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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문외한이라도 카라얀(1908~1989)이란 이름은 안다. 오스트리아 태생으로 1955년부터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35년간 이끈 종신 지휘자다. 20세기 음악사를 대표하는 클래식 음악의 전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휘자를 말할 때 첫 손가락으로 꼽는다.
조선일보 1959년 7월 12일자 4면은 ‘세계의 현존 4대 지휘자’ 기사에서 카라얀을 가장 먼저 소개하고 샤르르 문크(샤를 뮌슈·1891~1968), 유진 올만디(유진 오르먼디·1899~1985), 토마스 비참(토머스 비첨·1879~1961)을 꼽았다.
하나은행 햇살론조선일보 1959년 7월 12일자 4면. 현존 4대 지휘자 중 카라얀을 가장 먼저 꼽았다.
카라얀이 세상을 떠났을 때 부음 기사 제목은 ‘지휘봉 하나로 세계 정복한 음악 황제’였다. 1989년 7월 18일자 기사는 이렇게 시작한다.
“금세기 최고의 지휘자로 꼽히던 카라얀 4대시중은행 이 81세를 일기로 영면했다. AFP통신은 명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16일 정오(한국 시각 오후 8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전했다. 지휘의 마술사, 황제, 제왕, 천재라는 칭호를 들을 만큼 유럽 악단의 신화적인 존재였던 카라얀은 생전에 솔로몬의 영화 못지 않은 음악적 영광을 누렸다. 반면 독선적인 성격에다 완벽주의 1억대출은행이자 자였던 그는 숱한 비난과 불화의 표적이 되기도 했으며, 특히 나치당에 협조한 전력 때문에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1989년 7월 18일자 9면 카라얀 부음 기사 '지휘봉 하나로 세계 정복한 음악 황제'.
부제로 ‘ 우리은행 마이너스통장 금리 55년 취임 베를린필 신화 창조/ 베토벤 교향곡집 600만장 팔려/ 경비행기 스피드광?나치 협조 곤욕’이라고 달았다.
한국과도 인연이 있다. 카라얀이 이끄는 베를린 필은 1984년 10월 27~29일 최초의 내한 공연을 세종문화회관에서 가졌다. 당시 카라얀 부인이 지갑을 잃어버렸는데 예상치 않게 지갑을 되찾게 되어 한국에 대한 인상을 좋게 청약제도 변경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소프라노 조수미는 32세 때인 1994년 인터뷰에서 카라얀과의 인연을 회고했다. 그는 이때 낸 에세이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서문에서 책을 카라얀에게 바친다고 썼다.
1994년 7월 13일자 19면 조수미 인터뷰. '카라얀 소개로 국제무대에 첫발' 제목이 보인다.
“내년쯤 책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시 근교 아니프의 작은 교회 앞동산에 묻혀있는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에게 바치려고 해요. 온전히 스스로에게 바칠수 있는 시간을 가지라고 내게 충고해주던 카라얀, 내 삶의 반추인 책을 기쁘게 받아줄지 모르겠어요. 제가 국제무대에 서게 된 것은 카라얀의 픽업 덕분입니다. 87년 로마에서 그의 전화를 받고 잘츠부르크로 날아가 오디션을 받았으니까요. 리골레토에 나오는 질다의 아리아 ‘그리운 이름’을 불렀는데, 카라얀은 “1세기에 하나 날까말까한 신이 내린 목소리야, 어디 숨어 있었지” 하며 극찬하더군요. 그의 제의로 89년 잘츠부르크 여름축제서 테너 도밍고와 함께 가면무도회에 출연, 오스카역을 맡았지요.”(1994년 7월 13일자 19면)
조수미는 “그때처럼 떨리고 흥분했던 적은 없을 것”이라며 “그는 ‘하늘의 선물을 잘 간수했다가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줄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고 회고했다.
2008년 카라얀 탄생 100주년을 맞았을 때 김성현 클래식 담당 기자는 “지휘봉을 든 독재자, 음악계는 아직도 그의 치하”(2008년 8월 28일)라고 썼다.
카라얀 탄생 100주년을 맞아 2008년 8월 28일자 기사.
2012년 9월 1440쪽에 이르는 두 권짜리 카라얀 평전이 번역 출간됐다. 책에 나오는 일화는 지휘자로서 카라얀의 위상을 말해준다.
메조소프라노 크리스타 루트비히가 프랑스 언론과 인터뷰할 때였다. 기자가 지휘자들에 대한 평가를 부탁하자, 루트비히는 “카를 뵘은 빼어난 지능의 소유자고, 레너드 번스타인은 활기로 가득하며, 오토 클렘페러는 아주 냉정하다”고 말을 이어갔다. 마지막으로 카라얀의 차례가 되자 그녀는 주저 없이 말했다. “그는 신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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