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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3 때 멸망에 점점 가까워지는 뉴스 보고 충격 “절망감 느꼈다”
고3 앞둔 겨울 연구 시작…사회 수행평가 제출 후 SNS 공개 화제

2022년 중학교 3학년 여름방학을 보내던 강은양(18)의 눈에 짧은 뉴스 영상 하나가 들어왔다. 불에 활활 타고 있는 지구 그림을 담은 화면은 온통 새빨갰다. 영상을 틀자 심각한 표정의 전문가들이 지구의 기온 상승을 설명하며 “인류에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득 불안해진 강양은 몇개의 영상을 더 찾아봤다. 기후위기로 인한 멸망을 예견하는 일수구합니다 내용이 이어졌다. ‘어차피 세상은 망할 텐데 왜 계속 살아야 하지.’ 강양의 불안은 허무감으로 번졌다.
3년이 흘러 지난달 30일 강양은 엑스로 논문 하나를 공유했다. ‘기후위기 공포소구의 공포 수준과 메시지 프레이밍이 기후 허무감과 기후변화 대응행동의도에 미치는 영향’이란 제목의 논문엔 고양국제고등학교 3학년인 강양의 이름이 적혔다. 수 저축은행특판예금 능을 100일 앞둔 지난 5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강양을 만나 연구를 시작한 이유를 물었다. 강양은 “기후위기로 인한 우울감, 허무감은 실재하고 또 충분히 나아질 수 있다는 걸 연구로 보여주고 싶었다”며 “기후우울을 겪는 사람들을 냉소하지 않고 공감하고 이해하는 어른들이 많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중학교 3학년 전까지 강양은 기후 연간상여금 위기란 개념을 몰랐다. 비가 벼락처럼 쏟아지고 그치길 반복해도 ‘이상기후’라고 생각지 못하고 “비가 신기하게 온다”고만 했다. 그러다 접한 뉴스 영상은 강양의 일상을 바꿨다. 강양은 기후위기를 매일 인터넷으로 검색했다. 올라오는 영상과 글들은 하나같이 새빨갛고 절망적이었다.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도 하고 멋진 커리어우먼도 되고 싶던” 강양의 미래가 흐려졌 직장인의하루동영상 다. “아침에 눈을 뜨면 하루를 시작하고 싶지 않았어요. 시간이 흐르는 게 무서웠어요. 멸망과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데 내 일상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으니까요.” 주변에 이야기해도 사람들은 강양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예민하고 유난스러운 사람”으로 대했다. “외로워서 더 허무한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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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양이 작성한 ‘기후위기 공포소구의 공포 수준과 메시지 프레이밍이 기후 허무감과 기후변화 대응행동의도에 미치는 영향’ 논문 표지(왼쪽 사진)와 설문지. 강은양 제공


고등학교 3학년 진학을 앞둔 지난해 겨울, 독서실에서 모의고사 문제를 풀던 강양의 눈에 비문학 지문 하나가 들어왔다.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심어주면서 행동 변화를 이끄는 ‘공포 마케팅(공포 소구)’ 개념을 설명한 글이었다. 강양은 “공포감이 행동 변화로 이어지려면 ‘위험을 통제할 수 있다’는 효능감을 함께 줘야 한다”는 내용을 보고 중학생 때 본 영상들을 떠올렸다. ‘그 영상들은 나한테 효능감을 주지 못했구나! 기후 허무감을 어떻게 효능감으로 바꾸지?’ 강양은 문제집을 덮고 연구계획서를 쓰기 시작했다.
강양은 3학년 사회과목 수행평가에서 연구계획서를 제출했다. “대학이 좋아할 만한 것이 아닌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연구”를 하고 싶었다. 강양은 기후위기에 대한 공포감과 함께 절망을 전달하는 광고와 희망을 전달하는 광고 등 4가지 경우로 설문지를 만들었다. “공포감과 함께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했을 때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는 효능감과 해결하려는 행동 의지가 커진다”는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 120명 정도의 표본이 필요했다. 강양은 오픈채팅방과 SNS에 설문지를 올리고 홍보했다. 400명이 넘는 표본을 모은 강양은 밤을 새워가며 데이터를 분석해 40쪽가량의 논문을 작성했다.
이름 모를 사람들이 강양의 설문지에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축산업을 하는 사람이 기후위기에 대한 고민을 남기기도 하고 기후불안을 겪는 사람이 감정을 공유하기도 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말에 강양은 외롭고 허무했던 자신의 지난 감정들을 떠올렸다.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선 감정보다 기술이 중요할 거로 생각했어요. 공동체는 노력하지 않으니 과학만이 해결할 수 있다고요. 하지만 연구를 하면서 오히려 사람들의 감정이 중요하다는 걸 알았어요. 불안감과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문제에 먼저 예민하게 반응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기도 하더라고요. 이 사람들이 계속 선두에 설 수 있도록 소통하고 효능감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공감받지 못해 깊이 무력했던” 강양의 곁에 어느새 같은 감정을 겪은 사람들이 생겨났다.
‘공포와 희망이 함께 있어야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강양의 가설은 사실로 증명됐다. 연구 결과를 토대로 강양은 기후우울을 겪는 사람들에게 절망보다 희망을, 공포보다 사실을 전달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려고 한다. 노력하는 모습을 자신에게 보여주면 “어른이 되는 것이 덜 무서울 것 같다”고 강양은 말했다. 그러면서 “이해하는 어른이 되고 싶다”고 했다. 기후우울을 겪는 사람도, 기후우울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사회를 바랐다. “사람들 간의 벽은 두껍지만 단단하진 않더라고요. 기후위기로 불안하고 우울한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서로 이해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스스로 나아질 수 있다고 믿었으면 해요. 나아질 수 있어요. 믿어주세요. 제가 연구로 입증했거든요.”
글·사진 우혜림 기자 sa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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