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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그냥 야생동물이 아니라고?”
어둠 속 반짝거리는 눈. 우리나라 산속에 서식하는 야생동물, 그중에서도 특별한 것 없는 야생 너구리다.
주목할 점은 너구리가 발견된 장소. 바로 올해 봄 역대 최악의 산불 피해가 발생한 경북 의성군의 산림 보호구역이다.
당시 이곳은 98%가량이 불에 의해 소실되며, 그야말로 ‘잿더미’로 변했다. 하지만 4개월이 지난 지금, 각종 동·식물이 돌아오며 활기를 되찾고 있다.
놀라운 것은 회복 과정에서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았다는 것. 자연이 재난릴게임설치
을 겪고도, 스스로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3월 26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고운사 가운루를 비롯한 건물들이 전날 번진 산불에 모두 불에타 흔적만 남아 있는 가운데 한 스님이 현장을 지나가고 있다. 이번 화재로 국가 지정 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된 가운루와야마토2
연수전 등이 소실됐다. 의성=이상섭 기자
지난 주말, 글로벌 환경단체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경북 의성군 고운사 등과 함께 심각한 산불 피해가 발생했던 경북 의성군 고운사 사찰림 현장 조사에서 너구리와 박쥐, 등줄쥐 등 다수 동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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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의성에서는 역사상 최악의 산불 피해가 발생했다. 이에 천년사찰로 불리는 고운사 사찰림은 전체 면적의 97.51%인 252헥타르 크기의 피해를 입었다. 서울 여의도 면적에 달하는 크기의 숲이 ‘잿더미’로 변한 것.
경북 의성군 고운사 사찰림에서 산불 후 맹아가 자란 숲의 릴게임정글북
모습.[그린피스 제공]
하지만 이후 4개월이 지난 지금, 자연은 다시금 이전의 모습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비단 동물들뿐만 아니었다. 당시 산불로 침엽수는 대부분 소실됐지만, 활엽수는 생존해 새싹을 틔웠다. 이에 다양한 야생 조류와 동물들이 숲으로 돌아와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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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사찰림은 이전부터 보호지역으로 지정될 정도로 생태적 가치가 높은 지역이다. 이에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한 논의가 진행됐지만, 인위적인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자연의 회복력을 강조한 고운사 주지 등운스님이 기존의 방식이 아닌 자연복원을 택했기 때문.
경북 의성군 고운사 사찰림 인근 미천변에서 발견된 문둥이박쥐. 생포 및 조사 후 바로 방사했다.[그린피스 제공]
실제 그간 산림청은 산불로 피해를 본 나무를 제거하고, 새 나무를 심는 방식의 인공복원을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산불에 취약한 침엽수를 심는 경우가 많았다. 땅 주인 입장에서 벌목 등에 따른 경제성이 높기 때문. 하지만 침엽수림 조성으로, 산불은 물론 산사태 등 재난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린피스가 지난 5월 발표한 ‘보호지역 관리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침엽수 한 종의 나무를 위주로 구성된 산림 환경에서 산불 피해가 더 크게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4월 산불 피해가 집중된 주왕산 국립공원 현장 답사에서도, 침엽수가 주를 이루는 지역의 피해가 혼합림에 비해 극심했다.
산불 피해가 거의 없었던 경상북도 주왕산 국립공원 내 너구마을. 활엽수가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그린피스 제공]
실제 산림 내 생명체들은 생존을 위해 포식, 기생, 공생과 같은 관계를 맺으며 치열하게 경쟁한다. 이후 생물들이 균형을 이루고, 최적화던 생태계를 구성한다. 이를 통해 숲은 안정된 상태 ‘극상림’에 도달한다. 극상림은 천연 ‘방화림’ 구조를 지니게 돼, 자체적으로 산불에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 차원에서 산림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도 이뤄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새로 벌목하고 나무 심는 사업을 지속해야 하는지, 임도를 내는 게 효과적인지에 대한 논쟁이 십수 년째 이어지고 있다”며 “의견을 듣고 논쟁도 하며, 과학적 검증을 거쳐 논의를 정리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그린피스가 폴란드 아담 미츠키에비치 대학 연구진과 진행한 산불 시뮬레이션. 침엽수 단일림에 비해 혼합림의 산불 확산 속도가 더디고, 산불 피해도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그린피스 제공]
특히 고운사 산불 피해지역은 자연복원 효과를 검증하는 대표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고운사의 자연복원 결정은 불교 종단이 사찰림 자연복원을 공식 선언한 최초 사례다. 아울러 나무 줄기까지 피해를 입은 광범위한 산림 지역에서 실시하는 최초의 자연 복원 시도가 될 전망이다.
고운사 주지 등운스님은 “과거 모습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현재 조건에서 가장 지혜로운 방식으로 숲을 재생시키는 게 중요하다”며 “소나무 숲의 옛 모습은 아름다웠지만, 이제는 자연이 선택하는 새로운 숲의 모습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3월 26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고운사 가운루를 비롯한 건물들이 전날 번진 산불에 모두 불에타 흔적만 남아 있다. 이번 화재로 국가 지정 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된 가운루와 연수전 등이 소실됐다. 의성=이상섭 기자
이에 그린피스 또한 여러 환경단체와 연대체를 구성해 ‘고운사 사찰림 자연복원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숲의 회복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국내 산림 과학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겠다는 게 프로젝트의 취지다. 연대체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국내 산림 관리 정책의 새로운 지침 마련을 위한 근거 자료를 만들 계획이다.
최태영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인공복원으로는 반복되는 기후재난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음이 명확해지고 있다”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자연 회복이 가능할 뿐 아니라 더 효과적임을 검증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