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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에 여학교를 설립하고 탈레반의 여성 억압 속에서도 여성들이 무료로 교육받을 수 있도록 헌신했던 아프가니스탄 출신 미국 기업가 라지아 잔 여사가 별세했다. 향년 81세.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 잔 여사가 지난달 20일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울혈성 심부전으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잔 여사는 2001년 9·11 테러를 계기로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을 돕기 시작했다. 당시 매사추세츠에서 드라이클리닝 사업을 운영하고 있던 잔 여사는 9·11 테러 희생자들을 돕는 일에 열정을 쏟았다. 9·강시
11 테러로 남편을 잃은 패티 퀴글리와 뜻을 모아 ‘라지아의 희망의 빛’ 재단을 설립하고 카불 외곽에 여학교를 설립했다.
2002년 잔 여사는 30년 만에 고향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갔다. 학교, 보육원, 병원 등을 다니며 도움을 주던 잔 여사는 고국에 가장 필요한 것이 여성 교육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그는 기금을 모아 2005년 카불에서 릴게임야마토
48㎞ 떨어진 시골 마을 데흐수브즈에 여학교인 자불리 교육센터를 지었다.
학교를 짓는 것보다 등교시킬 학생을 찾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었다. 1996~2001년까지 이어진 탈레반 통치하에서 여성 교육은 금지됐다. 탈레반 축출 후 여학교가 생겨났지만 학교에 다니려던 여학생들은 테러의 대상이 됐다. 여학생들은 구타당하거나 얼굴에 염산을 맞고 동양고속 주식
독살당하기도 했다. 어떤 학교는 불태워졌다.
잔 여사는 타고난 수완과 친화력으로 지역 사회를 파고들었다. 아프가니스탄 지역에서 쓰이는 5개 언어와 아랍어를 구사했던 그는 마을 원로들을 수차례 만나며 여성 교육 필요성을 설득했다.
아프가니스탄 카불 외곽에 여디지털대성 주식
학교를 설립하고 여성 교육에 헌신해온 라지아 잔 여사. 사진출처 라지아의 희망의 빛 재단
유치원부터 4학년까지 100명이 넘는 여학생들이 등록한 가운데 마침내 학교가 문을 열었다. 더 많은 학생이 입학하면서 학년도 추가됐다. 유치원생들이 처음 배운 것은 자신의 아버지 이름을 쓰는 것이었다. 많은 남주식부업
성이 문맹이며 법적 문서에 지문 찍기를 싫어한다는 것을 파악한 잔 여사가 아버지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고안한 전략이었다.
여학생들을 꾸준히 교육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학생들은 전통에 따라 10대 초반에 결혼하거나 임신해 학업을 중단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잔 여사는 학생에게 공부를 두 배로 시켜 월반시킨 뒤 1년 일찍 졸업하게 하는 식으로 현실적 타협안을 찾기도 했다.
비극적인 일도 있었다. 15세 파슈타나는 가족 중 처음으로 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됐지만 사촌과 강제로 약혼한 상태였다. 결혼 전까지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허락받았지만 아버지가 그 사실을 알고 딸을 폭행했다. 결혼식 날짜가 다가오자 파슈타나는 쥐약을 먹고 자살을 시도했다.
잔 여사와 학교의 이야기는 2016년 다큐멘터리 영화 <내일이 가져올 것들>로 제작되기도 했다. 그는 영화를 통해 모은 기금으로 조산원 프로그램을 갖춘 무료 여자 대학 설립을 추진했다. 영유아 사망률과 산모 사망률이 높은 아프가니스탄에 필수적 사업이라고 여겼다.
2021년 8월 탈레반이 재집권해 여학생의 6학년 이상 중등 교육을 불법화하자 잔 여사는 중등학교와 대학교를 폐쇄해야 했다. 하지만 초등학교에 더 많은 여학생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탈레반 재집권 전인 2020년 유치원부터 12학년까지 703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었고 이 중 유치원생은 57명이었다. 올해 유치원생은 121명으로 두 배 넘게 늘었고 유치원부터 6학년까지 총 801명이 재학 중이다.
잔 여사는 2012년 CNN이 선정한 ‘10명의 영웅’에 선정됐고 2015년 국제로터리 ‘행동하는 여성상‘을 수상했다.
‘라지아의 희망의 빛’ 재단은 잔 여사를 추모하며 “라지아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교육의 힘을 깊이 믿었다”며 “아프가니스탄에서 수천명의 삶을 변화시켰고 소녀와 여성들에게 교육뿐 아니라 존엄성, 희망, 기회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