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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희 기자]
사리아(Saria) 소문은 진짜였다. 산티아고 길 100km 이상 걸은 사람에게 '순례자 증서'를 준다고 해서 사리아부터는 걷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진다고 한다. 짧은 휴가로 온 개인, 가톨릭 단체 성지 순례자들부터 여행사 패키지팀까지. 사람이 많아져 숙소 경쟁도 심하고 숙박비도 오르고 커피값도 비싸진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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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르토마린 가는 길의 조형물, 최종 목적지 산티아고까지 100미터를 앞이다.
ⓒ 김상희
국민은행 금리 진짜로 걷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짐은 다 부쳤는지 초소형 배낭 한 개만 달랑 메고 걷는 이들이 많았다. 서양 젊은 여행자들이 많았고 특히 그룹이 많았다. 순례길 내내 커피 한 잔 1.5유로를 넘지 않았는데 2유로대 커피도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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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미노에 걷는 사람도 자전거도 부쩍 많아졌다.
ⓒ 김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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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길이 무슨 걷기 행사장 같았다. 나도 축제 속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이즈음부터는 만나는 사람에게 생장부터 걸어왔다고 하면 다들 "와, 대단해!" 하며 엄지척해준다.
갈리시아에는 갈리시아 감성이 있었다. '햇빛을 위해 기도하되, 비옷 준비를 잊지 마라'라는 갈리시아 한국은행 연봉 속담에도 불구하고 갈리시아를 통과하는 동안 비 한 방울 없었다. 난 산티아고 길에서 맞을 비를 초반 피레네에서 다 맞고 온 사람이니까. 대신 새벽안개가 짙다. 숲 안개, 산 안개가 아침마다 몽환적 길을 가져다주었다.
▲ ?갈리시아에서 오전 길은 안개길이다.
ⓒ 김상희
▲ ?안개 짙은 고사리 숲길에서, 팔라스 데 레이 가는 길
ⓒ 김상희
메세타의 들판만 보다가 나무와 숲이 나타나니 경치의 급이 달라진다. 아르수아(Arzua) 가는 길에서 만난 포도나무 테라스와 민트색 문의 돌집도 포토제닉감이다. 집집마다 특이한 건물이 하나씩 눈에 띄었는데 이탈리아 친구가 곡물 창고(Horreo 오레오)라고 알려주었다. 지상으로부터 일정 높이를 띄워 나무나 벽돌로 만든 곡물창고는 바람이 잘 통하도록 설계되었다.
▲ ?키 작은 나무와 집들이 내려앉은 갈리시아의 시골 풍경
ⓒ 김상희
▲ ?민트색 문에 묻어나는 갈리시아 감성
ⓒ 김상희
▲ ?포도나무 세 그루로 만든 테라스
ⓒ 김상희
▲ ?감자와 옥수수 등의 곡물을 보관하는 곡물 창고(Horreo)
ⓒ 김상희
▲ ?곡물 창고(Horreo)는 통풍을 위해 나무나 구멍 뚫린 벽돌로 만든다.
ⓒ 김상희
갈리시아 감성도 식후경! 카미노 길에 통문어가 등장했다. 반전이다. 길가의 바(Bar) 입구에서 큰 솥을 놓고 문어를 삶고 있었다. 배낭엔 먹을 게 한가득이지만 문어 2인분을 주문하고 자리를 잡았다. 맨날 먹는 마른 바게트도 질릴 때가 됐다.
▲ ?문어를 삶고 있다.
ⓒ 김상희
갈리시아 지역은 해산물이 풍부해 해산물 요리를 즐겨 먹는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문어가 유명한지 걷는 동안 '뿔뽀(pulpo)' 간판을 많이 봤다.
▲ ?문어 요리 전문점, 풀페리아(Pulperia)
ⓒ 김상희
조리법이라곤 별 거 없다. 삶은 문어에 소금, 올리브오일과 붉은 피망 가루를 뿌린 게 다다. 그렇지. 해산물엔 아무 짓도 하면 안 되지.
▲ ?갈리시아식 문어 요리
ⓒ 김상희
우리나라 문어숙회와 다를 바 없다. 초고추장이나 참기름장 대신 올리브오일장이다. 한국 대 스페인, 문어 맛 대결에 들어간다. 쫄깃한 식감은 우리나라 문어보다 덜하지만 연하다. 문어 맛에 대한 나의 '한줄평'은, '갈리시아식 문어를 먹지 않았다면 갈리시아에 간 게 아냐!'
전날 먹은 문어도 소환해 본다. 사실 팔라스 데 레이(Palas del Rei) 가는 길에서도 문어 요리를 먹었다. 걷다가 점심때쯤 길에서 식당(Meson A Brea) 하나를 만났는데 식당 주차장에 차가 빼곡하고 차에서 평상복 차림의 현지인들이 가족 단위로 내리는 게 아닌가. 놓칠 수 없다, 맛집 신호를! 식당을 둘러보니 안에도 뜰에도 손님이 많았다. 이건 맛집 확증이다!
▲ ?문어 그릴 구이, 메손 아 브레아 식당(Meson A Brea)에서
ⓒ 김상희
내가 주문한 건 문어 스테이크. 그릴에 구운 문어를 삶은 감자 위에 담고 소스를 뿌려 내왔다. 맛집답게 맛도 가격도 다 만족스러웠지만 갈리시아식은 아니다. 이런 문어 요리는 스페인 전역은 물론 유럽의 다른 나라에서 흔히 먹는 식이다. 신선한 문어를 삶아서 접시에 툭툭 썰어 무심히 담아내기만 하고, 문어 고유의 맛으로만 승부하는 갈리시아식 문어 요리와는 비교가 안된다.
순례길에도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 와인이 유명한 리오하(La Rioja)에서는 리오하 와인도 마셔야 하고 갈리시아에서는 갈리시아식 문어도 먹어야 한다. 갈리시아를 지나는 순례자들이여, 갈리시아의 소리를 들어보라. "니들이 문어 맛을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