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이 지난 6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에사페카 살로넨이 이끄는 뉴욕필하모닉과 협연하고 있다. ⓒ크리스 리
“한국의 젊은 피아니스트들이 저보다 더 연주를 잘하는 것 같더군요.”
폴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69)은 “저도 이런 상황에 적응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지휘자 에사페카 살로넨이 이끄는 뉴욕필하모닉과 협연한 다음날인 지난 6월28일 서울 서초구 메리어트 호텔에서 한겨레와 따로 만난 자리였다. 다음달 내한
오션파라다이스다운로드 독주회를 앞둔 지메르만은 뒤늦게 당시 만남을 기사화하는 데 동의했다. 그는 “유럽에서는 저 자신에 대한 인터뷰를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머리칼도, 구레나룻도 은빛인 지메르만은 청색 데님 셔츠에 자줏빛 재킷 차림이었다. 깐깐하기로 유명한 연주자지만, 엷은 미소를 띤 채 차분한 목소리로 조곤조곤 말을 이었다. 올리브유에 튀긴 한국식
릴게임추천 치킨을 좋아해 한국에 자주 오는 것 아니냐는 우스개가 있다고 하자 “불행하게도 사실”이라며 크게 웃었다.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이 지난 6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에사페카 살로넨이 이끄는 뉴욕필하모닉과 협연하고 있다. ⓒ크리스 리
릴게임추천 지메르만은 한국의 피아노 교육을 “세계 최고”로 꼽으며, 조성진과 임윤찬, 박재홍의 이름을 차례로 언급했다. “피아노 교육이 1970년대엔 이탈리아가 최고였고, 그 이후엔 프랑스였지요. 일본과 핀란드도 아주 좋은 교육 시스템을 지니고 있긴 해요. 그래도 지금은 한국 음악 교육이 가장 건강해요.” 그는 “공연장에 이렇게 많은 젊은이가
야마토게임연타 모이는 것을 보면서 한국의 음악 교육 시스템에 엄청난 존경심을 느끼게 된다”며 감탄했다.
지메르만은 1975년 18살 나이에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일찌감치 ‘전설’로 통한 명연주자다. 40년 뒤 같은 대회에서 우승한 조성진의 ‘음악적 멘토’이기도 하다. 그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조성진이 부당한 이유로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야마토통기계 한다’고 전화를 걸어 와 나도 신경을 썼다”고 2015년 쇼팽 콩쿠르 당시를 돌이켰다. 임윤찬에 대해선 “지난해 일본 가와사키홀에서 연주한 쇼팽 에튀드 공연을 관람했고,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연주도 알고 있다”며 관심을 표했다. 박재홍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9번 ‘하머클라비어’ 연주도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그는 2009년 로스앤젤레스 월트디즈니 콘서트홀 독주회에서 “앞으로 미국에서는 공연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거짓된 뉴스다.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자세한 경위를 설명했다. “미국의 군사 정책을 비판하긴 했지만 미국에서 공연하지 않겠다는 말은 단 한번도 한 적 없어요.” 그는 “로스앤젤레스타임스의 잘못된 보도 이후 지금까지 16년 동안 미국 어느 악단으로부터도 초대받지 못했다”며 억울함을 표시했다. 자신이 미국 공연을 거부한 게 아니라 미국 악단들이 초청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당시 보도 이후 그는 미국 공연도, 미국 악단과의 협연도 하지 못했다. 각별한 관계였던 뉴욕필과의 협연도 1996년 이후 29년 만이었는데, 미국이 아니라 서울 공연으로 성사됐다.
“제가 한 말은 ‘이곳에 다시 오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는 얘기였어요. 기획사를 바꿀 생각이었는데, 그렇게 되면 3년 뒤에나 공연을 시작할 수 있었거든요. 3년의 공백을 얘기한 거지, 미국에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말한 게 아니었어요.” 다만 미국이 검토하던 군사 정책을 비판한 데 대해선 “사실”이라고 답했다. “제가 말한 군사 프로젝트를 미국이 실행했다면 폴란드는 위험에 빠졌을 겁니다.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과 비슷한 전쟁으로 귀결됐을 가능성이 컸어요. 결국 4개월 뒤에 오바마 대통령도 그 프로젝트를 중단했어요.” 그는 “그러니까 저를 반미주의자라고 한다면 오바마 대통령도 반미주의자가 되는 셈”이라 했다.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이 지난 6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에사페카 살로넨이 이끄는 뉴욕필하모닉과 협연한 뒤 청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크리스 리
그는 정치적 발언을 주저하지 않는 연주자다. 그에게 당시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상 와중에 음악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물었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에게 아름다움과 사랑을 주는 일이죠. 국경을 넘어 음악으로 하나가 되는 거죠.” 이어 그는 “언어를 초월해 모든 사람이 소통할 수 있는 게 음악”이라고 강조했다.
지메르만은 피아노를 직접 공수하는 등 까다로운 공연 조건을 내걸지만 일단 피아노 앞에 앉으면 완벽함에 가까운 연주를 들려주는 연주자다. 녹음도, 녹화도, 사진 촬영도 금지한다. 그는 “사진 촬영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에스엔에스(SNS) 등에 바로 올려버리는 것에 대해 반감이 있다”고 했다. 도이체 그라모폰 레이블에서 수많은 음반을 발매한 그지만 정작 “내가 녹음한 음반은 거의 듣지 않는다”고 했다. “디지털 기술이 도입돼 사운드에 집중하게 되면서 음표는 더욱 자세히 듣게 됐지만 음악은 들을 수 없게 됐다”는 이유였다.
지메르만은 다음달 13·15·18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독주회를 연다. 여러 작곡가가 작곡한 ‘전주곡’ 24곡을 서로 다른 조성으로 선별해 연주하는 독특한 구성이다. 공연 프로그램도 당일 현장에서 공개한다. 음악적 사고의 과정을 청중과 공유하자는 취지라고 기획사 쪽은 전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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