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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말레이시아가 동남아시아의 ‘비동맹 외교 기조’를 재확인했다. 미국이 아시아 국가에 미국과 중국 중 어느 편에 설 것인지 명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며 압박하자, 동남아가 지정학 갈등의 대리전 무대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맞받아쳤다.
1일 싱가포르 일간 스트레이츠타임스 등에 따르면 올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의장국인 말레이시아의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는 전날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오후 특별 연설에서 “외교와 안보에 영향을 주는 ‘새로운 정통성’이 지역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새 정통성증권사별수수료
’은 미중 경쟁이 낳은 진영 논리 중심의 질서를 의미한다.
안와르 총리는 “자율성을 지키는 것은 남에게 저항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힘을 기르는 것이며, 이것이 ‘아세안 중심성’의 핵심”이라면서 “동남아에는 신냉전이 아닌, 강압 없는 협력과 균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리가 아닌 벽을 쌓고, 군비 경쟁을 부추기고, 다자주의 정당성을 훼수수료저렴한증권사
손하는 연대는 중단돼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가 지난달 3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샹그릴라 대화 오후 세션 특별 연설에서 동남아의 비동맹 기조를 재확인하고 있다. 싱가포르=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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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진영 택일을 종용하는 미국을 겨냥한 발언이다. 안와르 총리 연설은 같은 날 오전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샹그릴라 대화 기조연설에서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은 중국의 악의적 영향력을 심화시킬 뿐”이라며 인도·태평양 국가에 사실상 중국과의 선 긋기를 요구한 직후 나왔다.
강대국 틈바구니에 낀 동남아 국가들은 오랜 기간 균형 외릴게임총판
교로 국익을 극대화해 왔다. 중립을 유지해 외교적 유연성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헤그세스 장관은 이 자리에서 “많은 국가가 중국과는 경제, 미국과는 안보 협력을 병행하려 하지만, 중국은 그런 상황을 이용하고 있다”며 실리 외교 노선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아시아 국가에 ‘미국의 국익에 반하는 선택을 하지 말라’는 우량주투자
경고 메시지로 해석된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달 3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샹그릴라 대화 오전 기조연설에서 일부 아시아 국가가 중국과 지나치게 협력하는 점을 비판하고 있다. 싱가포르=AP 연합뉴스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듯한 그의 발언 6시간 뒤 아세안 의장국 수장이 ‘편 가르기 식 접근은 안 된다’고 응수한 것이다. 안와르 총리는 연설 말미에 “아세안은 평화가 유지되고 중립성이 존중되는 지역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설립됐다”며 1967년 창설 당시의 비동맹 원칙을 다시 꺼내기도 했다.
그러나 안와르 총리의 이상과 달리 동남아 각국 현실은 복잡하다. 라오스와 캄보디아는 중국으로부터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자금을 대거 수혈받으며 사실상 중국에 기울었다.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중국과 해상 충돌을 이어가고 있는 필리핀은 친미 노선을 강화 중이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태국 등은 여전히 중립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미중 양측의 압박은 날로 거세지고 있다. 지역의 전략적 자율성을 유지하려는 아세안의 외교적 공간이 날이 갈수록 좁아지는 셈이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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