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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수 임영웅이 정규 2집 '아임 히어로 2(IM HERO 2)'를 실물 CD(피지컬 앨범) 없이 발매하기로 결정했다. 소속사 물고기뮤직은 "환경 보호를 고려한 아티스트 본인의 의지"라고 밝혔다. 밀리언셀러 가수가 실물 CD 없이 정규 앨범을 발표하는 일은 K팝 산업에서 매우 이례적이다. 이번 결정은 팬덤 소비와 자원 낭비 문제에 대한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복 구매에 울고, 뜯지 않고 버리는 CD= K팝 CD는 음악 감상보다는 포토카드, 응모권, 미공개 이미지 노숙 북 등 '굿즈'로 소비되고 있다. 5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4 음악산업백서'에 따르면 CD를 실제로 재생해 음악을 듣는 비율은 전체 구매자의 8.1%에 불과했다. 90% 이상은 팬사인회 응모나 부록 수집 등을 위해 CD를 구매한 것이다. 특히 10대와 60대의 구매 비율이 높았다.
    팬들은 가수가 좋은 성적을 거두길 바라는 '팬심'에 보수청구권 앨범을 과도하게 중복 구매한다. 기후 위기 대응 단체 '케이팝 포 플래닛'(Kpop4Planet)의 김나연 캠페이너는 "팬심은 복합적이다. 응원하는 마음으로 앨범을 계속 사지만, 동시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연예기획사들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으나, 수익과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쉽게 나서기 어렵다.

    생애최초 특별공급 케이팝 포 플래닛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팬의 36.5%는 포토카드 수집을 위해, 27.7%는 팬사인회 응모를 위해 앨범을 중복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는 앨범을 개봉하지 않고 '나눔'하거나 폐기했다. 아이돌 팬 조은지 씨(20)는 "비공개 팬사인회 응모를 위해 앨범 50장을 샀지만, CD는 뜯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중고 거래 어플리케이션(앱 성형할인이벤트 )에서는 이처럼 개봉하지 않은 새 앨범들이 흔히 거래된다.




    2017년 일본에서는 걸그룹 AKB48의 투표권을 얻기 위해 CD 585장을 산 남성이 이를 야산에 무단 투기해 벌금형을 받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팬들이 수십 장의 앨범을 구매한 후 CD만 기획사에 반 농협시중은행 송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개봉하지 않은 CD 수십 장을 기획사 앞으로 다시 보냈다'는 인증 사진이 자주 공유되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팬들의 경제적 부담도 크다. 보이그룹 팬 윤혜빈 씨(22)는 "영상통화 팬사인회 응모를 위해 카드빚까지 내면서 앨범 수백 장을 샀다. CD는 결국 뜯지도 못하고 버릴 수밖에 없었다"며 심리적·경제적 부담을 털어놓았다. 일부 팬들은 중고 거래로 비용을 일부 회수하려 하지만, 중고 시장의 수요도 높지 않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임영웅이기에 가능한 결정"이라며 "현실적으로 CD 발매를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고 전했다. 앨범 수익이 중요한 중소 기획사의 경우 특히 그렇다. 그는 "CD 판매 수익과 초동 판매량 수치가 향후 마케팅에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쉽게 포기할 수 없다"면서도 "팬덤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에 따라 내부적으로 대안을 고민해 보겠다"고 했다.
    ◆연간 1억 장 생산되는 K팝 앨범… 환경은 뒷전= CD·DVD 등 폐기물 처리는 결국 지방자치단체의 몫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관련 폐기물 처리 비용은 1톤당 약 18만~20만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기획사의 앨범·포장재·굿즈 제작에 사용된 플라스틱은 2019년 약 573톤에서 2023년 약 2264톤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서울시의 '재활용 불가 품목' 기준에 따르면 CD는 종량제 봉투에 담아 일반 쓰레기로 배출해야 한다.
    영국 킬(Keele) 대학 연구에 따르면 CD 한 장 생산 시 약 500g의 탄소가 배출된다. 이는 스트리밍 1시간의 약 10배에 해당한다. 폴리카보네이트 재질로 만들어진 CD는 자연 분해되기까지 100만 년이 걸린다. 에스파의 2023년 앨범 '마이 월드' 초동 판매량인 169만장 기준으로 환산하면, 탄소 배출량은 약 845톤으로 여객기가 지구를 74바퀴 도는 것과 맞먹는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의 써클차트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앨범 판매량은 9837만장으로, 2020년(4264만장)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다만 2022년의 1억1908만장보다는 17.4% 감소했다. 써클차트는 "앨범 과잉 프로모션 전략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픽사베이


    ◆지속 가능한 K팝 산업 위해 기획사도 변화 필요= 일부 국내 기획사는 CD 대신 QR코드를 포함한 디지털 플랫폼 앨범을 출시했지만, 전체 판매량의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김 캠페이너는 "처음에는 긍정적인 시도로 여겨졌지만, 디지털 앨범조차 포토카드와 커버를 다양하게 제작해 결국 중복 구매를 유도했다"며 "지속 구매를 조장하는 마케팅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과 북미, 유럽 시장은 이미 디지털 중심으로 전환됐다. 일본은 QR코드 기반 앨범이 주류이고, 미국과 유럽은 공연 콘텐츠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유니버설뮤직, 워너뮤직 등 글로벌 음반사는 CD 생산 감축과 탄소 저감 계획을 이미 발표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올해 6월 발표한 ESG(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서 국내 연예기획사 중 유일하게 음반 제작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해 공개했다. YG엔터테인먼트도 앞으로 이와 같은 내용을 측정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하이브와 JYP엔터테인먼트는 관련 내용을 보고서에 포함하지 않았다. 김 캠페이너는 "연예기획사는 CD 발매 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측정해 공개하고, 단순 공개를 넘어서 감축을 위한 실질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K팝 스타들도 환경 보호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방탄소년단 RM은 유엔 연설에서 "누군가 지구를 구해주길 기다리지 않겠다"고 말했고, 블랙핑크는 캠페인 영상에서 "지구는 우리의 미래"라고 피력했다.
    박현민 대중문화평론가는 "임영웅의 이번 결정은 과잉 생산과 중복 구매를 유도해 온 기존 관행을 바꾸려는 의미 있는 시도"라며 "소비 방식과 차트 중심 구조 전환을 위한 중요한 분기점"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팬덤의 인식 변화와 기술적·환경적 대안이 존재하는 만큼, 구조 개편이 병행된다면 충분히 변화가 가능하다"며 "기획사, 정부, 팬덤 등 생산·집계·소비 주체 모두가 실질적인 구조 개선과 친환경적 전환에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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