왕이 존재하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네덜란드에는 큰 규모의 돈을 댈 국왕이나 귀족, 영주들이 없었다. 땅이 척박해서 장원이나 봉토가 형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창의적이고 실용적인 네덜란드 상인들은 '주식회사'라는 개념을 생각해 냈다. 회사 설립에 필요한 자본은 해상무역을 주도하던 선주들의 투자로 충당했다. 초대 주주로 등록한 사람은 1000명이 넘었지만, 80여 명의 선주가 자본금의 절반 이상을 조달했다. 이 가운데 과반수가 에스파냐에서 추방당한 세파르디계 유대인이었다. 이렇게 해서 약 645만 길더, 즉 64t의 금이 모였다. 자본주의의 꽃이라 일컫는 근대적 의미의 주식회사는 이렇게 탄생했다.?
주식회사는 획기적 시스템이었다. 주식회사가 만들어지기 이전에는 사업을 시작하려면 그야말로 인생을 걸어야 했다. 부채에 대해 무한책임을 져야 했기 때문이다. 메디치 가문도, 푸거 가문도 그렇게 문을 닫았다. 대항해 시대가 열린 후에는 수년 혹은 수십 년에 걸쳐 사업을 해야 했기 때문에 무한책임 원칙이 상인들에게 걸림돌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자기가 투자한 지분만큼만 책임을 지면서 오랜 기간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주식회사 시스템은 상인들의 고민을 일거에 해소해 주었다.
네덜란드 정부는 동인도회사에 항해와 무역에 필요한 전권을 주었다. 아프리카부터 인도네시아 몰루카제도(諸島), 아메리카대륙 해안까지 펼쳐지는 광대한 지역에 요새를 쌓고 용병을 고용할 수 있는 군사권도 주었다. 식민지 개척과 운영에 필요한 치외법권과 전쟁 선포권도 주고, 이에 필요한 협상권도 보장해 주었다.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는 한 손에는 화폐와 상품, 다른 한 손에는 총을 들고 해상무역을 확장해 나갔다.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활약상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자. 리스본이 에스파냐에 넘어가자, 네덜란드인들은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삼고, 직접 동인도 항로를 개척했다. 1595년 네덜란드인들은 향료 무역의 중심지인 바타비아(지금의 자카르타)에 근거지를 세우고 포르투갈인들을 몰아내기 시작했다. 17세기가 되자 일본에까지 해상교역을 넓혔다. 17세기 중엽까지 아시아 곳곳에 식민지를 세우고 20여 개의 무역관을 개설했다.?
1622년에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에 중요한 전기가 도래하는데, 포르투갈이 독점했던 페르시아만 어귀의 호르무즈 항구를 차지한 것이다. 이제 동방의 상품을 본토로 나르기 위해 아프리카를 한 바퀴 도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됐다. 아프리카 항로는 길기도 길었지만, 무역풍 때문에 항해가 쉽지 않았다. 이후 네덜란드의 동인도 무역 규모는 배 이상 늘었다.
최초의 근대적 증권거래소네덜란드 동인도회사는 삼각무역을 통해 큰 이윤을 창출했다. 인도네시아의 향신료, 인도의 후추와 무명을 본국에 실어다 팔고, 그 대가로 받은 은을 가지고 인도로 돌아가서 후추와 무명을 샀다. 이를 다시 인도네시아의 향신료와 바꾸고, 일본에 가서는 은과 구리로 바꿨다. 그러고는 중국에 가서 일본의 은을 금과 비단으로 바꿨다. 그중에서도 그들이 가장 공을 들인 품목은 향신료인 육두구와 정향이었다. 후추는 광대한 지역에서 재배해야 했지만, 육두구와 정향은 재배 지역이 한정되다 보니 독점 공급이 가능했고, 그만큼 이윤도 컸다.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는 포르투갈로부터 몰루카제도를 빼앗고 말라카와 실론섬까지 점령했고, 이로써 육두구와 정향을 독점 판매하게 된다.
도전 정신으로 무장한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는 신대륙에도 상선을 보냈다. 1609년에 헨리 허드슨이 맨해튼섬을 발견했고, 1612년 그곳에 뉴암스테르담(지금의 뉴욕)을 건설했다. 1621년에는 서인도회사를 설립해 브라질 북부와 베네수엘라 연안 군도를 무역기지로 삼고, 아메리카와의 무역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1630년 네덜란드 서인도회사는 일찍이 신대륙으로 건너간 유대인들과 손을 잡고 브라질 레시페에서 사탕수수를 재배하기 시작했고, 포르투갈이 다시 브라질을 점령한 이후에는 서인도제도로 옮겨가서 대규모 사탕수수 플랜테이션 농업을 시작했다. 말라리아로 노동자들이 사망하자, 말라리아에 면역력이 강한 아프리카인 노예를 이주시켜 일을 시켰는데, 이들이 오늘날의 아메리카 흑인들의 선조다.
