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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경기도 시흥시 DI동일 시화공장에서 인도네시아인 수요노 씨가 작업하고 있다. 시흥=황동건 기자



[서울경제]
열기와 염료 냄새가 가득한 작업장 안에서 회전하는 대형 와인더는 쉬지 않고 돌아갔다. 방금 염색을 마친 실을 수요노 씨가 빠르게 감아올렸다. 고르게 말린 실뭉치가 곧바로 리얀토 씨의 팔로 넘어가 박스에 차곡차곡 담겼다. 깊은 눈매와 낯선 이름의 명찰만 이들이 인도네시아에 저렴한 중고차 서 온 이주노동자라는 점을 말해 줬다. 8일 찾은 경기도 시흥시 DI동일 시화공장의 정원 50명 중 20명이 이주노동자다. 현장 공정의 경우 사실상 작업 태반이 외국인의 손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같은 날 경기 시화염색산단 내에 자리 잡은 또 다른 공장 S사에서는 한 손에 스포이드를 든 A 씨가 실린더에서 꺼낸 시험용 염 주택담보대출서류 료를 한 방울씩 떨어뜨렸다. 색 농도를 가늠하며 천 조각을 담갔다 빼는 동작이 그의 손에서 반복됐다. 고객사 요구 사항에 맞춰 통제된 환경에서 색감을 조절하는 ‘비이커 테스트’가 A 씨의 몫이다. 통상 한국인 기술자의 자리지만 S사에서는 중국 조선족 출신인 그가 납품의 성패를 가르는 마지막 열쇠를 쥐고 있다. 이 공장 관계자는 “시험실 근무자는 거의 전문직 육수 에 가깝다”며 “회사 입장에서는 계약을 따내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를 맡긴 셈”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이주노동자 차별 문제가 다양하게 불거지고 있음에도 침체된 내수산업은 사실상 이들의 손에 의해 지탱되고 있었다. 13일 시화패션칼라사업협동조합에 따르면 10년 전 17%였던 이 산업단지 염색 업체의 외국인 근로자 비중은 지난해 말 2 고양농협대학 3%까지 상승했다. 이주노동자들의 역할 증가는 단순한 수치 이상이다. 반복 작업뿐만 아니라 현장 내 고급 직무에까지 진출하고 있어서다. 아직은 드물지만 숙련 노동자들이 중간 관리자 역할을 부여받을 가능성도 열려 있다. 강경태 DI동일 생산본부장은 “재외동포에 해당되는 F-4 비자 보유자는 체류 기간에 제한이 없어 한국말과 업무만 원활하다면 향후 현장 팀장 허위매물 직책까지 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시화염색산단은 한국인 인력 유입이 수년째 ‘제로’ 수준인 상황에서 숙련 작업자들이 함께 나이 드는 고령화만 가속화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한국인 가운데 젊은 층 유입이 끊기면서 인력난이 본격화됐다. 이날 찾은 S사의 경우 77세 작업자까지 근무 중인 실정이다. 중견 업체인 DI동일도 시화공장 근로자 평균 연령이 57세로 높아졌다. 박영걸 DI동일 시화공장장은 “공장에 남은 한국인 대부분은 정년인 63세를 코앞에 두고 있다”며 “몸만 건강하다면 촉탁직으로 몇 년 정도 더 일하기도 하지만 결국 외국인들이 없으면 공장은 ‘올스톱’인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한국인 장기근속자들을 중심으로 오랜 기간 경쟁력을 유지해왔던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진 풍경이다. 1990년대 초 수도권 중소 업체들이 모여 형성된 시화염색산단은 초창기 인근 지역 내국인 노동자들이 생산 전 과정을 책임졌다. 하지만 다른 제조업과 비교해도 임금이 낮은 데다 사회적으로도 ‘고된 일’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으며 상황이 달라졌다. 여기에는 값싼 중국·베트남산에 밀려 경쟁력을 잃은 점도 한몫했다.
이 때문에 의류·섬유 공급망의 필수 축을 이루는 내수 염색 산업은 이주노동자들이 아니면 사실상 작동이 불가능해진 상태다. 2004년 고용허가제 도입을 기점으로 들어온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인 장기근속자들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 염색 업체들의 외국인 채용은 팬데믹 이후 내국인 구인난이 심화되면서 더욱 가속이 붙었다. 이런 변화는 농업·원양어업·건설업·제조업 같은 다른 산업 현장에서도 확인된다. 업계에서는 국내 조선소 종사자 중 외국인 인력의 비중이 이미 15% 이상이라고 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외국인 취업자는 사상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다.
이주노동자들은 안전한 작업 환경 아래서라면 얼마든지 중장기간 체류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는 낮은 수준인 임금이라도 이주노동자들의 눈높이에서는 상당한 고소득으로 통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짧은 기간 동안만 돈을 벌어 송금하려던 외국인 근로자들이 이제는 산단 주변에서 기술과 한국어를 배우며 자리 잡는 사례도 적지 않다. 시화염색산단 입주 업체의 한 관계자는 “우리 공장 네팔 친구는 한 달 월급이 본국의 열 배”라면서 “이미 가족이 살 집을 마련한 데다 5년 더 일해서 건물 하나를 짓는 것이 목표일 정도로 장기 근무를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산업 현장에서는 취업비자 기간 제한 완화와 장기 체류 유도를 포함한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박 공장장은 “300인 이상 사업장은 외국인 근로자를 쓸 수 없도록 한 규제는 현실과 맞지 않는다”며 “제조업 특성을 감안해 인원 규모와 관계없이 고용을 완화시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형백 성결대 국제개발협력학과 교수는 “저임금 구조와 국내 청년층의 기피로 외국인 노동력 유입은 불가피한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글·사진(시흥)=황동건 기자 brassg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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