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찾은 오산시 궐동의 한 건물 2층. 화성시 동탄물류센터에 인력을 공급하는 아웃소싱 업체 B사가 세운 인력관리업체 사무실 문이 굳게 닫혀 있다. 페이퍼컴퍼니 형태로 운영되며, 근로자인 이주노동자들 9월1일 부동산대책 과 사업자 형태로 위장한 도급계약을 맺었다. 2025.10.20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근로기준법과 4대보험 적용을 피하기 위해 만들어진 ‘위장 5인 미만 사업장’이 전국적으로 급증한 상황이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확인됐다. 이렇게 만든 업체에 노동자를 ‘사업 유선상 자’로 신고해 사업소득세만 떼는 이른바 ‘3.3% 꼼수’가 조직적인 탈법 수단으로 고착화한 가운데, 이주노동자들을 상대로 한 위장하도급 착취 구조까지 나타났다.
20일 오후 찾은 오산시 궐동의 한 건물. 화성시 동탄물류센터에 인력을 공급·관리하는 유명 아웃소싱 전문 B회사가 CJ대한통운과 도급계약을 맺은 뒤, 이곳 2층 유비케어 에 세운 인력업체 2곳(K업체·S업체)을 통해 이주노동자들과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문은 굳게 닫혀 있고 우편함엔 찾지 않은 우편물이 수북했다. 겉으로는 독립된 인력업체처럼 꾸몄지만, 실제로는 B회사가 직접 고용을 피하기 위해 세운 ‘페이퍼컴퍼니’였다. 이 회사는 경기도 내 여러 곳에 같은 형태의 유령 업체를 만들어 인력을 분산 관리했고, 주택담보대출원리금균등상환 각 업체는 직원 4명 이하로 신고돼 5인 미만 사업장으로 분류됐다. 특히 계약 만료일과 폐업일이 일치하는 점이 특징이었다. 오산의 K업체와 S업체는 각각 지난해 6월30일과 2023년 12월31일 계약 종료와 동시에 폐업 신고를 했다. 이주노동자들은 근로계약서 없이 3.3%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당하며 일했고, 퇴사 직후에도 가산수당이나 스피또 연차수당은 받지 못했다.
20일 오산시 궐동의 한 건물 1층. 인력관리업체 명의의 우편물이 수거되지 않은 채 쌓여 있다. 해당 업체는 이주노동자들과의 계약 종료와 함께 폐업 신고된 페이퍼컴퍼니였다. 2025.10.20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노동청 진정이 제기되면 회사는 이런 페이퍼컴퍼니를 내세워 ‘계약 종료’를 주장했는데, 이주노동자들은 체류 자격이 불안정해 적극 대응하기 어려웠다. 한국어 의사소통이 힘든 점도 불리하게 작용했다. 결국 회사가 푼돈을 제시하며 합의로 무마하는 사례가 반복된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B회사가 조직적으로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분석한다. 실제 근로기준법 적용을 피하기 위해 노동자를 ‘3.3% 사업자’로 위장 등록하는 사업장은 전국적으로 확산한 상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주영(더불어민주당·김포갑) 의원이 국세청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형식상 5인 미만이지만 3.3% 사업소득자를 포함하면 5인 이상이 되는 ‘위장 의심 사업장’은 지난해 14만4천916곳으로 2018년(6만8천942곳)보다 두 배 넘게 증가했다. 고용보험상 5인 미만으로 신고됐으나 사업소득자를 포함하면 300인 이상으로 분류되는 대규모 사업장도 지난해 440곳에 달하는 등 규모별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하은성 노무사는 “계약이 끝나자마자 폐업 신고를 하는 건 사용자 책임을 피하기 위한 전형적인 수법이다. 특히 이주노동자들은 임금체불이나 부당대우를 당해도 체류 불안 때문에 문제 제기조차 어렵다”며 “겉으로 드러난 하청업체만 조사할 게 아니라 계약을 맺은 원청·도급업체까지 모두 들여다봐야 실태를 바로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혜연 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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