1608년에는 최초의 근대적 증권거래소인 암스테르담 증권거래소(Amsterdam Bourse)가 설립됐다. 그림은 암스테르담 증권거래소를 묘사한 판화. 위키피디아
1608년에는 최초의 근대적 증권거래소인 암스테르담 증권거래소(Amsterdam Bourse)가 설립됐다. 이 거래소의 설립은 동인도회사와 관련이 있다. 동인도회사가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배당금도 늘어나자 많은 사람이 동인도회사의 주식을 사려 했다. 처음에는 주식을 사고자 하는 사람들이 주주들을 찾아다니며 주식을 팔 의향이 있는지 알아보고 가격을 흥정했다. 하지만 거래 빈도와 거래량이 계속 늘어나자 이러한 불편을 해소하고자 상설 거래소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증권거래소는 회사에 필요한 대규모의 자본 조달에도 큰 도움이 됐다. 증권거래소를 통해 이미 발행된 구주가 사람들 사이에서 거래됐고, 회사는 신주 발행을 통해 막대한 투자 자금을 모을 수 있었다. 거래소가 설립되자 투자자가 줄을 이었고, 외국인들까지 동인도회사에 투자하면서 유럽의 자금이 대거 네덜란드로 몰려들었다.
암스테르담 거래소는 경제계 전반에 중추적 역할을 했다. 거래소에서 무역, 상거래, 자금 알선, 운송 및 상품에 대한 정보가 교환되거나 공유됐고 새로운 형태의 금융상품이 개발됐다. 그중 하나가 선물이었다. 선물거래란, 가격 등 거래 조건은 당장 계약하면서 정하되, 매매는 미래의 일정 시점에 하는 일종의 선(先)계약이다. 배가 항구에 들어오기 전에 물건을 미리 팔던 것이 선물시장으로 발전한 것이다. 물건을 보지도 않은 채 거래한다고 해서 '바람 장사(Windhandel)'라고도 불렸다. 선물거래는 원래 불안정한 기후나 천재지변으로부터 물량을 안정되게 확보하기 위해 수확 전에 곡물을 거래하던 것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점차 금융에 능숙한 유대인들이 이탈리아 견직물, 설탕 등 구하기 힘든 상품을 독점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했다.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헤징(hedging)이 목적이던 선물거래가 점차 독점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변질된 것이다. 미래 시점에 정해진 가격에 따라 물건을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 자체를 거래하는 옵션도 성행했고, 증권거래인이라는 새로운 직업도 등장했다. 이들은 외환거래, 주식, 해상보험 등 온갖 형태의 새로운 금융상품을 고안해 냈고, 금융거래는 자연스럽게 투기로 이어졌다.
세계 최초의 금융공황으로 알려진 ‘튤립 파동’은 네덜란드 경제가 최고조로 번창하던 1630년대에 일어났다. 그림은 튤립 파동에 대한 풍자화. 위키피디아
세계 최초 금융 공황 '튤립 파동'새로운 금융기법인 선물을 기반으로 일어난 투기 열풍이 바로 세계 최초의 금융 공황으로 알려진 '튤립 파동'이다. 이 사건은 네덜란드 경제가 최고조로 번창하던 1630년대에 일어났다. 신교의 성행으로 이자 수취와 투자가 일반화된 상황에서 무역의 확대로 경제가 호황을 맞으면서 암스테르담에 돈이 넘쳐났고, 어처구니없게도 튤립 구근(球根)에 대한 투기로 돈이 몰린 것이다. 당국의 빠른 대처로 경제에 끼친 폐해는 생각보다 크지는 않았지만, 튤립 파동은 금융의 무서운 이면을 사람들에게 각인시켜 준 충격적 사건이었다.
수출과 해운업이 성행함에 따라 보험과 여신 분야도 발달했다. 암스테르담시 정부는 보험 관련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보험국을 설치했고, 암스테르담 여신은행도 설립했다. 동일 지역에 금융기관이 집중돼 있었는데, 이는 암스테르담에서 금융업이 발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시 청사로부터 몇 블록 안에 증권거래소와 상품거래소가 있었고, 그 주변에 보험회사와 무역회사, 해운회사가 밀집해 있었다. 전신이나 전화가 발명되기 전이었기에 이러한 밀집은 산업의 경쟁력을 높였다. 암스테르담 중심가가 런던의 '더 시티'나 뉴욕의 '월스트리트'의 효시였던 셈이다.
세계경제의 중심지가 되면서 암스테르담에 국제 외환시장이 형성되고 발전했다. 무기명 유가증권도 네덜란드에서 일반화됐다. 본래 무기명 유가증권은 신변의 위협을 느낀 유대인들이 증서나 문서에 그들의 히브리식 이름을 숨기기 위해 시작됐는데,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유대인 공동체인 디아스포라가 국제 자금 이동을 주도하면서 무기명 유가증권은 대세가 됐다. 국제거래가 계속 늘어나자 암스테르담 국제시장은 환율시세표를 정기적으로 발표했다. 암스테르담은 17세기 유럽 최대의 자금시장이자 금융시장이었고, 국채 시장이면서 국제 외환시장이었다.
유럽의 서쪽 끝 작은 나라 네덜란드에서 근대 자본주의의 근간이 되는 상업은행, 주식회사, 증권거래소 모두가 탄생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결핍의 나라 네덜란드는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으로 자본주의라는 획기적인 발명품을 만들어냈고, 이를 동력 삼아 150년 동안 세계무역과 국제금융을 주도했다. 그 뒤를 또 다른 결핍과 도전의 나라 영국이 바짝 쫓고 있었다. 네덜란드 '따라쟁이' 영국은 18세기에 들어서면서 네덜란드를 뛰어넘어 세계무역과 금융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용틀임을 하고 있었다.?
강승준?● 1965년 출생● 서울대 경제학과, 美 미주리대 경제학 박사● 행정고시 제35회● 前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관● 前 한국은행 감사● 現 서울과기대 대외국제부총장● 저서 : '역사는 돈이다'
강승준 서울과기대 부총장·경제학 박사·前 한국은행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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